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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어뢰폭발?…알루미늄은 진실을 말한다."
[분석] 합조단 '비과학' 비웃는 권위자들의 책ㆍ논문 보니…
기사입력 2010-06-22 오후 4:00:00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놓고 합동조사단이 어뢰폭발의 증거라고 내놓은 증거의 허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합동조사단(이근덕 박사)은 "어뢰의 성분인 알루미늄이 폭발처럼 빠른 시간 내에 큰 에너지를 받고 나서, 고온에서 급격히 냉각하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합동조사단은 이어서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면, 천안함 절단면과 어뢰의 프로펠러에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발견된 것은 어뢰폭발의 증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동조사단은 지난 11일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도 미량이 발견되었다."고 자신의 말을 뒤집었으나, 비결정질 산화물을 어뢰폭발의 증거로 본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어뢰폭발의 증거"라는 합동조사단의 주장은 과학적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합동조사단의 주장에 선뜻 수긍할 만한 과학자는 아무도 없다. 한 과학자는 "저런 식으로 논문을 썼다가는 퇴짜를 맞기 십상"이라며 혀를 찼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알루미늄 부식의 진실은 이렇다
최근 누리꾼 사이에는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바르젤(Christian Vargel) 박사가 1999년 쓴 <알루미늄의 부식(The Corrosion of Aluminum)>이라는 책이 화제다. 바르젤 박사는 유럽의 손꼽히는 알루미늄 권위자다. 교재로 유명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초국적 출판사 엘제비어(Elsevier)는 2004년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해서 펴냈다.
누리꾼이 이 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이 알루미늄의 부식(산화)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섭씨 50~60도 이하의 저온에서 알루미늄이 부식되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Amorphous alumina)'이 나오고, 섭씨 350도 이상의 고온에서는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corundum)'이 나온다(105쪽).
▲ Christian Vargel(2004[1999]), The Corrosion of Aluminum, Elsevier. ⓒElsevier
한 과학자는 "알루미늄이 저온에서는 비결정질로 산화되고, 고온에서는 결정질로 산화되는 사실은 과학상식수준의 내용"이라고 이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는 "고온에서는 알루미늄과 산소 원자의 이동에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기 때문에 규칙적인 배열이 형성되는 결정질이 나타나고, 저온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비결정질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을 종합하면, 합동조사단의 발표는 한마디로 난센스다. 합동조사단이 "어뢰폭발의 증거"라고 목소리 높였던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은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알루미늄이 부식하기 좋은 조건, 예를 들면 물속이라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은 더욱더 생기기 쉽다.
즉,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절단면과 어뢰의 프로펠러에서 발견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을 어뢰폭발의 증거로 봐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못하다.
합동조사단의 '결정적 증거'는 조작?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합동조사단이 토를 달았기 때문이다. 합동조사단은 폭발로 고온 상태의 알루미늄이 "물속에서 급격히 냉각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알루미늄과 산소 원자를 규칙적으로 배열할 만큼의 에너지는 폭발을 통해 충분히 공급되었지만, 급격히 냉각되는 바람에 미처 결정질을 형성하지 못해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만 남았다는 것.
<프레시안>을 통해서 최초 소개된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교수(물리학과)의 실험은 바로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했다. (☞관련 기사 : "천안함 합조단의 '결정적 증거'는 조작됐다")
이승헌 교수는 "실험실에서 알루미늄의 용융점보다 훨씬 높은 온도로 알루미늄을 가열한 후 이를 급랭시켜서 나온 결과물을 확인했다."며 "합동조사단의 주장이 맞는다면 어뢰폭발보다 더 확실히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성되어야 했지만, 실험 후에는 부분적으로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수중에서의 어뢰폭발과 비슷한 상태에서 알루미늄을 부식시켰더니 합동조사단의 주장과는 달리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실험 결과는 두 가지 사실을 의미한다. ①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은 "어뢰폭발의 증거"가 될 수 없다. ② 오히려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은 '어뢰폭발 같은 것은 없었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다.
합동조사단 비웃는 '결정적 논문'
물론 이승헌 교수의 실험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교수의 실험이 과연 어뢰폭발의 상황을 똑같이 재연했는가? 다시 말하면, 수중에서 어뢰가 폭발하고 나서 '빠른 시간에 냉각되는 속도'를 이 교수가 실험실에서 그대로 재연했다고 할 수 있는가, 이런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 교수의 실험을 통한 반박에도 합동조사단이 꿈쩍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이 교수의 반박을 지지하는 또 다른 논문이 있다. 미국물리학연구소(American Institute of Physics)에서 발행하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 학술 잡지 <피직스 오브 플루이드(Physics of Fluids)>에 1994년 실린 논문 한 편(Ignition of aluminum droplets behind shock waves in water)이 그것이다.
이 논문은 고온의 알루미늄이 물과 닿으면 격렬하게 수증기가 발생해 폭발하는 현상(steam explosion)을 다룬다. 수중에서 어뢰가 폭발해 버블제트(물기둥) 현상이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논문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이렇게 폭발이 일어나고 나서 남은 물질을 분석한 것이다.
다행히도 이 논문은 합동조사단과 똑같은 방법으로 즉, X선 회절기로 폭발 후 생성 물질을 분석했다. 이 논문은 "폭발 후에는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α alumina)'과 'γ 결정의 흔적이 나타나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amorphous γ alumina)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 합동조사단의 주장과 다르게 폭발 후에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과 특정한 결정의 흔적을 식별할 수 있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함께 나타난 것이다.
이 논문에는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과 γ 결정의 흔적이 나타나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의 비율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두 가지를 동시에 언급한 서술을 보았을 때, 둘의 양이 모두 다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3514쪽의 "X-ray diffraction analysis revealed the powder to consist of α alumina and the amorphous γ alumina"). 더구나 이 서술은 합동조사단이 애초 "X선 회절기로 '(결정의 흔적을) 식별할 수 없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만 나타났다"고 주장한 것과 또렷하게 대비된다.
▲ "Ignition of aluminum droplets behind shock waves in water", Physics of Fluids(Vol. 6, No. 11, November 1994). ⓒAIP
한 과학자는 이 논문을 놓고 "이 실험에서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나타난 것은 알루미늄 원자와 산소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해 결정질을 형성하는 시간이 급랭 시간보다 더 빠르다는 결정적 증거"라며 "이 증거는 '고온 용융된 알루미늄이 급속 냉각되었을 때 결정질이 나온다.'는 이승헌 교수의 실험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합동조사단이 주장하는 것처럼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의 존재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결코 "어뢰폭발의 증거"가 될 수 없다.
합동조사단, 진실을 밝혀라
더구나 합동조사단은 최근에 말을 바꿔서 미량이나마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도 나왔다고 밝혔다. 자신의 입으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폭발의 증거라는 기존의 주장과 모순되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결국, 합동조사단이 어뢰폭발의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던 내용은 여러 가지 과학 실험과 정황 증거를 통해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제 천안함 합동조사단이 어뢰폭발이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려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닌 다른 '결정적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만약 또 다른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면, 누구도 합동조사단의 설명을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혹시, 이승헌 교수의 말이 진실인가? 정말로 애초에 어뢰폭발 같은 것은 없었단 말인가?
/강양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천안함 '진실 게임'…'과학자'라면 '쥐구멍'에서 나와라
[기자의 눈] 진실을 갈구하는 과학자의 자세
기사입력 2010-06-24 오전 9:42:01
1668년 이탈리아의 생물학자 프란체스코 레디는 역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실험을 했다. 그는 썩은 고기를 넣은 병들을 준비하고 나서, 한 쪽 병은 그대로 두고(A), 다른 쪽 병은 천으로 막았다(B). 시간이 지나자 천으로 막아둔 병은 고기가 아무리 썩어도 구더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 때까지 대세였던 자연발생설을 부정한 중요한 실험이었다.
과학사에 길이 남을 이 실험에는 과학 활동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실험의 핵심원리가 담겨 있다. 레디는 이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대조군(A)'과 '실험군(B)'을 비교함으로써 가설을 검증하는 탐구과정의 한 모범을 보였다.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 실험을 가르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놓고 합동조사단이 내놓은 "과학적인" 조사결과가 불신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이승헌 교수(물리학)는 맨 앞에서 '과학자'로서의 명예를 걸고 합동조사단과 외로운 싸움을 진행 중이다. 이 교수의 잇따른 문제제기를 보면서 레디의 실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대조군'도 '실험군'도 엉터리
사실 이승헌 교수의 주장은 단순하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밝히는데 한국 군대의 신뢰와 남북 관계의 존망이 걸려 있는 만큼, 수백 년 전 레디가 했듯이 제대로 된 실험으로 그 원인을 밝히라는 것이다. 이 교수의 이런 판단에는 그동안 합동조사단의 활동이 "엉터리"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왜 그런가? 일단 실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조군과 실험군의 설계가 엉터리다. 일단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은 어뢰 폭발 탓"이라는 가설을 세웠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가설을 입증할 설득력 있는 대조군과 실험군을 고안해야 한다. 일단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침몰해서 두 동강이 난 천안함을 대조군이라 하자.
합동조사단의 가설을 입증하려면 천안함 급의 배가 어뢰 폭발로 인한 버블제트(물기둥)로 두 동강이 날 수 있음을 보여야 한다. 또 그렇게 두 동강이 난 부분의 상태가 천안함의 그것과 비슷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물론 실제로 어뢰를 폭발시켜서 천안함 급의 배를 침몰시키는 실험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선례도 있다. 1989년 4월 19일 미국 해군 아이오와 호가 폭발해 47명(!)의 군인이 숨졌다. 우여곡절 끝에 '제3의' 독립 기관은 해군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오와 호의 폭발 당시 상황을 부분적으로 재연해 사고 원인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한 걸음 다가갔다. (☞관련 기사 : "천안함, 美 아이오와호 폭발사고 조작과 판박이")
천안함 침몰을 재연하는 가장 효과적인 실험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여기서 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국내외의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모여서 적절한 근거에 바탕을 둔 실험을 설계하고, 시민을 납득시킬 때 비로소 온갖 유언비어를 포함한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의혹이 사라질 것이다.
▲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의 '스모킹 건(Smoking Gun・확증)'을 찾았는가? '가짜' 스모킹 건을 '진짜'라고 우기는 것은 아닌가? ⓒ프레시안
"천안함 침몰=어뢰 폭발" 가설을 입증하려면…
이런 과정이 없다 보니, 합동조사단은 자신이 내놓은 가설("천안함 침몰 = 어뢰 폭발")을 입증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의혹만 키우는 꼴이다.
우선 그들은 알루미늄 화합물을 검출하려는 목적으로 X선 회절 분석을 하면서, 폭발실험에서 나온 물질이 알루미늄 판에 붙어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합동조사단은 "이게 무슨 문제냐" 이런 식으로 대꾸를 하고 있는데, 적지 않은 과학사기사건을 취재해온 입장에서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반응이다.
이승헌 교수가 오죽하면 "제3자가 보는 자리에서 알루미늄 판을 쓰지 않은 상태로 폭발실험에서 나온 물질을 X선 회절분석을 하면 믿겠다."고 공언을 하겠는가? 굳이 이 교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얻은 합동조사단의 데이터는 이미 "과학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합동조사단은 이승헌 교수의 실험을 두고 '수중 폭발을 재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왜 이 교수 말대로 한 번 더 수중 폭발실험을 통해서 아예 입을 막을 생각을 않나? 이참에 아예 이 교수를 비롯한 다른 독립적인 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좀 더 정밀한 실험을 설계해 검증을 해볼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거기다 고온의 알루미늄이 물과 닿으면 격렬하게 수증기가 발생해 폭발하는 현상을 다룬 선행연구 중에는 합동조사단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도 있다. 이런 폭발 후에도 X선 회절분석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의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나올 가능성을 제기한 논문은 그 한 가지 예다. (☞관련 기사 : "천안함 침몰 = 어뢰 폭발? … 알루미늄은 진실을 말한다.")
이런 반론에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면서 피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천안함 침몰의 실체를 규명하는 게 바로 합동조사단의 역할이 아닌가?
익명 뒤에 숨지 말고 공개 논쟁에 나서라!
앞에서 수차례 비판했듯이,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합동조사단의 활동은 전혀 "과학적이지" 못하다. 그나마 이승헌 교수와 같은 과학자가 외롭게 목소리를 내면서 합동조사단의 이런 실상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꼭 한 마디 해주고 싶은 이들이 있다.
천안함 침몰을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인터넷 게시판 곳곳에서 과학자를 자칭하면서 합동조사단의 입장을 옹호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이 정말로 과학 언저리에서 밥벌이를 하는 이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승헌 교수와 같은 문제제기를 과학의 이름으로 단죄하려면 제발 익명의 그늘에서 나오길 바란다.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음습한 쥐구멍에 숨어서 공개논쟁을 회피하나? 제발 '과학자'라면 자기 이름을 걸고 공개논쟁에 나서라. 그들에게는 합동조사단의 주장에 토를 달기만 해도 "불바다를 만들겠다."며 가스통을 들고 협박전화를 거는 든든한 경호원에, 언제든 1면을 내줄 준비가 돼 있는 조・중・동 같은 홍보지도 있지 않나.
/강양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천안함 데이터 치명적 오류 … 알루미늄은 거짓말 안 해"
[단독] 양판석 박사 "천안함 물질은 산화알루미늄 아니다"
기사입력 2010-06-24 오후 3:10:50
천안함 침몰을 놓고 민군 합동조사단이 "어뢰 폭발"의 증거라고 내놓은 데이터에서 치명적인 허점이 또 발견되었다.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교 지질과학과에서 분석실장으로 일하는 양판석 박사는 24일 <프레시안>에 '천안함 흡착 물질은 산화알루미늄(Al2O3)인가?'라는 보고서를 보냈다.
이 보고서는 <프레시안>을 통해서 최초 공개된다. (☞전문 보기 :'천안함 흡착 물질은 산화알루미늄인가?')
양판석 박사는 이 보고서에서 "천안함 흡착 물질은 합동조사단이 주장하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Al2O3)로 볼 수 없다"며 "합동조사단은 이 물질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어뢰 프로펠러의 흡착 물질은 어뢰 폭발로 생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주장했었다.
특히 합동조사단은 천안함과 어뢰 프로펠러 등에서 얻어낸 물질의 에너지 분광(EDS·Energy Dispersive Spectroscopy) 분석결과를 그 증거로 내놓았다. EDS 분석은 전자선을 물질에 쏠 때 나타나는 반응으로, 해당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종류, 각 원자의 상대적인 비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합동조사단은 "EDS 분석결과 천안함, 어뢰 프로펠러, 자체 폭발실험에서 모두 동일한 원소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그림 1]). 이들은 "천안함, 어뢰 프로펠러, 자체 폭발실험에서 얻어낸 물질에서 탄소(C), 산소(O), 알루미늄(Al)과 같은 폭약 원소가 검출된 것은 어뢰폭발의 또 다른 증거"라고 주장했다.
▲ [그림 1] 합동조사단이 공개한 천안함, 어뢰 프로펠러, 수중 폭발 실험 흡착 물질에 대한 EDS 분석결과. ⓒ프레시안
합동조사단의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
그러나 양판석 박사의 보고서는 이런 합동조사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 보고서는 합동조사단이 내놓은 EDS 분석결과가 과학계의 상식과 다르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양판석 박사는 "[그림 1]의 EDS 분석결과를 보면 산소(O)/알루미늄(Al)의 비율이 천안함에서 채취한 시료는 약 0.92, 어뢰에서 채취한 시료는 약 0.90, 폭발 실험에서 채취한 시료는 0.81 정도로 나타난다."며 "그러나 이런 비율은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Al2O3)로 알려진 물질의 EDS 분석결과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양판석 박사는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의 EDS 시뮬레이션 프로그램(NIST DTSA Ⅱ)을 사용해서 얻은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의 EDS 분석결과([그림 2])를 공개하면서 "시뮬레이션으로 얻은 산소/알루미늄 비율은 약 0.23으로 합동조사단 시료들(약 0.81~0.92)과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 [그림 2] 양판석 박사가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의 EDS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얻은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의 EDS 분석결과. [그림 1]과 [그림 2]의 산소(O)와 알루미늄(Al)의 '피크(peak)' 높이 비율에 주목하라. ⓒ프레시안
앞에서 언급했듯이 EDS 분석 자료를 보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상대적인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천안함, 어뢰에서 폭발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나타났다면, 합동조사단이 내놓은 EDS 분석결과는 미국표준기술연구소 데이터베이스의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 분석결과와 유사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그림 1]과 [그림 2]의 알루미늄(Al)과 산소(O) 원자의 '피크(peak)' 높이 비율이 흡사해야 한다. 그런데 [그림 1]과 [그림 2]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듯이 두 분석결과는 비슷하기는커녕 눈에 띄게 다르다. [그림 1]의 천안함, 어뢰 흡착 물질의 산소/알루미늄 비율은 약 0.90~0.92로 양 박사의 분석결과에서 나타난 약 0.23과 큰 차이를 보인다.
천안함 흡착 물질의 진짜 정체는…
그렇다면, 다른 자료는 어떨까?
양판석 박사는 "버지니아 대학교 이승헌 교수(물리학)의 자료에서 발췌한 자료나 학술잡지에 발표된 논문에 실린 분석결과와 같은 다른 자료를 살펴봐도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Al2O3)의 EDS 분석결과는 공통적으로 시뮬레이션 결과(0.23)와 비슷한 비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승헌 교수의 자료에서 발췌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Al2O3)의 EDS 분석결과([그림 3])의 산소/알루미늄 비율은 양 박사의 시뮬레이션 결과와 비슷한 0.25이고, 2009년 5월 <저널 오브 더 유러피언 세라믹 소사이어티>에 실린 논문(Synthesis and two-step sintering behavior of sol-gel drived nanocrystalline corundum abrasives)의 비율은 0.11이다([그림 4]).
▲ [그림 3] 이승헌 버지니아 대학교 교수가 공개한 EDS 분석결과. ⓒ프레시안
▲ [그림 4] Zicheng Li, Zhihong Li, Aiju Zhang and Yumei Zhu. Synthesis and twostep sintering behavior of sol–gel derived nanocrystalline corundum abrasives. Journal of the European Ceramic Society. Volume 29, Issue 8, May 2009, pp. 1337~1345. ⓒ프레시안
이런 불일치의 의미는 무엇일까?
양판석 박사는 "천안함 (흡착 물질은 합동조사단의 주장처럼) 어뢰 폭발로 나타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양 박사는 "이 물질이 진정 무엇인지는 합동조사단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루미늄이 말하는 진실에 합동조사단은 어떤 해명을 내놓을 것인가?
양판석 박사는…
이승헌 교수에 이어서 합동조사단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한 양판석 박사는 서울대학교 지질과학과(석사 학위), 캐나다 메모리얼 대학교 지질과학과(박사 학위)를 거쳐서 2005년부터 매니토바 대학교 지질과학과에서 분석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양 박사는 "광물, 암석과 같은 지구 물질에 대한 분석이 하는 일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강양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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