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종과 영조의 아버지 숙종은
대단한 성깔머리의 소유자로
기질이 엄마인 명성왕후를 닮은 것 같다.
유명한 어린이 시절 일화로
궁녀가 머리빗질해줄 때 어찌나
성질을 부려대는지 오죽하면
엄마가 머리를 때려가며 빗겨줘야
했다고 하니 어떤 캐릭터인지 알만하다.
아버지인 현종은 온화하고 유순했건만
그 유전자는 쏙쏙 피하고
호랑이 같은 엄마를 빼다 닮았는 게...
그게 얼마나 강력한 유전자인지
아들인 영조에게도 그대로
전달이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심지어 자식들에게까지 이상한
성격을 부렸던 영조의 여러 모습을 보면
부전자전이라 숙종도 영조도
못 말리는 찐 성격장애자 같다.
숙종은 부계 모계 전부 완벽한 적통 출신.
장남에서 장남으로 이어진 파워 혈통에
엄마에게 꽉 쥐어 살아 그랬는지
변변한 후궁 하나 없었던 아버지였던지라
그 흔한 이복형제도 없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서
하고 싶은 거 몽땅 다 하고 간
조선의 역대급 왕이라 할 수 있다.
(연산군보다는 못 했겠지만 )
참고 (가계도) : 현종-숙종-경종-영조-정조
자아가 무척 강한 데다가
불같은 성정을 지닌 숙종은
성미가 참으로 급했다.
죄의 혐의가 의심 되는 자는 일단은
감옥에 잡아넣고 곤죽을 친 다음에
사실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니
사태 파악을 하기도 전에
매부터 먼저 때리고 보는
다혈질의 캐릭터였던 것 같다.
성급한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시간이 흐르면 후회할 일들이
많아지는 법이다.
그래서 장희빈에게도
우선 사약부터 내리고 본 숙종은
그녀의 죽음 이후 서둘러 죽인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야사에서 전해지는 것과는 달리
희빈 장씨는 아들 경종을 위해
어명을 받고 순순히 자결로서
삶을 마감했고 지금은 서오릉에
잠들어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의 무덤에서 소원을 빌면
남친이 생긴다는 소문이 돌아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장희빈 무덤에서
춤을 추는 싱글녀들이 있었다고도 하는데
왜 이런 소문이 퍼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5년을 주기로 환국정치를 하면서
인현왕후 들어가, 장희빈 나와.
장희빈 들어가, 인현왕후 나와.
뭐 이런 빌런 짓으로 자기 와이프들을
번갈아 초주검을 만들어가면서
자식까지(경종) 골병들게 한
냉혹한 숙종이었지만
그는 의외로 마음 따뜻한
냥덕후였다.
어느 날 궁궐 안을 걷다가
굶주려 죽어가는 치즈냥이를
발견한 숙종은 품에 품고 데려와서
금덕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키우는데
금덕이가 새끼냥이를 낳고 죽자
시를 지어 애도하며 장례식도 치러줬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숙종은 진정한 냥집사로 거듭났다.
어미를 잃고 남겨진 새끼냥이 금손이를
금이야 옥이야 해가며
업어 키우다시피 하면서 밥도 먹이고
나랏일을 할 때도 곁에 두고
한 이불을 덮고 함께 잘 정도로
아끼고 사랑했다.
임금이 어화둥둥해주는 냥이라니!
이런 걸 보면 동물들도
운명이란 게 따로 있나 보다.
금손이도 얼마나 숙종을 사랑했던지
숙종이 눈을 감자 며칠을 슬퍼하다가
따라서 죽었다고 한다.
숙종의 능인 명릉 옆에 조그마한 무덤이
바로 금손이의 무덤.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가족의 희생도 서슴치 않았던 숙종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같았건만
그에게도 이런 애틋한 감성이
숨어있을 줄이야.
그의 마음은 봄과 겨울 어딘가를
수시로 왔다갔다 했던 것 아닐까.
두 얼굴의 사나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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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띠들동행
다이나믹 조선 왕(2)-두 얼굴의 냥덕후 숙종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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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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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시 무비님
재미있게 읽었어요~
모르던 숙종의 고양이 사랑!
재미있는 왕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많아요~
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역사속 왕들의 얘기는 유난히 재밌네요
그래서 역사가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