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이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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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욕심과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하는 기도는 진정한 기도가 아닙니다. 기도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기도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이 시를 읽다보면 기도는 참 쉽고 또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기도란 잠시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천천히 시간을 갖고서 성찰하는 그 순간을 바로 기도라고 시인은 노래합니다. 시에서 말하듯 기도란 만물 앞에 나의 존재를 겸허하게 낮출 때 차분해진 마음이 되어 비로소 얻게 되는 깨달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잠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서 마음속 깊이 둔 사람의 이름을 되뇌며 그를 생각만해도 기도가 되겠네요. 그러면 기도로 시작하는 하루가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