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화투와 일본의 화투는 별 차이는 없으나, 일본에서 통용되는 화투는 '하치하치(はちはちはなふだ,八八花札)'라고 불리는 것으로, 이 화투에는 '광(光)'이라든지 또는'청단'이나'홍단'이란 글자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배우기 쉽고 구별하기 쉽도록 친절하게도 한글로 적어 넣게 되었으며, 일본에서는 비(雨)가 11월이고 오동(梧桐)이 12월이나,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오동나무 잎이 더 빨리지는 계절적인 특성을 들어 서로 바꾸어 배치를 하게 되었다는 군요. 물론 오동나무를 나타내는 단어인 '키리(きり、桐)'는 끝을 나타내는 단어인 '키리(きり、切り)'와 음이 같기에 끝에 배치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광(光)은 모두 다섯 개로 1월, 3월, 8월, 11월, 12월에 배치를 했는데, 이는 모두 일본의 대표적인 명절이 들어있는 달을 나타낸 것이랍니다. 우선 1월은 우리의 설에 해당하는 '오쇼-가츠(おしょうがつ,お正月)'가 있는 달이며, 3월은 벚꽃축제인'오하나미(おはなみ,小花見)'의 달이고, 또한 8월은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오봉(おぼん,お盆)'이 있는 달이며, 11월은 어린이들의 명절인'시치고상(しちごさん,七五三)',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월은 '오세이보(おせいぼ,お歲暮)'라 하여 세모라는 세시풍속이 들어 있는 달이랍니다.
그리고 8월과 11월(일본에서는 12월)을 빼고는 모두 띠가 그려져 있는데, 이 띠는 '하이쿠(はいく,俳句)'라는 시의 '시어(詩語)를 적는 일명 '탄사쿠(たんさく,短冊)'라고 하는 것으로, 좁고 긴 종이로 되어 되어 있는데, 화투에도 시를 즐기는 그들의 풍류를 나타내기 위하여 그려 넣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8월과 12월(한국에서는 11월)에만 이 '탄사쿠(たんさく,短冊)'를 그리지 않은 것은 8월은 추수감사의 행사가 있는 바쁜 달이며, 12월 역시 바쁜 세모가 있는 달로 한가로이 시를 즐길만한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리고 일본어로 '청단'을 '아오탕(あおたん,靑短)'그리고 '홍단'을 '아카탕(あかたん,赤短)'이라 발음을 하는데, 이중 뒷글자인 '탕(たん,短)'을 세게 발음하다보니 두장의 화투가 같을 때를 말하는 '땡'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투놀이에서 '약'이라는 말도 흔히 자주 듣게 되는데, 이는 '야쿠(やく,役)'라고 하여 한자 '역(役)'의 일본어 발음으로 '부역' 또는 '역할'이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통상 1월을 '삥'이라하며 또 9월을 '가부'라고 하는데, 이 말의 어원은 포루투갈어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는군요. 그야말로 화투하나를 가지고도 국제화시대를 실감할 수 있는 셈이지요.
생각난 김에 '고리'란 말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죠! 고리는 원래 '고우리키(ごうりき,合力)'라 하여 '서로 협력하여 도와주다'라는 의미의 일본어이며, '카리(かり,借り)'도 갚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빌리다'라는 단어의 명사형입니다. 그러니까 언젠가 갚을 테니 빌린 것으로 치자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리고 '토리'란 말도 '토리(とり,取り)'라 하여 '얻다, 잡다, 거둬들이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일광'에 그려져 있는 1/4쪽 짜리 태양도 일본의 일장기를 표현한 것이고, 또 '팔광'의 둥근 달 역시 옛날의 일장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정확한 근거는 찾기가 어렵군요. 아무튼 수입문화이니 절제하자는 말로 해석을 하면서 오늘의 글도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