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은 세상살이의 기본
-[정리습관의 힘(정경자 지음, 경향미디어)]을 읽고-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깨끗한 환경을 원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런데도 천성이 부지런하거나 깔끔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 아닌 이상 청소나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청소나 정리정돈을 하려면 신경을 쓰며 몸을 수고롭게 움직여야 한다. 매캐한 먼지를 들이키거나 불쾌한 냄새를 맡으며 손발을 바삐 움직여야 하는 까닭에 정리정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사람들은 쾌적한 생활터전을 바라면서도 번거로운 청소나 정리정돈은 은연중에 자기 대신에 누군가가 해 주기를 바란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기를 바라면서 청소라든지 정리정돈을 하지 않으려는 심사는 마치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겠다는 것처럼 공짜를 바라는 심보나 마찬가지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청소나 정리정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다. 타고난 성격이 게을러서이기도 하고 살아가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 때문이기도 하다. 할 일이 없으면 가만히 누워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기와 놀았으면 놀았지 손수 움직이며 집안을 정리하거나 억지로 일을 찾아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까닭에 내 주변 생활환경이 좀 어수선한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마음은 늘 주변을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수선한 그대로이다. 나를 닮아서인지 가족 모두가 주변 정리에 무신경하고 은근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정리해 주기를 바란다. 가족을 위해 정리를 자청하는 마음이 비단결 같은 사람은 없다. 내가 게으름을 부리면서 딴 사람에게 청소나 정리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런 나의 한심한 성격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계기를 안겨준 책을 얼마 전에 한 권 읽었다. 정경자가 쓴 ‘정리습관의 힘’이란 책이다.
이 책의 지은이 정경자는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여성인적개발을 전공한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정리수납 전문가’라는 직업을 만들었으며,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정리수납 컨설팅 전문 기업 ㈜덤인을 설립하여 현재 대표이사로 재직 중에 있다. 정리수납 전문가 양성 및 정리수납 표준화와 기술 개발을 위해 ㈜덤인의 평생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은이는 책에서 “세상을 살면서 대다수의 사람은 아까워서 혹은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또는 비싸게 산 것이라서 필요하지 않은데도 버리지 못하고 ‘모셔두는’ 물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 물건은 모셔두는 물건이라 떡하니 내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생활반경을 좁히고 움직임을 불편하게 한다. 내 물건들 때문에 내가 불편해진다면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닐까? 내 방, 우리 집, 사무실 책상 등은 모두 공간의 주인인 나를 위한 것인데 언젠가부터 내가 아닌 내 물건들이 주인이 된 것 같다. 신속히 물건들로부터 내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우선 잘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한다.
또한 지은이는 “다이어트가 필요한 공간들의 군살을 빼주고, 쓸 수 있는 물건들은 이웃과 나누자. 꼭 필요한 물건들로만 채워진 깔끔하고 산뜻한 내 공간을 보면 기분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으로 지은이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거나 낯선 공간에서 잠을 청해야 할 때, 불편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꼭 맞는 옷, 익숙하고 편안한 잠자리가 있는 것처럼 물건에게도 그것들이 있어야 할 제자리가 있다. 정리는 필요한 물건들의 제자리를 찾아주기만 하면 되는 아주 단순한 일이다. 이 사실을 알기만 한다면 곧 정리가 돈을 아끼고, 시간을 벌고, 업무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정리하는 습관의 힘은 생각보다 아주 강하고,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짧은 시간들이 모여 큰 성과를 이루어내는 일이 바로 정리다. 한 번에 온 집안과 책상, 서랍들을 모두 뒤집어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하루 10분씩 오늘은 서랍장, 내일은 주방과 선반 등 작은 구역부터 시작해보자. 그러면 뿌듯하고 기분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고 강력하게 말한다.
세상 모든 일은 처음으로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듯 정리정돈도 시작이 중요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심신이 좀 고생을 하더라도 나중에 주변 환경이 좋아진다면 기꺼이 수고를 감내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품고 집안과 직장 등 내 주변상황을 살펴보니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곳은 비교적 깨끗하지만 눈길이 가지 않는 곳은 먼지가 수북하고 어수선하다. 집안에서는 옷장이나 서랍, 냉장고 등을 봐도 엉망이고 직장에서는 내 자리 주변이 갖가지 불필요한 물건으로 그득하다. 내가 얼마나 주변 정리에 소홀하며 살았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먼저 냉장고 냉동실을 살피니 1년 전에 받아 보관하고 있는 냉동식품도 있다. 언젠가 요리해 먹어야지 해 놓고 잊고 있던 식품이다. 여러 달 보관한 식품도 눈에 띈다. 옷장에는 유행이 지난 의류도 상당히 많다. 집안 구석구석이 불필요한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 게으른 사람의 표본이 바로 내가 아닌가 싶다.
직장에서도 눈여겨 살피니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 등이 서랍 속에 있고 녹아빠진 사탕도 눈에 띈다. 읽지도 않은 책자가 공간을 차지하고 쓰다만 치약과 비누조각도 구석에 쳐 박혀 있다. 나의 치부를 드러낸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가 봐도 이럴진대 남이 보면 얼마나 나를 한심한 사람으로 여기겠는가. 내가 이토록 게으르게 살아왔는가 생각하니 아찔해진다.
이제부터는 그 동안의 성격이랄까 생활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볼 생각이다. 파스칼이 팡세에서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 했듯 타고난 게으른 성격이라도 살면서 버릇들이기 나름이다.
흔히 “현관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돈하는 사람은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정리정돈은 신발을 정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신발정리는 정리의 기본이고 나중에 자녀교육에도 큰 본보기가 되는 가정교육의 출발점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뒤에 쓰던 물건을 항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버릇을 들이다 보면 올바른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 사회생활에서도 품행이 단정하고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지 않을 까 생각된다.
주변 정리를 제대로 하려면 ‘아나바다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좋겠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다 보면 집안은 저절로 정리될 것이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음식이든 옷이든 필요하지 않으면 직장동료나 이웃과 나누면 되겠다. 쓰지 않는 물건을 슬기롭게 버리고 남는 물건을 자비롭게 나누면 공덕도 쌓게 돼 결국은 가족에게도 이롭지 않겠는가? 정리정돈 습관은 심신의 나태를 근면으로 탈바꿈시켜 평균수명 백 살 시대에 무병장수의 초석으로도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