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꽤 오래 전부터였지만 옆에서 안타까워할 뿐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정도이고 감기는 약 먹으면 곧 나으니까.
하지만 가족의 우울증은 쉽게 낫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원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 도움이 되려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가족의 냉랭한 반응에 벌컥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마. 괜히 내가 원하지도 않는 거하자고 하고 내가 안 한다고 화내지 말고.'
가족의 말에 나름 충격을 받았다. 원하지도 않는 걸 하자고 하면 나라도 짜증날텐데....안 그래도 우울한 사람을 내가 어설픈 관심으로 더 힘들게 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6개월 전부터 우울증 관련한 이런저런 책과 유튜브 영상을 많이 봤다. 아쉬운 점은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 대부분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로 환자 가족이 환자를 돕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
그러다 우연히 텀블벅에서 펀딩을 하는 책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를 알게 됐다. 그리고 책을 받고 벌써 2번이나 정독했다.
저자는 치료 저항성 중증 우울증 아내를 7년간 보살핀 남편이다. 지난해 우울증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탔다더니 환자를 보살피는 정성과 디테일이 장난이 아니다. 솔직히 나는 따라도 못 할 정도다.
책을 읽은 소감은 역시나 내가 우울증 환자를 잘못대하고 있었다는 것. 생각없이 혹은 가족을 위한다고 했던 나의 말과 행동이 오히려 가족을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놀랐던 건 좋지 않은 의료진을 만나면 병이 더 악화된다는 점. 이 부분에서 가족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데 그동안 혼자 병원을 보낸 나의 섣부른 판단을 반성했다.
결론은 우울증 환자를 제대로 돕고 싶으면 가족이 우울증과 우울증 환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올바른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
우울증 환자 가족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