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 회원인 김경선 시인이 시집『미스 물고기』를 출간했다.
<북인>에서 2012. 6. 15일에 출간된 본 시집에는
‘묵시록적인 세계 인식과 날개 깁는 여자’라는 임동확 시인의 해설과 함께
142페이지에 6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김경선 시인]
인천 옹진군 출생.
2005년 『시인정신』신인상 수상.
제 10회 수주문학 우수상 수상.
웹월간[젊은시인들]편집장, 『시인정신』편집기획위원 역임
이메일: ffpo7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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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序
두 살배기 여자아이는 아버지 등에 업혀 섬을 나왔다.
섬을 떠나 도시에 유배되었다.
그 이후 단 한 번도 가볼 수 없었던 그곳
어른이 되어서도 딱 열 발자국을 내디뎠다.
세상은 언제나 타향처럼 낯설다.
섬에서 나고 도시의 철새로 살아가는,ㅡ
여전히 혼자이며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그러므로 아무것도 아닌,
나는 세상에서 한 점 부유물로 떠다닌다.
가슴 깊숙이 숨겨져 있던
내 안의 섬들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무거웠던 날개를 펴고
첫 날갯짓을 한다. 허공의 틈을 향해 날아오른다.
2012년 5월
김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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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김경선 시인은 일상의 외각 밑에 꿈틀거리는 묵시론적 감정, 절망과 잔혹함이 뿌리를 이루는 이 세상의 징후를 놓치지 않고 폭로한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위에 올라타기 위해 서로서로 붙어먹고 아슬아슬 턱걸이하는 슈퍼맨, 피터팬, 봉이 김선달, 반 고흐, 누드화가, 미세스 두루뭉술, 미스 물고기, 사이보그, 신종제비, 잠자는 숲속의 미녀, 행복설계사, 휘파람의 어미, 얼룩무늬 남자, 드라큘라, 바람의 동거인 등등. 시인은 그들의 이면에 도사린 현대적이라는 비정한 적의에 가차 없는 정직한 적의, 인간적이란 거울을 들이대며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세상과 너무 먼 한 뼘'을 발견해낸다.
- 김상미 시인
김경선의 시집 『미스 물고기』의 시들은 묵시록적인 세계 속에서 잃어버리거나 어긋난 꿈과 희망의 날개를 깁는 시인을 자처하며 때로 예언자의 목소리로, 때때로 깊은 모성의 울림을 빌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적 재난이나 개인적 고통의 종말이 아니라, 그 종말을 향한 인간적 노력이나 연대가 더욱 절실하다고 간곡하게 말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묵시록적인 시적 인식은 단 한 세계의 종말이나 파국을 그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은폐되고 왜곡된 꿈과 희망을 깁거나 수선하는 일과 깊게 맞물려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 임동확 시인
[시 감상]
미스 물고기
가게 문을 열면 풍경소리가 들린다
아침 일찍 물고기가 운다
수문이 열리고
꼬리를 흔드는 물고기 한 마리
마른 허공에 강물을 풀어놓고 첨벙 뛰어오른다
수선집 문이 열리고 딸랑딸랑 파문이 인다
주인보다 먼저 인사를 하는 미스 물고기
그녀의 반경은 10cm
쇠종의 시계추처럼 묶여 헤엄을 친다
노처녀로 늙은 주인 여자의 반경은 5m
여섯 평 가게에 묶여 미싱을 돌리는 미스 김
종일 페달을 밟고 달려도 늘 제자리다
어서 오세요 정말 멋져요 딱 맞아요
뻐끔뻐끔 그녀의 입에서 물방울이 쏟아진다
종일 그녀는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손님이 뜸해지면
오래 전 아가미에 가두어둔 강물소리에 젖어 추억에 잠긴다
지지난해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만난 물고기
어느 강물을 거슬러 올랐는지
비늘이 헐었다
쇠종에 매달려 제 몸으로 종을 치는 종지기
그 소리 맑고 구슬프다
누가 그녀를 저곳에 매달았을까
몸값을 지불해도 저주는 풀리지 않는다
어디론가 가고 싶다고
나를 풀어달라고
물고기가 운다
수문을 열고 손님이 들어선다
미스 물고기, 이때닷!
힘껏 꼬리를 친다
한 뼘
한 뼘만 뻗어!
그는 늘 말했다
곧 닿을 거라는 그 한 뼘
오래된 한 뼘
간신히 팔을 뻗으면
이봐, 방향이 틀렸잖아
한 뼘이라는
한 뼘에게 속고 속는다
그의 한 뼘과 나의 한 뼘 어쩌면,
평생 닿지 못할 거리인지도 모른다
한 뼘만,
한 뼘만,
간절히 두 팔을 휘저어보지만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그리운 것들은 떠나가고
소망하는 것들은 번번이 놓치고 만다
너무 먼 한 뼘
나는 한 뼘 밖에 서 있다
절망보다 한 수 위인 그,
완벽한 사기꾼이다
다가가면 그는
한 뼘 더 물러선다
단작스러운 그의 놀이에 중독된 것처럼
나는 늘 그에게로 치우친다
TV 위에 놓여진 좁은 화분 속에서
시끄러운 잡음과 전자파에 시달리면서도
한 뼘, 한 뼘
팔을 뻗어가던 선인장이 시들시들하다
자꾸 뿌리 쪽으로 몸을 기댄다
사회에서 한 뼘 멀어진 나,
소파에 뒹굴뒹굴 몸을 굴린다
TV는 채널을 찾지 못하고
초점 잃은 눈동자는 정보지 구인란 쪽으로 쏠린다
새들의 본적
새들의 자유는 과장되었다
평생 허공을 날다가
죽어서 귀가 열리는 새들
죽음으로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자유로운 날개는 속박이었다
허공의 길,
한 번도 그 길을 벗어난 적이 없는
새들의 무덤은 하늘이다
그 아래 우리의 무덤이 있다
땅에 닿지 못하는
새들의 자유는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바람을 등에 업고 바람이 되어 살다가
비로소 허공이 된
새를 받아 안은 하늘무덤을 바라본다
그들의 마지막 유언도
그들을 따라 날아갈 날개도 나에겐 없다
무덤의 문고리를 잡아당기던
한 무리의 새떼가
서쪽하늘로 사라진다
날개를 깁는 여자
수십 년을 재봉틀에 앉아 날개를 깁는 여자
한번도 시린 날개를 펴지 못해 앉은뱅이가 된 여자
퇴화된 날개를 방석 삼아 바느질을 한다
태양의 빛을 낚아 동정으로 달고
나무를 심어 열두 폭 크기로 날개를 저장한다.
꽃술에 날아드는 벌, 나비
날개를 수선해 주는 여자
날개의 비밀을 지켜주다 시력을 놓친 여자
돋보기 속에 날개란 날개는 다 감추어 놓고
절대 꺼내 자랑하는 법이 없다.
여자의 주소는 재개발동 접근금지호
날다가 죽을 너
걷다가 죽을 나
가볍긴 마찬가지
내 날개 오래전 끈 떨어졌어도
나에겐 기부할 날개가 남았단다.
날아봐라 날아봐 날개가 자랄 테니
살아봐라 살아봐 날개가 보일 테니
깃털에 꽂히는 여자의 자작 타령
그 여자 반찬은 시어터진 김치 한 조각
그 여자 낡은 골무처럼 굽은 등 새털 날개 푸르게 돋네.
첫댓글 김경선 시인 님, 빼어난 첫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 더욱 더 큰 발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미스 물고기'가 풍경을 뎅그렁뎅그렁 찰랑찰랑 울리는 소리가 투명합니다. 첫 시집 상재를 축하하며 더욱 아름다운 시를 많이 쓰시길 기원합니다.
김경선 시인님 반짝반짝 빛나는 첫 시집 발간을 진심으로드립니다
김경선 시인님, 처녀 시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더한 발전 있으시기 바랍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06.27 19:13
첫 시집 출간 축하드리며, 더 좋은 글 쓰시는 시인이 되소서.
처녀시집 <미스 물고기> 출간을 축하하며 또한 기뻐하는 바입니다. 부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장안의 지가를 올리시길 바랍니다.
바람을 등에 업고 바람이 되어 살다가
비로소 허공이 된
새를 받아 안은 하늘무덤을 바라본다...
첫시집 <미스 물고기>! 축하드립니다. 문운이 활짝 열리시길 바라며~~~
난 또 이렇게 늦은 축하 인사를 하게 되네요.
김시인.. 축하해요.
미스 물고기... 시집 제목도 싱그러움을 느끼게 하는...
문운도 가득하길 빌면서...
김경선 시인님, <미스 물고기>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문운 함께하길 빕니다.
김경선 시인도 일을 냈군요. ^^ 첫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확실한 문설주를 박았으니 말입니다.축하,축하해요. ^&^.
김경선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음 속에서 헤엄치던 물고기!!
세상으로 나와 헤엄치니 기쁨을 함께합니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기원합니다!!
여러 선생님들 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앞으로 더욱 더 정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꾸벅
축하인사가 늦었습니다 우리시회에서 오래전 만나뵙고 아직도 못뵙는사이에 좋은 시상으로 시집을 한권 세상에 내놓으셧네요 거듭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