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오송역을 출발한 틸팅열차가 청주역 부근의 곡선궤도를(반경 200m) 시속 100㎞로 빠져나갔다. 열차가 안쪽으로 약간 기울어서 부드럽게 곡선 구간을 빠져 나갔다. 하지만 객차 안에서는 열차가 기운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틸팅열차(Tilting, 기울어지는 열차라는 뜻)는 곡선궤도가 많은 산악지형에서도 최고 시속 180㎞로 달릴 수 있다. 레일 위를 좌우로 흔들거리면서 달린다고 해서 ‘춤추는 열차’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이종근 기관사는 “무궁화호라면 이 같은 곡선구간에서는 시속 60㎞로 정도로 낮춰야 한다”며 “틸팅열차는 객차가 좌우로 기울며 원심력을 잡아주기 때문에 무궁화호보다 속도를 30~40% 더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춤추는 열차로 불리는 틸팅열차가 곡선 레일의 안쪽으로 8도가량 기울어진 채 강원도 태백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태백=최승식 기자]
14일 오송~동해 구간의 시험운행을 하는 틸팅열차를 타봤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성호 연구단장은 “틸팅열차는 고속철도를 놓기 어려운 산악지형에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며 10만㎞ 테스트를 마쳤다”며 “2012년께 중앙선을 시작으로 태백선·영동선 등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서울 청량리~경북 영주)에 무궁화호 대신 틸팅열차를 투입하면 215분의 운행시간이 175분으로 단축된다. 또 2012년 복선화가 끝난 뒤 투입하면 운행시간은 115분으로 줄어든다. 현재 산악지형이 많은 중앙선이나 태백선·영동선 등에는 최고 시속 120㎞의 무궁화호가 다니고 있다. 무궁화호는 바퀴가 붙어 있는 차축에 수직으로 객차가 붙어 있어 곡선 궤도에 접어들면 속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반경 200m의 구간이면 보통 55~60㎞ 정도로 달린다. 그 이상 속도를 내면 열차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바퀴가 탈선하거나 객차가 전복될 위험이 있다. 반면 틸팅열차는 시속 180㎞ 정도로 달릴 수 있고, 곡선구간에서도 속도를 조금만 줄여도 된다.
틸팅열차의 비밀은 차축과 객차 사이의 틸팅센서에 있다. 위성으로 곡선 정보를 받아 곡선 구간을 지날 때 원심력 반대 방향으로 객차를 좌우로 최대 8도까지 기울여 준다. 마치 스케이트 선수가 곡선부를 지날 때 원심력 때문에 바깥으로 튀어나가지 않기 위해 몸을 원 안쪽으로 기울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평야지대에서 최고 시속 180㎞의 누리로호가 등장했다. 이 기차는 지난달 초 서울역~충남 신창 구간에 첫선을 보였다. 코레일 측은 점진적으로 무궁화호를 누리로호로 바꿔 나갈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호남선에 한국형 고속열차로 불리는 KTX-Ⅱ가 투입된다. 경부선의 KTX 운행속도가 시속 300㎞대지만 KTX-Ⅱ는 이보다 50㎞ 정도 빠르다. 2011년부터 새마을호 대신 비츠로호가 투입된다.
새마을호의 최고속도가 시속 150㎞라면 비츠로는 200㎞로 달릴 수 있다. 코레일 조형익 역운영팀장은 “새마을이나 무궁화호는 대부분 열차 앞뒤의 디젤 동력차가 끌고 다니지만 누리로나 비츠로, KTX-Ⅱ는 각 객차가 동력을 낼 수 있는 전기차로 바뀌어 에너지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