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물놀이
오늘 5학년까지 올라오니 매실 자연 속 학교가 마무리 됐다. 자연 속 학교 때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잘 놀고, 잘 자고, 잘 먹고, 쉬지 않고 움직이고, 선생들은 아이들 몸 흐름을 살펴 쉬게 하거나 알맞게 일하고 놀도록 이끌었다. 매실 자연 속 학교는 이름이 그렇듯이 일을 많이 하는 자연 속 학교라 아이들 모두 나설 때는 힘들어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 아이들은 즐겁게 일을 하곤 했다. 아이들은 사흘 동안 오전과 오후에 매실을 따고 3시 30분쯤부터 물놀이와 바깥 놀이를 했다. 사흘 째 되는 날에는 점심 먹고 한참을 쉬곤 하던 1, 2학년들이 형들 따라 매실 따러 가겠다 소리 높여 말해서 오후에도 함께 가서 매실을 땄다. 지난해보다 매실 크기가 작고 양도 적지만 산비탈에 큰길을 만들어놓으신 준영인지 할아버지 덕분에 안전하게 매실을 땄다. 매실 따러 내려온 부모님들도 땀을 흘리고 돌아갔다.
함께 자고 먹고 놀며 자연스레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고, 일을 하며 일머리를 늘리며, 설거지와 청소, 밥 짓기를 하면서 스스로 자기 앞가림을 하는 힘을 기르는 자연 속 학교이지만 선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역시 아이들 건강과 안전이다. 아이들 수가 늘어나고 낮은 학년 아이들이 수가 더 많아지면서 학교 안전 교육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어 왔다. 그렇지만 이번 자연 속 학교에서는 섬진강 물놀이로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이와 안전한 곳으로 나오며 옛날 물놀이로 큰 아픔을 겪은 어떤 학교가 떠올랐고 선생들과 아이 탈없음에 얼마나 고마운지 온갖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찼었다.
큰 일이 날 뻔 한 데는 많은 까닭이 있지만 역시나 사고는 순간이라는데 있다. 물놀이를 할 때는 늘 철저하게 긴장하고 안전 규칙을 점검하지만 눈 깜짝 할 사이에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선을 다한들 사고가 나면 무슨 소용인가, 무조건 아이들은 목숨을 위협하는 사고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그것은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다는 것이 모두의 마음이다. 아이들 수가 늘어나고 더 안전에 애써야 한다는 것을 교육 활동에서 늘 살펴오고 늘 말해오던 것이지만, 막상 겪고 보니 옛날 아이들 수가 작을 때 일어나는 것과 차원이 다르게 일이 날 수 있고 사고는 늘 순간임을 다시 깨닫는다. 있어서는 안 될 사고를 겪지 않도록 철저한 평가와 대비가 필요한 때다.
큰 일을 겪으며 선생들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선생이 막을 수 없는 일도 생길 수 있지만 이미 알고 있고 몸에 배인 안전 사고를 막는 구조와 방법도 다시 처음부터 살피기로 했다. 선생들만 해서는 안 되고 아이들과 학교에서 줄곧 애쓸 일이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 함께 만들어야 할 기운, 선생들이 더 살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챙겨야 한다.
자연 속 학교를 가면 선생들은 날마다 아이들이 먹는 것, 자는 것, 노는 것, 싸는 것까지 살피며 아이들 건강을 들여다본다. 생활에서 아이들 기운과 호흡을 조절하고 쉴 때와 놀 때를 깊이 살피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러 바깥 활동과 산에 오르거나 물놀이 할 때는 반드시 안전 규칙을 살피고, 높은 학년과 낮은 학년, 선생들이 고루 섞여 활동을 한다. 물놀이 할 때마다 선생들은 기준선에 서서 아이들을 살피고 아이들 또한 집중과 긴장을 전체의 기운으로 만들어왔다. 수많은 자연 속 학교를 다니면서 자잘한 사고는 늘 있었지만 큰 사건 없이 건강하게 배우고 자란 힘은 선생들과 아이들의 힘 때문이다. 이번 물놀이 사고도 처음의 실수를 큰 사고로 만들지 않고 잘 막은 것은 아이의 침착함과 선생의 빠른 대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이 깨닫게 해준 기회를 잘 살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안전한 놀이와 교육 활동을 위해 우리가 애쓸 것은 무엇인가? 늘 바깥 활동을 하고 자연 속 학교를 다니며 때론 힘들고 어려운 것을 찾아 교육 활동을 하는 우리 학교에서 다시 살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해서 교육 활동을 하지 않고 스스로 위축되어 활동의 폭을 줄일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아이들 안전의 문제로 돌아가면 도시 속 학교에서 훨씬 위험과 사고가 많고 조심할 게 많다. 험하게 노는 사내 애들은 더 그렇다. 자연 속에서도 역시 다치고 사고가 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디서나 사고가 저절로 피해가는 것은 아니기에 전체 구조에서 살필 것, 도시에서 살고 바깥 활동을 많이 하는 우리 아이들이 챙길 것부터 뚜렷하게 해야겠다.
하나, 날마다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가장 먼저다. 사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도시의 많은 차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대상이고, 자전거나 인라인도 차와 만나면 큰 사고가 된다. 하기야 못된 어른들과 못된 어른들의 문화가 더 큰 사고를 부르기도 한다. 살아가며 안전을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둘, 자연 속에서 마음껏 놀며 생기는 안전 사고는 아이들과 선생들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가장 먼저고, 선생들은 아이들과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위험이 닥쳤을 때 침착하게 대비하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줄곧 이야기 해야 한다. 우리가 늘 해 오던 일이지만 큰 일이 있던 뒤 다시 한 번 철저하게 살피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셋, 바깥 활동을 할 때 집중과 긴장의 힘을 더 길러야겠다. 높은 학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래도 마치 자기가 높은 학년 형들인 것처럼 몸을 쓰는 낮은 학년 아이들에게 이야기 나눌게 많겠다. 몸을 안전하게 해야 하는 놀이와 활동을 할 때 선생의 말에 집중하는 연습말이다. 자기 놀이에 빠져 전체 상황을 살피기 힘든 낮은 학년들이 앞으로 줄곧 애써야 할 공부다. 또 높은 학년 아이들이 동생들을 챙기고 보살피는 힘이야 아주 듬직하지만 위험한 상황에 맞게 충분히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전체를 보는 힘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넷, 학교 안전 교육 활동을 줄곧 해오고 있지만 때마다 계획을 세워 일어날 수 있는 사고 유형마다 더 세밀한 안전 교육 활동을 늘려야겠다. 아이들과 선생들이 위축되지 않고 안전의 기본을 지키며 놀이와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애써야겠다.
다섯, 선생들도 안전 교육에 대해 다시 연습하고 살피고 대처 방법을 정리해야겠다. 늘 현장에서 긴장을 놓지 않고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과 함께 문제를 헤쳐 나가야겠지만, 아이들 생명과 바로 이어지는 사고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큰 테두리에서 안전 기준과 원칙을 뚜렷하게 새겨야겠다.
매실 자연 속 학교를 마치며 생각이 많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일놀이로 삶을 가꾸는 자연 속 학교를 기다리는 설레임이 줄곧 이어질 수 있도록 안팎으로 챙길 게 많음을 느낀다. 아이들 수가 많아 늘 빈틈이 생길 수 있는 일이니 아이들 흐름과 놀이 속에 선생이 함께 있고 아이들과 선생들 전체의 기운으로 안전을 챙겨가는 것이 필요하다. 한 달 뒤 물놀이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이 하조대해수욕장에서 실컷 물놀이를 즐길 생각을 하니 섬진강 물놀이가 쓴 보약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