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언제나 현재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럼에도 역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고
특히 유럽이라는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렀는지는
내가 아주 취약한 분야입니다.
그렇게 모른다는 것 때문에 답답해하기도 하고 궁금해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지난번 헌책방에 갔을 때 이 책을 골라 들었습니다.
이번에 읽으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책의 글낯이 ‘세계사 1,2’인데
아무래도 이 책은 ‘세계사’가 아니라 ‘유럽사’라고 해야 맞을 듯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글쓴이가 이 책의 글낯을 ‘세계사’라고 말한 것은
아무래도 이 사람이
유럽중심의 세계관에 세례를 받은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해서
약간은 불편하기도 했지만
내가 알고 싶었고, 궁금해 하던 것들을 살피는 데에는
그동안 읽은 몇 안 되는 ‘세계사’를 다룬 책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으니
그에 대해서는 성공한 셈입니다.
그것이 유럽사거나 세계사거나
역사를 돌아볼 때에 밀고 올라오는 생각은
결국 인간이 살면서 엮어낸 역사라고 하는 것이
살아남으려는 노력과, 거기에 얹힌 탐욕이
시간 위에 엎치락뒤치락 쌓인 것들이라는 것,
그러다 보니 훔치고 뺏고, 속이고 짓밟으며 지배한 일들과
이리저리 이동해야 했던 여러 민족들과
그 때문에 새로운 문화나 역사의 흐름이 생기기도 했고
때로 하나의 문화권이 형성되거나, 새로운 나라가 일어난 일도 있고,
그렇게 스스로를 돌아볼 겨를 없이 숨차게 내닫는 그것이
결국은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고
아직도 그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은 것 같으니
이게 역사의 전부냐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먼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문명이 이집트 문명과 만나고
그러면서 그리스 문명과 철학의 역사로 이어지다가
알렉산더의 마케도니아가 거의 통일했던 유럽 세계,
그것이 로마로 이어지고,
동로마와 서로마로 갈라지기도 하고
훈족, 게르만족, 투르크족, 슬라브족, 부르군드족,
고트족, 앵글로색슨족, 반달족, 몽골족과 같은 거친 부족들의 이동과
거기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고통과 불행 그리고 비극들,
그리고 마침내 카를 대제의 프랑크왕국으로 이어져
그것이 오늘날 유럽 대부분 나라들의 기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뒤늦게 눈을
뜬 유럽은 구제국주의 시기에 다른 대륙을 향해 눈길을 돌리고
문예부흥과 산업혁명, 미국의 독립과 프랑스 혁명 같은 것을 거친 뒤
신제국주의 시대가 되어 전 세계를 지배할 야욕과
그 사이에 내부 모순 때문에 일어난 두 번의 큰 전쟁까지,
이게 유럽 역사의 전부는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자세한 것들에 대해서는 다 알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아무래도 ‘유럽을 말할 정도’는 되어야 하니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하며
아쉬운 대로 책을 덮습니다.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말 하나,
역사는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한 분야이긴 하지만
결코 재미는 없다는 것,
‘인류에 대한 궁극적 물음’에 이르게 하는
훌륭한 길잡이라는 것까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