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혼란기에 우뚝 선 작품의 원동력 염상섭의 「효풍」은 1948년 1월 1일부터 같은 해 11월 3일까지 『자유신문』에 연재되었던 장편소설이며, 「취우」는 『조선일보』에 1952년 7월 18일부터 1953년 2월 20일까지 연재되었던 장편소설이다. 염상섭을 포함한 한국인들에게 1948년은 1948년대로 1952,3년은 1952,3년대로 어려웠던 때였다. 1948년은 평양에서의 남북연석회의, 제주사건, 5·10선거, 남한단독정부 수립, 여순사건 등으로 점철되었던 때며 1952,3년은 휴전회담(1951.10.25- 1953.7.27, 판문점)과 전쟁이 동시 진행되었던 시기이다. 보통 작가들 같으면 구명도생하는 데 급급하여 붓을 들 여유를 갖지 못했을 것임에도, 1921년에 「표본실의 청개고리」를 쓴 이래 온갖 사건과 상황을 경과하면서 그때 그때 많은 작품들과 문제작을 써내었던 노대가답게 염상섭은 오히려 건필을 과시하였다. 「효풍」은 염상섭 아니면 나오기 어려웠던 이념소설이다. 이 소설을 연재하고 있었을 때 염상섭은 『신민일보』 편집국장으로 김구 노선을 추종하는 가운데 5·10 선거 반대 혐의로 며칠 동안 구류를 살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취우」는 한창 전시인 1952년과 1953년에 그것도 1950년 6월에서 9월까지의 서울을 시공간으로 삼은 전쟁소설이다. 이처럼 두 작품은 똑같이 격변의 역사와 혼란의 시대의 한복판에서 만들어졌다. 좌우 이데올로기, 통일문제, 전쟁 등과 같은 문제를 역사소설이 아닌 당대소설(Gegenwartsroman)의 형식으로 성공리에 담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효풍」과 「취우」가 오늘날의 문학사가들과 소설 이론가들에 의해 명작으로 꼽히게 된 근거의 하나로 위기를 힘있는 창작의 적기로 활용할 줄 아는 대가의 능력을 우선적으로 들어야 하겠지만 그에 이어 남다른 국어 사랑과 국어 구사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염상섭은 일제 때부터 성공작이든 실패작이든 가림 없이 수많은 장단편을 통해 "작가는 묘미있고 아름다운 국어의 재현, 보존, 보급 등의 임무를 지닌 존재"임을 입증해 왔다. 이 두 작품이 일제 때의 작품들의 연장선에서 고유어의 적극 보존과 소개에 힘쓴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효풍」과 「취우」를 분기점으로 하여 고유어의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일이다. 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구사의 정도가 명작을 만들어 내는 힘과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우」 이후 염상섭이 어휘량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문제작도 거의 써 내지 못한 사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염상섭의 광복 이후의 작품들은 국어 사랑이 의연한 작가 정신과 명작의 버팀목이 되는 것임을 입증해 주었다.
2. 「효풍」과 「취우」 어휘 비교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단어들을 중심으로 해서 볼 때 「효풍」의 어휘량은 「취우」에 와서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ㄱ'으로 시작되는 단어, 'ㅂ'으로 시작되는 단어, 'ㅇ'으로 시작되는 단어, 'ㅎ'으로 시작되는 단어들은 「취우」에 가면 훨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효풍」(실천문학사, 1998)에서는 '걸쌍스럽다'(먹새가 푸짐하다), '굽죄다'(약점을 잡혀 기를 펴지 못하다), '강강하다'(굽힘이 없이 아주 단단하다), '곱살스럽다'(곱다), '고탑지근하다'(고리탑탑하다), '객설스럽다'(믿음이 가지 않는 말을 하다), '근실근실'(근질근질), '겨끔내기'(서로 번갈아 하기), '깨단하다'(어떤 것을 계기로 분명히 알게 되다), '끼아치다'(일을 방해하다), '기이다'(속이다), '거레하다'(몹시 꿈지럭대다), '감치다'(맛깔스럽다), '걸귀'(걸신) '감중하다', '곱드리다', '구칙칙하다', '괴달머리쩍다' 등이 나타나는데 비해, 「취우」(삼성출판사, 1972)에서는 '괴괴하다'(적막하다), '거레하다'(몹시 꿈지럭대다), '굽죄다'(약점을 잡혀 기를 펴지 못하다), '걸쌍스럽다'(먹새가 푸짐하다), '결이 삭다'(나무나 조직이 풀어지다), '꼽들다' 정도가 나타나고 있다. 「효풍」에서는 '발씨로 나간다'(발걸음이 길에 익다), '부숭부숭하다'(물기가 없고 부드럽다), '벗버스름하다'(사이가 벌어지다), '버스러지다'(뭉그러져 잘게 조각이 나 흩어지다), '부전부전하다'(남에게 관심 없고 오직 자기 일에만 부지런하다), '반지빠르다'(말이나 하는 짓이 얄밉게 반드럽다), '삐여지다'(일정한 범위나 한계를 벗어나다), '부덩부덩', '비쓸거리다' 등이 보이고 있는데 비해 「취우」에서는 '비릿비릿하다'(아니꼽고 더럽다), '바자위다'(너무 알뜰하여 부드러운 맛이 없다), '부접을 못하다'(감히 가까이 사귀지 못하다), '번채나다' 등이 나타나고 있다. 「효풍」에서는 '얼레발을 치다'(능청스러운 수단으로 남의 환심을 사다), '외착나다'(착오가 생겨 버스러지다), '야죽야죽'(밉살맞게 남을 빈정대다), '얼밋거리다'(일이나 기한을 자꾸 미루어 나가다), '이눌러'(내처), '엉구어'(여러가지를 모아 일이 되도록 한다), '입내나 내다'(흉내내다), '일되다'(나이에 비해 일찍 철들거나 몸이 크다), '외서전갈'(속임수), '언턱거리'(사단을 일으킬 거리), '열없다'(겸연쩍고 부끄럽다), '을러앉은', '우중우중', '언들번들', '위염받다' 등을 찾아볼 수 있는데 비해, 「취우」에서는 '얼쯤얼쯤'(잇달아 주춤거리는 모양), '일매지게'(고르고 가지런하게), '오골오골'(오글오글), '아퀴를 짓다'(일의 매듭을 짓다), '어리어리', '위룽위룽', '연통하다', '옴쑥히' 등과 같이 귀에 익지 않은 단어들을 찾아볼 수 있다. 「효풍」에서는 '한소끔'(한번 부르르 끓어오르는 모양), '후뿌리다'(언짢다), '흉하적을 꺼내다'(남의 결점을 들추어내다), '허덕지덕'(허덕허덕), '흐리마리하다'(그런지 안 그런지 분간하기 어렵다), '휘갑을 치다'(너더분한 일을 잘 마무리하다), '화양절충', '헐각이라도', '후림새', '허선허선', '훗두루 맛두루' 등을 찾아볼 수 있는가 하면 「취우」에서는 '호루룰하다', '헤갈', '햇죽' 등을 볼 수 있는 정도다. 다른 자음으로 시작되는 단어들의 경우에도 「효풍」에 비해 「취우」의 어휘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효풍」은 '두루춘풍(春風)'(누구에게나 좋게 대하는 사람), '들컹대다'(불쾌한 말로 남의 비위를 건드리다), '뜨악하다'(꺼림칙하다), '단통'(그때), '너름새'(말을 떠벌려서 적극 주선하는 것), '냅뜨다'(앞에 나서다), '머줍다'(동작이 느리고 굼뜨다), '무람없이'(버릇없이), '물계를 보다'(어떤 현상의 처지나 속사정을 보다), '장맞이'(길목에서 지켜서 만나려고 기다리는 일), '천착하다'(생김새나 행동이 상스럽다), '촉상이 되다'(찬 기운이 몸에 찔려 병이 나다), '투미스럽다'(미련하고 둔하다), '핀둥이를 주다'(핀잔을 주다), '포달지다'(암상이 나서 악을 쓰다) 등을 보여 주고 있는가 하면 「취우」는 '두려빠지다'(어느 한 부분이 온통 빠져 나가다), '똥기다'(모르는 사실을 알게 암시하다), '딱장대'(성질이 고약한 사람), '사품에'(일이 진행되는 기회), '소삽하다'(어렵고 분명치 않다), '생량(生凉)머리'(초가을로 접어 들어 서늘해질 무렵), '새롬거리다'(점잖지 못하게 시시적거리고 까분다), '차끈하다'(매우 찬 느낌이 들다), '참다랗다'(분명하고 틀림없다) 등을 보여 주고 있다. 위와 같이, 오늘날의 일상어에서는 만나기 힘든 어휘들을 중심으로 하여 보면 염상섭은 어떤 상태나 동작을 나타내고자 할 때 고유어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도 긍정적인 상태나 동작보다는 부정적인 상태나 동작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염상섭은 부정적인 인물이나 행동이나 상황을 묘사할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풍부한 어휘 보따리에서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적소에 배치하였던 것이다. 이런 것이 모이면서 염상섭의 소설은 능글맞은 중립주의라든가 시니컬한 천착의 자세로 나갈 수 있었다. 물론 위의 어휘들 중 사어(死語)라든가 폐어(廢語)가 돼 버린 것이 적지 않다.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을 찾기가 오히려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사실은 염상섭이 우리 민족의 집단어에 대한 언어유지나 언어충성(language loyalty)에 실패했다는 의미가 된다.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어휘를 써도 좋다고 용인되고 있거나 많은 어휘를 써야 한다고 기대되는 작가들과 시인들만이라도 우선 우리 고유어가 문학어로 쓰일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한다고 염상섭은 실천으로써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이 어려운 고유어들이 일상어권으로 편입되어 활용되었으면 하는 욕심을 낸 듯도 하다. 「효풍」과 「취우」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고 곧장 써먹고 싶은 단어들의 용례를 끄집어내어 보기로 한다.
(1) 두루춘풍 : 그러나 그렇다고 그 자칭 중립이라는 것이 술 한 잔이라도 더 팔자는 욕기로 예도 좋다 제도 좋다 하고 두루춘풍으로 지내려는 약은 수작만은 아닌 것 같다. (「효풍」, 53쪽)
(2) 냅떠 보이다 : 수만이는 감히 냅떠 보일 용기가 없는 자기의 연모의 정을 잠깐 눈웃음으로 흘려 보내며, "어떻게 한 시간만 틈을 내주실 수 없겠습니까?" 하고 다시 애원하는 표정이 된다. (「효풍」, 150쪽)
(3) 부전부전 : 절름발이나 곰배팔이 조카며느리를 볼까 보아 물을 떠오너라고 시중을 들리는 것인지 대체는 부전부전한 객설스런 마님이라고 생각하였다. 화순이는 우선 이 마님의 테스트에 합격이 안 된 것을 알아차렸고 합격이 되려는 생각도 없으나 합격이 된 혜란이가 가엾어도 보였다. (「효풍」, 198쪽)
(4) 흐리마리 : 잠깐 깔끔해지던 기색이 스러지고 말 뒤를 흐리마리한다. (「효풍」, 214쪽)
(5) 생량머리 : 그래도 제철은 속일 수 없어서 아침 저녁으로 산들하니 나날이 달라가는 생량머리에 순제는, (어서 짜던 것을 마저 짜야 하겠는데.) 하고 편물을 들고 나나, 더구나 요새로는 마음이 들떠서 편물 바늘을 놀리면서도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취우」, 302쪽)
(6) 아퀴를 짓다 : 영식이는 또 지고 말았다. 어느 정도로 분명히 아퀴를 짓고 휘둥그렇게 해 놓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경우로 말하면 그럴 듯은 하다. 그러나 체면상, 의리상 아무래도 큰소리 칠 일도 못 되고 떳떳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취우」, 233쪽)
이렇듯 우리말의 묘미를 일러 주는 단어들은 요즈음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거의 찾기 힘들다. 위에 예시한 여섯 개의 어휘 중에서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들 사이에서 세대를 달리하면서 언어교체(language shift)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3. 염상섭이 애용했던 어휘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은 단어들 가운데 「효풍」과 「취우」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들로 '걸쌍스럽다', '굽죄다', '농치다', '눈찌', '밉둥스럽다', '숙설거리다', '신푸녕스럽다', '사품에', '천착하다' 등이 있다.
(1) 걸쌍스럽다 (예문) <옆에서 장선생이 쉴새없이 걸쌈스럽게(원문조치 : 걸쌍스럽게) 자시는 것이 궁기가 끼어 보이기는 하나 부친 생각도 난다> (「효풍」, 23쪽) (예문) <공복에 양주가 들어가서 식욕을 건드려 놓았는지 영식이가 권하고 말고 없이 걸쌈스럽게(원문조치 : 걸쌍스럽게) 먹는 것을 보고 순제는 마음에 좋아서 자기도 속은 비었건마는 노상 입가에 웃음이 스러질 새 없이 혼자 재깔대며 맥주로 목만 추기고 있다.> (「취우」, 87쪽)
(2) 굽죄다 (예문) <혜란이는 웃음거리, 구경감이나 된 것 같아 혼자 생각에는 아무 굽죌 일이 없다고 버젓이 마음을 먹다가도 자연 얼굴이 홧홧해지며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효풍」, 38쪽) (예문) <영식이는 자기에게 변명을 하며 조금도 마음에 굽죌 것은 없다고 생각하였다.> (「취우」, 80쪽)
(3) 밉둥스럽다 (예문) <무식하고 밉둥스럽고 허풍이나 치며 돈에 눈이 벌개서 돌아다니는 축이요, 더구나 요새로 부쩍 추근추근히 구는 것이 싫기는 하나, 이런 때 자기 신상을 진심으로 염려해 주는 그 말이 솔깃이 들리었다.> (「효풍」, 244쪽) (예문) <사실 순제도 입에서 무심코 나온 말은 아니었다. 아까 차에서 하두 밉둥을 부리던 것이 못마땅해서 꼬집는 소리가 하고 싶었다.> (「취우」, 40쪽)
(4) 숙설거리다 (예문) <숫기좋게 간다 해도 저 색시가 왜 또 왔나? 하고 상하가 눈이 휘둥그래서 숙설거릴 것이니, 비밀은커녕 소문내러 가는 셈일거요, 자연 영감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고 말 것이다.> (「효풍」, 242쪽) (예문) <마나님은 가방을 끌어내다가 마루 끝에 놓으며 순제와 마주 서서 숙설거리고 있는 식모에게 말을 건넨다.> (「취우」, 119쪽)
(5) 신푸녕스럽다 (예문) <외로운 생각, 세상이 신푸녕스러운 생각이 들수록 이 남자가 자기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것만 같고, 남자의 마음이 자기에게서 돌아섰구나 하는 생각이 깊어 갈수록 혜란이에게 투기가 나는 것이다.> (「효풍」, 82쪽) (예문) <마님은 찬찬이 성질을 넘어 가며 신푸녕스럽게 이런 소리를 한다. 사실 순제마저 붙들리거나 하면 그 꼴을 어찌 보랴 싶어 애가 쓰이고 겁도 났다.> (「취우」, 282쪽)
그런가 하면 「효풍」이나 「취우」 속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단어들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내평', '후뿌리다', '죄아치다', '흉하적을 꺼내다', '부덩부덩', '벗버스름하다', '설면설면', '사패를 보다', '숙설숙설', '우중우중', '핀둥이를 주다' 등은 「효풍」에서 두 차례 이상 반복해서 나오고 있고 '거레하다', '물계를 보다', '얼쯤얼쯤' 등은 「취우」에서 반복해서 출현하고 있다.
(1) 후뿌리다 (예문) <청년은 이 영감의 말이 겸사 비슷하면서도 자기를 후뿌리고 면박한 것이 불쾌하건마는 지그시 참았다.> (「효풍」, 129쪽) (예문) <수만이는 혜란이를 지배인으로 시킨다는 데 불평인 점만은 누이와 이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누이가 혜란이를 마구 굴고 후뿌리는 데는 속으로 저를 어쩌나 저를 어쩌나 하면서 가엾어도 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효풍」, 141쪽)
(2) 벗버스름하다 (예문) <이 부인은 병직이 부친이 아들을 어째 못마땅해 하고 태환이부터 그렇게 좋던 사이가 무슨 까닭에 점점 벗버스름하여 가는지 분명히는 알 수 없어도 겉짐작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효풍」, 67쪽) (예문) <그렇게 벗버스름하니까 놓치는 거지. 단념할 수 있으면 단념하는 것두 좋지. 한이 있는 노릇이라구 언제까지 난봉총각 믿고 시집 가겠소> (「효풍」, 304쪽)
(3) 설면해지다 (예문) <점점 추축하는 주위가 달라감을 따라서 피차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지는 않으면서도 설면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효풍」, 192쪽) (예문) <세 여자가 제각기 설면설면하게 우두커니 앉았으니 자기네들도 거북하지마는 누웠는 병인도 편치 않다.> (「효풍」, 199쪽)
(4) 얼쯤얼쯤 (예문) <모르겠에요. 이통에 외래환자는 왔대두 별 수 없었을걸요. 간호부는 얼쯤얼쯤 대꾸를 하고 창황히 달아나 버리었다.> (「취우」, 47쪽) (예문) <두 처녀도 축객이나 당한 것같은 불쾌한 생각으로 얼쯤얼쯤하고 일어서 버렸다.> (「취우」, 97쪽)
염상섭은 주로 의태어로 나타나는 첩어를 애용했던 작가다. 「효풍」에서는 '근실근실', '구순구순', '물끄름말끄름', '부덩부덩', '부숭부숭', '부전부전', '숙설숙설', '숙설죽설', '설면설면', '우중우중', '야죽야죽', '언들번들', '포달포달', '허던지던', '흐리마리', '허선허선', '훗두루맛두루' 등과 같은 낯선 첩어들을 찾아 볼 수 있고 「취우」에서는 '괴괴하다', '뭉싯뭉싯', '비릿비릿', '수선수선', '어리어리', '얼쯤얼쯤', '위룽위룽', '오골오골', '추근추근' 등과 같은 낯선 첩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부덩부덩', '우중우중', '언들번들', '위룽위룽', '허선허선' 등은 국어 대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다. 염상섭이 제시한 어휘들 가운데 뜻이 분명한 것들도 마구 폐어가 되어 가고 있는 판이니 뜻을 모르는 어휘들의 운명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
첫댓글현대문학사에선 등단 직후의 활동 위주로 나오니 염상섭이 이런 작품을 써던 사실은 고사하고 이때 활동했는지조차 몰랐던 얕은 지식..ㅋ 대가는 위기를 창작의 적기로 활용할 줄 안다. 작가는 묘미있고 아름다운 국어의 재현, 보존, 보급 등의 임무를 지닌 존재이다. 음.. /훗두루맛두루가 여기서 나온 말이구나...
첫댓글 현대문학사에선 등단 직후의 활동 위주로 나오니 염상섭이 이런 작품을 써던 사실은 고사하고 이때 활동했는지조차 몰랐던 얕은 지식..ㅋ 대가는 위기를 창작의 적기로 활용할 줄 안다. 작가는 묘미있고 아름다운 국어의 재현, 보존, 보급 등의 임무를 지닌 존재이다. 음.. /훗두루맛두루가 여기서 나온 말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