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고민되네요.^^;
부모의 역할(부모가 만능은 아니잖아)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뭘까? 지금 부모의 부모 세대가 간혹 하시는 말씀이 있다. “세상 좋아졌어. 요즘 엄마들 애 키우기 참 편해. 빨래며 설거지, 청소까지 기계가 다 해주고, 밥도 학교에서 다 주는데 요즘 엄마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원......” 예전엔 집에서 먹고 자고 기본적인 생활만 책임지고 교육은 학교에서 맡아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예전엔 내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보고 알고 살았지만 지금은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몰라도 될 것까지 알게 되고 비교가 되니 부모들은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주기 위해 공들인다. 오히려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그 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선별해내고, 내 아이에게 맞는 디지털 교육 방법을 찾는 것까지 부모의 역할이 되었다.
‘셀 수 없는 정보’중에서 내게 필요한 것을 빠르고 쉽게 찾아내는 능력은 디지털 교육의 첫 번째 과제이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검색’과 번역기‘는 지능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능력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가장 기본이다.(p.61)
- ’협동조합 소요‘ 이재포 이사장
왜 모든 교육을 부모가, 특히 엄마가 해야 합니까? 교육의 많은 부분은 학교에서 해야 하고, 어떤 건 국가가, 어떤 건 시민단체가 해야 하거든요. 그럼에도 디지털 육아를 말하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아이들의 경험이 가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가장 기초적인 것만 해줄 수 있으면 돼요. 부모가 조금만 알고 있으면 좀 더 좋은 체험을 제공해줄 수 있으니까요.(p.72)
경인교대 정현선 교수
<Z세대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민들레 편집실 엮음)에는 10명의 저자의 글이 나온다. 그중 아래 저자의 글에서 과거의 나와 비슷한 사례가 있어 당시를 회상해 본다.
“너무 어린 나이에 동영상을 많이 보면 전두엽이 손상될 수 있으며, 독서 능력은 후천적으로 학습된 인류의 자산이라 어려서부터 훈련하지 않으면 그 능력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동영상을 조기에 접하는 것이 아이의 뇌 발달을 저해하고 나아가 아이의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에 일단 과감히 모든 시청각 매체를 끊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책을 더 열심히 읽어주었다.”(p.127)
삼형제를 홈스쿨링으로 키우는 한기영 저자.
EP.1)
나도 큰아이가 어릴 적에 위와 비슷한 영상을 보았다.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미디어를 볼 때의 두뇌는 거의 활성화가 되지 않아 파랗고, 책을 읽을 때에는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붉은색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 1시간씩 영상을 시청할 경우 중독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당시 나는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유치원생이었던 아이에게 매일같이 1시간 정도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약속된 시간이 지나 텔레비전을 끄면 아이는 그때부터 짜증을 냈다. 그렇게 아이와 실랑이가 오고가던 때라 나는 결단을 내렸다. 아이에게 매일같이 이렇게 실랑이하는 것이 너무 힘드니 평일에는 텔레비전을 보여 주지 않고 주말에만 보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당시에는 물론 힘든 과정이 있었겠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는 심심했던지 혼자 책을 보기 시작했다. 글을 잘 읽을 줄 몰랐던 시기였는데 그림을 보고 엄마가 읽어줬던 내용을 상기시키며 보는 듯했다.
EP,2)
그리고 초등3학년이 된 어느 날이었다.
“엄마, 나는 왜 평일에 텔레비전을 못 봐?”하고 아이가 물었다. 그래서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이제는 그 규칙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는 평일에는 티비 보고 주말에 안 볼래.”
나는 알았다고 대답했고 일주일간 아이는 평일에 1시간씩 신나게 텔레비전을 보았다. 그리고 주말이 되었다. 다른 때 같으면 주말에 영상을 덜 보도록 데리고 놀러 나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이를 심심하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이틀동안 텔레비전도 못 보고 지루했던 아이는 주말이 지나고 다시 말했다.
“엄마, 나 그냥 평일에 안 보고 주말에 볼래.”
“그럴래? 알았어.” 난 태연한 척 대답했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웃었다.
EP.3)
우리 집에서 게임은 남편 담당이다. 남편은 텔레비전과 게임을 좋아했다. 결혼 당시 컴퓨터와 닌텐도위 게임기를 제일 먼저 사들일 만큼. 아이가 어릴 적에도 나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올 때면 함께 닌텐도위 스포츠게임 같은 걸 함께 했다. 그런데 아이가 점점 커감에 따라 난 거실을 서재화하고자 했고 텔레비전을 아예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버리면 자기도 같이 버리라는 남편의 말에 차마 버릴 수가 없었고 빈 방으로 쓰던 작은 방으로 텔레비전을 밀어냈다. 그런데 남편도 집에 들어오면 작은 방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들이 8~9살쯤이었던 어느날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게임을 왜 싫어해?”
“엄마도 어렸을 때는 게임 좋아했어.”
“근데 지금은 왜 안 해?”
“게임을 하면 재밌으니까 한번 시작하면 멈추는 게 잘 안 되더라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게 돼. 그래서 아예 시작을 안 하는 거야. 지금은 할 일도 많은데 그러면 안 되잖아.”
그렇게 말했는데도 아이는 주말이면 엄마도 같이 게임을 하길 바랐다. 그래서 하루는 날을 잡고 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식사 1~2시간 전부터 누워서 핸드폰 게임을 했다. 저녁밥 먹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가 밥을 차려주지 않자 아들이 배고프다고 밥 달라는 소리까지 했지만, 바로 밥을 차려주지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라고 말하며 기어이 아이가 한참 배고파한 뒤에 밥을 차려줬다. 이후 아들은 엄마에게 같이 게임하자는 소리를 거의 하지 않았다.
나는 지극히 통제형 부모다. 디지털이 미치는 나쁜 면만을 생각하고 통제하기에 바빴다. 세상은 재미난 미디어들로 넘쳐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내가 싫다고 막을 수만은 없지만 최대한 그 재미를 늦게 알려주고 싶었다. 재미난 건 알려주지 않아도 빠져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3~4살짜리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걸 보면 아이들도 본능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디지털 기술인 것 같다.
나는 아날로그 방식을 먼저 익힌 뒤에 디지털을 접해도 충분히 습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미디어 노출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방법을 선택했다. 부모가 육아를 하기에도 힘든데 디지털 리터러시까지 배워서 가르쳐야 한다니. 그냥 가정에서 미디어 사용 시기를 최대한 통제하고 초등 고학년 이상의 나이가 되었을 때 공교육에서 디지털 리터리시 교육을 해주면 안 될까!
첫댓글 에피소드를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텔레비전을 자기와 함께 버리라는 말, 일부로 밥 안 차려주고 게임만 하는 이야기. 영경쌤의 고민이 느껴지면서도 유쾌한 글이에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질 때까지 통제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어른도 조절하기 힘든 게 스마트기기인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디지털 교육을 공교육에서 해주면 좋겠지만, 그걸 기다리다가 아이들 다 클 거 같아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요즘은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공교육에서도 디지털 교육을 하고 있어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들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배우고, 중학교는 ‘디벗’ 사업이라고 학생들에게 패드 나눠주고 스마트 교육도 하고 수업에도 활용하기도 해요.
아이들이 그 이전에 디지털 기기를 게임과 유튜브로 먼저 접하는 것이 문제죠.ㅠㅠ
와, 샘. 이거 샘한테 모임하면서 다 들었던 얘기인데, 빨려들어가며 읽었네요!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흥미진진,흥미진진!
오늘 산문으로 당첨!
https://blog.naver.com/noworry21/223173163642
'부모가 만능은 아니잖아' 제목으로 좋아요.
히힛~~ 감사합니다^^
송아 샘의 칭찬을 먹고 자랍니다! 쑥~쑥~
아이들이 좋은 어머니를 만나서 바르게 자랄 것 같단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지혜로운 육아법 얘기해주세요! 👍👍👍👍
아… 부끄럽네요^^;
칭찬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