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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진의 숲 카페》
## 제60화 ― 「마지막 주문은 없습니다」
늦가을의 끝자락이었다.
숲에는 겨울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었다. 나무들은 잎을 거의 떨구었고, 카페 앞 오솔길에는 바람에 밀려온 낙엽들이 모여 있었다.
해가 짧아진 탓에 오후 다섯 시만 지나도 숲은 어둑해졌다.
소진은 카페 안의 조명을 하나씩 켰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은 검은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지들이 서로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은 손님이 많지 않았다.
오전에 두 사람이 다녀갔고, 오후에는 동네 아주머니 세 분이 국화차를 마시고 돌아갔다.
마지막 손님이 나간 것은 여섯 시 조금 전이었다.
소진은 빈 찻잔을 정리했다.
“오늘은 일찍 닫아야겠네.”
혼잣말을 하며 찻주전자를 씻었다.
지영은 그날 카페에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밥을 파는 날도 아니었고, 소진은 혼자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벽시계는 여섯 시 사십오 분을 가리켰다.
소진은 카운터 위에 놓인 작은 팻말을 뒤집었다.
오늘 영업을 마칩니다.
그때였다.
딸랑.
문 위의 작은 종이 울렸다.
소진이 고개를 들었다.
문 앞에 노인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듯한 남자였다.
짙은 회색 외투를 입고 있었고, 한 손에는 오래된 가죽가방을 들고 있었다.
머리는 희끗희끗했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맑았다.
“저…….”
노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아직 차 한 잔 마실 수 있겠습니까?”
소진은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문을 닫으려던 참인데요.”
노인은 고개를 숙였다.
“아, 그렇군요. 늦었네요.”
그는 다시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럼 다음에 오겠습니다.”
소진은 잠시 망설였다.
노인의 구두에는 흙이 묻어 있었다.
꽤 먼 길을 걸어온 듯했다.
가죽가방도 무거워 보였다.
소진이 말했다.
“잠깐만요.”
노인이 돌아보았다.
“차 한 잔은 괜찮아요.”
“정말입니까?”
“네. 들어오세요.”
노인의 얼굴에 작은 웃음이 번졌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마지막 손님이 들어왔다.
### 1. 늦은 시간의 대추차
노인은 창가에 앉았다.
평소 손님들이 많이 찾는 자리였다.
낮에는 숲이 잘 보이고, 저녁에는 창문에 비친 카페 안의 불빛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자리였다.
소진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어떤 차 드릴까요?”
노인은 메뉴판을 천천히 살폈다.
“대추차가 있군요.”
“네.”
“그럼 대추차 한 잔 부탁합니다.”
“달게 해드릴까요?”
노인은 잠시 생각했다.
“조금만 달게 해주십시오.”
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서 대추차를 준비하는 동안 노인은 가죽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서 작은 수첩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안경을 썼다.
수첩을 펼쳐 무엇인가를 확인했다.
소진은 따뜻한 대추차를 내왔다.
“뜨거우니까 천천히 드세요.”
노인은 찻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향이 좋군요.”
“대추를 오래 달였어요.”
노인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참 좋네요.”
“처음 오셨어요?”
“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노인은 웃었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길가에 작은 안내판이 있더군요.”
“아, 숲길 입구에 있는 거요?”
“네. 차 한 잔 마시고 가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소진은 미소 지었다.
“잘 찾아오셨어요.”
노인은 다시 차를 마셨다.
한참 뒤 조용히 말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소진은 노인을 바라보았다.
“무엇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셨어요?”
노인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제 일 말입니다.”
### 2. 마흔여덟 해의 시간
노인의 이름은 강태섭이었다.
일흔여섯 살.
그는 그날 아침까지 작은 구두 수선점을 운영했다.
정확히 마흔여덟 해였다.
스물여덟 살에 처음 가게를 열었다.
그때는 시장 입구에 작은 나무 간판을 걸었다.
강씨 구두수선
간판 아래에는 낡은 의자 하나와 작은 작업대가 있었다.
처음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하루 종일 구두 한 켤레도 맡지 않는 날이 있었다.
그래도 태섭은 매일 아침 가게 문을 열었다.
구두약을 정리하고, 망치를 닦고, 바늘과 실을 준비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였다.
손님이 늘었다.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구두를 맡겼다.
학생들이 떨어진 운동화 밑창을 붙여달라고 했다.
시장 상인들은 낡은 작업화를 들고 왔다.
태섭은 구두를 고쳤다.
가죽을 닦고, 밑창을 갈고, 끊어진 끈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태섭이 말했다.
“그런데 오래 하다 보니 조금 달라지더군요.”
“어떻게요?”
소진이 물었다.
“구두만 보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태섭은 웃었다.
“그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지요.”
### 3. 구두에 남은 이야기
어느 날 젊은 남자가 구두 한 켤레를 들고 왔다.
밑창이 닳아 있었다.
“아저씨, 이거 오늘 안에 고칠 수 있어요?”
태섭이 물었다.
“급해요?”
“내일 면접이거든요.”
태섭은 구두를 살폈다.
“새 구두 하나 사지 그래요?”
청년은 머쓱하게 웃었다.
“그럴 형편이 안 돼서요.”
태섭은 아무 말 없이 구두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정성껏 수선했다.
구두약도 발랐다.
청년이 돈을 내려고 하자 태섭은 말했다.
“면접 잘 보고 와요.”
“수선비는요?”
“취직하면 그때 줘요.”
몇 주 뒤 청년이 다시 찾아왔다.
“아저씨!”
“왜요?”
“저 붙었어요!”
태섭은 웃었다.
“잘됐네.”
청년은 수선비를 내밀었다.
그리고 작은 빵 봉투 하나를 건넸다.
“이것도 드세요.”
태섭은 빵을 받아들었다.
그날 빵이 유난히 맛있었다고 했다.
또 어떤 날은 할머니 한 분이 오래된 구두를 들고 왔다.
“이거 좀 고쳐주세요.”
구두는 많이 낡아 있었다.
태섭이 말했다.
“새로 사시는 게 낫겠는데요.”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이거 우리 영감이 사준 거예요.”
“그러세요?”
“결혼하고 처음 받은 선물이에요.”
태섭은 구두를 다시 살폈다.
가죽은 낡았지만 손질하면 조금 더 신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밑창을 갈고, 안쪽을 덧대고, 가죽을 닦았다.
할머니는 수선된 구두를 받아들고 한참 바라보았다.
“새것 같네.”
태섭이 웃었다.
“새것은 아니지요.”
할머니가 말했다.
“그래서 더 좋아요.”
태섭은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 4. 마지막 영업일
세월이 흘렀다.
시장은 변했다.
큰 상가가 들어섰다.
사람들은 구두를 고치기보다 새로 사는 일이 많아졌다.
운동화도 예전과 달라졌다.
수선하기 어려운 재질이 많아졌다.
손님은 점점 줄었다.
태섭도 나이가 들었다.
손가락 마디가 굵어졌고,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팠다.
작은 바늘귀에 실을 꿰는 일도 예전만큼 쉽지 않았다.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 이제 그만 쉬세요.”
딸도 말했다.
“아버지, 충분히 하셨어요.”
태섭은 웃으며 대답했다.
“조금만 더 하지.”
그 조금이 일 년이 되고, 다시 일 년이 되었다.
그러다가 지난봄, 태섭은 결심했다.
올해 가을까지만 하기로.
마흔여덟 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가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공구를 닦았다.
남은 재료를 정리했다.
단골손님들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마지막 영업일이었다.
아침부터 태섭은 평소처럼 가게 문을 열었다.
작업대에 앉았다.
망치를 꺼냈다.
구두약을 정리했다.
모든 것이 익숙했다.
그런데 마음은 조금 달랐다.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그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오전에는 오래된 단골 한 사람이 찾아왔다.
“정말 오늘까지 하세요?”
“네.”
“섭섭해서 어쩌나.”
“저도 그렇습니다.”
점심 무렵에는 옆 가게 주인이 떡을 가져왔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태섭은 웃었다.
“고맙습니다.”
오후에는 젊은 여자가 구두 한 켤레를 맡겼다.
“아저씨, 이거 고칠 수 있을까요?”
태섭은 구두를 살폈다.
굽이 조금 떨어져 있었다.
“금방 됩니다.”
그는 구두를 고쳤다.
여자가 돈을 내고 돌아갔다.
그것이 마지막 수선이었다.
태섭은 작업대를 정리했다.
망치를 제자리에 놓았다.
구두약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가게 문을 잠갔다.
마흔여덟 해 동안 수없이 반복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내일은 이 문을 열지 않는다.
태섭은 한참 가게 앞에 서 있었다.
### 5. 끝났다는 생각
“섭섭하셨겠어요.”
소진이 말했다.
태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요?”
“생각보다 더 이상하더군요.”
그는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내일 아침에는 어디로 가야 하나 싶었습니다.”
소진은 조용히 들었다.
“마흔여덟 해 동안 아침이면 늘 가게로 갔거든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몸이 조금 좋지 않아도.
태섭은 가게로 갔다.
그곳에는 늘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고쳐야 할 구두가 있었다.
기다리는 손님이 있었다.
그런데 내일부터는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에는 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태섭이 말했다.
“늦잠도 자고, 산책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좋은데요.”
“그렇지요.”
태섭은 웃었다.
“그런데 막상 가게 문을 닫고 나니까 겁이 나더군요.”
“무엇이요?”
“아무도 저를 찾지 않을 것 같아서요.”
소진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
태섭은 조용히 덧붙였다.
“그동안은 누군가가 늘 저를 찾았습니다. 구두를 고쳐달라고요.”
“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잖습니까.”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내가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게 생각보다 허전했습니다.”
### 6. 버스 한 대
태섭은 가게 문을 닫고 곧장 집으로 가지 않았다.
집에 가면 아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고, 태섭에게 물을 것이다.
“오늘 어땠어요?”
태섭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시장 앞 정류장에 앉았다.
버스가 왔다.
태섭은 아무 생각 없이 올라탔다.
“어디까지 가세요?”
기사가 물었다.
태섭은 잠시 망설였다.
“종점까지 가겠습니다.”
버스는 시내를 벗어났다.
아파트가 줄어들고, 논밭이 나타났다.
산이 가까워졌다.
태섭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그는 늘 같은 길을 오갔다.
집에서 가게로.
가게에서 집으로.
가끔 병원이나 시장을 다녀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날은 처음 보는 길을 달리고 있었다.
버스가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기사가 말했다.
“종점입니다.”
태섭은 버스에서 내렸다.
찬바람이 불었다.
멀리 숲이 보였다.
그리고 길가에 작은 안내판 하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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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은 안내판을 바라보았다.
“차나 한 잔 마시고 가야겠구나.”
그렇게 숲길을 걸어왔다.
### 7. 끝이 아니라는 말
소진은 대추차를 조금 더 따라주었다.
“그래서 아까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무슨 말이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요.”
태섭은 웃었다.
“네.”
“무슨 뜻이세요?”
태섭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생각했습니다.”
“네.”
“나는 오늘 구두 수선점을 그만뒀지, 사는 걸 그만둔 건 아니잖습니까.”
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섭은 계속 말했다.
“그런데 왜 모든 게 끝난 것처럼 생각했을까요?”
“오랫동안 하시던 일이니까요.”
“그렇겠지요.”
태섭은 찻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가게 문을 닫으면서 제 인생의 중요한 부분 하나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처음 보는 길을 오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태섭은 웃었다.
“가게 문 하나 닫았다고 세상의 모든 문이 닫히는 건 아니구나.”
소진도 미소 지었다.
### 8. 오래된 가죽가방
태섭은 옆에 놓인 가죽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작은 공구 몇 개가 들어 있었다.
구두 수선용 망치.
송곳.
가죽을 자르는 칼.
그리고 낡은 구두솔.
소진이 물었다.
“이건 왜 가져오셨어요?”
“버리기가 아까워서요.”
태섭은 망치를 꺼냈다.
손잡이가 반질반질했다.
오랜 세월 손에 닿아 닳은 흔적이었다.
“이 망치가 저보다 일을 더 많이 했을 겁니다.”
소진이 웃었다.
“정말 오래 쓰셨나 봐요.”
“가게 처음 열었을 때부터 썼으니까요.”
“마흔여덟 해를요?”
“네.”
태섭은 망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이상하지요?”
“뭐가요?”
“가게는 문을 닫았는데 이 망치는 아직 쓸 만합니다.”
소진은 망치를 바라보았다.
“그럼 앞으로도 쓰시면 되겠네요.”
태섭이 웃었다.
“어디에요?”
소진은 잠시 생각했다.
“구두 고칠 일이 또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렇겠지요.”
태섭은 망치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때였다.
딸랑.
카페 문이 열렸다.
### 9. 떨어진 구두 굽
“소진 씨!”
지영이었다.
흰 셔츠 위에 짙은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손에는 작은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
“아직 안 닫았어요?”
“이제 닫으려고.”
“그럼 이거만 놓고 갈게요.”
지영은 카운터 위에 종이봉투를 올려놓았다.
“뭔데?”
“내일 쓸 무말랭이요. 집에서 좀 말렸어요.”
소진이 웃었다.
“그걸 이 시간에 가져왔어?”
“내일 아침에 잊어버릴까 봐요.”
지영은 돌아서려다가 발을 멈췄다.
“어?”
“왜?”
“구두가 이상하네.”
지영은 한쪽 발을 들어보았다.
구두 뒤축이 조금 벌어져 있었다.
“이거 언제 이렇게 됐지?”
소진이 말했다.
“많이 걸어 다니니까 그렇지.”
“내일 신어야 하는데.”
그때 태섭이 말했다.
“잠깐 보여주시겠습니까?”
지영이 돌아보았다.
“네?”
태섭은 구두를 가리켰다.
“제가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
지영은 잠시 망설이다 구두를 벗었다.
태섭은 뒤축을 살폈다.
“접착이 조금 떨어졌군요.”
“고칠 수 있어요?”
태섭이 웃었다.
“제가 평생 하던 일입니다.”
소진이 말했다.
“이분이 오늘까지 구두 수선점을 하셨대.”
지영이 놀랐다.
“정말요?”
태섭은 가죽가방을 열었다.
“마침 공구도 있군요.”
### 10. 마지막 수선이 아니었다
태섭은 작은 작업을 시작했다.
소진은 카페 뒤편에서 오래된 신문지를 가져왔다.
지영은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태섭은 구두 뒤축을 살피고, 접착면을 정리했다.
가방에서 작은 수선 재료를 꺼냈다.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구두를 고쳤다.
지영이 감탄했다.
“손이 정말 빠르시네요.”
태섭이 웃었다.
“오래 했으니까요.”
소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허전하다고 말하던 노인의 얼굴이 달라져 있었다.
집중하고 있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눈빛도 또렷해졌다.
잠시 후 태섭은 구두를 내려놓았다.
“다 됐습니다. 다만 충분히 굳을 때까지는 조심해서 신으셔야 합니다.”
지영이 구두를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지영이 지갑을 꺼냈다.
“얼마 드리면 될까요?”
태섭은 손을 저었다.
“됐습니다.”
“그래도 수선해주셨는데요.”
태섭이 웃었다.
“오늘은 영업 끝났습니다.”
소진이 웃었다.
“그럼 공짜예요?”
태섭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렇지요.”
지영이 웃었다.
“그럼 다음에 밥 한 끼 대접하겠습니다.”
태섭이 고개를 들었다.
“밥이요?”
“제가 여기서 일주일에 한 번 밥을 합니다.”
“그러세요?”
“네. 다음에 오시면 한 상 차려드리겠습니다.”
태섭은 웃었다.
“그거 좋군요.”
### 11. 새로운 약속
지영이 돌아간 뒤 태섭은 한참 웃었다.
소진이 물었다.
“왜 웃으세요?”
“참 이상해서요.”
“뭐가요?”
“오늘 마지막으로 구두를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태섭은 가죽가방을 바라보았다.
“또 고쳤네요.”
소진도 웃었다.
“그러게요.”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 구두를.”
“네.”
태섭은 고개를 저었다.
“세상일이라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소진이 말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일이 꼭 마지막은 아닌가 봐요.”
태섭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봅니다.”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돈 받고 구두를 고치는 일은 그만하고 싶습니다.”
“그럼요?”
“가끔 누가 부탁하면 도와줄 수는 있겠지요.”
소진이 웃었다.
“좋은데요.”
“그렇지요?”
태섭은 가방을 닫았다.
“일을 그만두는 것과 내가 할 줄 아는 일을 잊어버리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요.”
소진은 그 말을 오래 마음에 담았다.
### 12.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밤이 깊어졌다.
소진은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여덟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태섭도 시계를 보았다.
“아이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요.”
“집에 연락하셨어요?”
소진이 물었다.
태섭은 고개를 저었다.
“아내가 기다리겠네요.”
그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
전화기 너머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예요? 가게 문 닫았다면서 왜 안 와요?”
태섭이 웃었다.
“나 지금 숲에 있어.”
“숲이요?”
“카페에 왔어.”
“갑자기 무슨 카페예요?”
“그냥 버스 타고 오다 보니.”
아내는 잠시 말이 없었다.
“괜찮아요?”
“그럼.”
태섭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참 이상한 하루였어.”
“왜요?”
“가게도 닫고, 처음 보는 데도 와보고.”
“그래서요?”
태섭은 소진을 바라보았다.
“구두도 한 켤레 더 고쳤어.”
전화기 너머에서 아내가 웃었다.
“당신은 구두하고 인연을 못 끊겠네.”
태섭도 웃었다.
“그런가 봐.”
그리고 말했다.
“내일부터는 우리 좀 놀러 다닙시다.”
아내가 놀란 듯 물었다.
“어디를요?”
“여기저기.”
“갑자기요?”
“이제 시간이 많잖아.”
아내는 한참 웃었다.
“그 말 기다리느라 나도 오래 걸렸네요.”
태섭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러게. 많이 기다렸지.”
### 13. 다음 주의 손님
일주일이 지났다.
지영이 밥을 파는 날이었다.
그날 메뉴는 버섯밥과 들깨미역국이었다.
소진은 오전부터 분주했다.
지영은 주방에서 버섯을 손질하고 있었다.
“오늘 손님 많이 오실까요?”
소진이 물었다.
“글쎄요.”
“지난번 그 어르신 오실까?”
지영이 웃었다.
“오시면 좋죠.”
“밥 대접한다고 했잖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점심 무렵이었다.
딸랑.
문이 열렸다.
소진이 고개를 들었다.
태섭이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는 비슷한 연배의 여자가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태섭이 웃었다.
“기억하십니까?”
소진이 반갑게 말했다.
“그럼요.”
태섭은 옆의 여자를 소개했다.
“제 아내입니다.”
여자가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태섭이 말했다.
“지난번에 밥 먹으러 오라고 하셔서요.”
주방에서 지영이 나왔다.
“어르신!”
“아이고, 구두는 괜찮습니까?”
지영이 웃었다.
“덕분에 잘 신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어서 앉으세요. 오늘 밥 맛있게 해드리겠습니다.”
태섭 부부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지난번 태섭이 혼자 앉았던 자리였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
### 14. 아내가 기다린 시간
지영이 밥상을 가져왔다.
버섯밥.
들깨미역국.
두부조림.
나물.
김치.
태섭의 아내가 웃었다.
“아이고, 맛있겠네요.”
지영이 말했다.
“많이 드세요.”
태섭은 밥을 한 숟갈 먹었다.
“좋습니다.”
아내도 국을 먹었다.
“정말 맛있네요.”
소진은 두 사람에게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었다.
아내가 말했다.
“우리 영감이 이 카페 이야기를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태섭이 웃었다.
“내가 언제.”
“집에 와서 계속 그랬잖아요.”
아내는 소진을 바라보았다.
“가게 문 닫은 날에 여기 왔다면서요.”
“네.”
“그날 집에 와서는 표정이 달라졌어요.”
소진이 물었다.
“어떻게요?”
아내는 잠시 생각했다.
“가벼워 보였어요.”
태섭은 밥을 먹다가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랬어?”
“그랬지.”
아내는 웃었다.
“사실 저는 오래전부터 기다렸거든요.”
“무엇을요?”
“이 사람이 가게 말고 다른 데도 좀 바라보기를요.”
태섭은 조용히 아내의 말을 들었다.
“평생 가게만 다녔어요. 쉬는 날에도 가게 걱정, 여행 가서도 가게 걱정.”
“그랬지.”
“이제는 같이 좀 걸어 다니고 싶어요.”
태섭은 웃었다.
“그러려고.”
아내도 웃었다.
“말만 하지 말고요.”
### 15. 처음 시작하는 여행
식사를 마친 뒤 태섭은 가죽가방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소진이 물었다.
“그건 뭐예요?”
“여행 계획입니다.”
“어디 가시게요?”
“아직 멀리는 못 갑니다.”
태섭은 종이를 펼쳤다.
그 안에는 장소가 몇 군데 적혀 있었다.
바닷가.
오래된 기차역.
국화축제가 열리는 마을.
작은 온천.
그리고 산책길.
소진이 웃었다.
“많이 적으셨네요.”
태섭도 웃었다.
“가게 정리하면서 생각해봤습니다.”
아내가 말했다.
“이 사람이 요즘 아주 바빠요.”
“왜요?”
“여행 갈 곳 찾느라고요.”
태섭이 웃었다.
“할 일이 생겼잖아.”
아내도 웃었다.
“이제는 나하고 같이하는 일이네요.”
소진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태섭은 마흔여덟 해 동안 구두를 고쳤다.
그리고 이제는 아내와 함께 새로운 길을 걸으려 하고 있었다.
### 16. 구두 수선점이 남긴 것
며칠 뒤 태섭은 다시 카페에 들렀다.
이번에는 혼자였다.
소진이 물었다.
“오늘은 어르신 혼자 오셨어요?”
“네. 아내는 친구 만나러 갔습니다.”
“그럼 대추차 드릴까요?”
“좋지요.”
태섭은 창가에 앉았다.
그리고 가죽가방에서 작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이거 한번 보시겠습니까?”
소진은 사진을 받았다.
오래된 구두 수선점이었다.
낡은 간판.
작은 작업대.
그리고 젊은 태섭.
“이게 처음 가게 열었을 때입니다.”
“젊으셨네요.”
태섭이 웃었다.
“그때는 나도 젊었지요.”
소진은 사진을 바라보았다.
“멋있네요.”
태섭은 잠시 사진을 바라보았다.
“가게는 없어졌지만 이 시간이 없어진 건 아니더군요.”
“네.”
“내가 고친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겠지요.”
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요.”
태섭은 웃었다.
“그거면 됐습니다.”
### 17. 작은 부탁
태섭은 대추차를 마시다가 소진에게 물었다.
“혹시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카페에 작은 게시판이 있습니까?”
“게시판이요?”
“네.”
소진은 카운터 옆 벽을 가리켰다.
“손님들이 메모 붙이는 곳이 있어요.”
태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기에 종이 한 장 붙여도 되겠습니까?”
“어떤 종이요?”
태섭은 가방에서 작은 메모를 꺼냈다.
소진은 그것을 읽었다.
구두가 조금 망가졌다고 바로 버리지 마세요.
고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오래된 구두를 손질하는 방법이 궁금하면 수요일 오후에 이 카페에서 저를 찾아주세요.
강태섭 드림
소진은 웃었다.
“어르신, 다시 구두 수선 시작하시는 거예요?”
태섭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데요?”
“돈 받고 일하는 건 그만했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냥 제가 아는 걸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소진은 메모를 다시 읽었다.
“좋은 생각이네요.”
태섭이 웃었다.
“그렇습니까?”
“네.”
소진은 메모를 게시판에 붙였다.
### 18. 새로운 수요일
그다음 수요일.
태섭은 오후 세 시에 카페에 왔다.
소진이 물었다.
“오늘도 대추차요?”
“네.”
태섭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잠시 뒤 젊은 남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손에는 낡은 구두 한 켤레가 들려 있었다.
“저…….”
남자가 소진에게 물었다.
“혹시 구두 고치는 법 알려주시는 어르신 계세요?”
소진이 웃었다.
“저기 앉아 계세요.”
남자는 태섭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태섭이 고개를 들었다.
“어서 오세요.”
“게시판 보고 왔습니다.”
“그러세요?”
남자는 구두를 보여주었다.
“이거 제가 직접 손질해보고 싶어서요.”
태섭은 구두를 받아 살폈다.
“어디 한번 봅시다.”
그는 구두를 돌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어렵지 않습니다.”
남자는 웃었다.
“정말요?”
“네. 천천히 하면 됩니다.”
태섭은 가방을 열었다.
작은 구두솔과 가죽 손질 도구를 꺼냈다.
그리고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진은 카운터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태섭의 얼굴은 환했다.
마흔여덟 해 동안 익힌 기술이 새로운 사람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 19. 고쳐 쓰는 마음
그날 이후 수요일 오후에는 가끔 태섭을 찾는 사람들이 왔다.
구두를 손질하는 방법을 묻는 사람.
낡은 가죽가방을 관리하는 방법을 묻는 사람.
구두약을 어떻게 발라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
태섭은 자신이 아는 만큼 알려주었다.
어려운 수선은 전문 수선점에 맡기라고 했다.
직접 할 수 있는 간단한 손질만 설명했다.
그는 더 이상 가게 주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구두를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 지식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날 소진이 물었다.
“어르신, 요즘 어떠세요?”
태섭은 웃었다.
“바쁩니다.”
“가게 하실 때보다요?”
“그때만큼은 아니지요.”
“그런데 좋아 보이세요.”
태섭은 잠시 생각했다.
“그때는 구두를 고치는 게 일이었습니다.”
“네.”
“지금은 누군가와 이야기할 이유가 되었네요.”
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섭은 덧붙였다.
“사람이 하는 일은 끝나도 그 일을 통해 배운 것은 남는가 봅니다.”
### 20. 마지막 주문은 없습니다
어느 수요일 저녁이었다.
태섭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까지 카페에 앉아 있었다.
소진이 다가갔다.
“어르신, 차 한 잔 더 드릴까요?”
태섭은 웃었다.
“아니요. 이제 가야지요.”
“오늘은 일찍 가시네요.”
“아내하고 저녁 먹기로 했습니다.”
소진이 웃었다.
“좋네요.”
태섭은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소진 씨.”
“네.”
“처음 여기 왔던 날 기억하십니까?”
“그럼요.”
“그날 제가 뭐라고 했지요?”
소진은 잠시 생각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하셨어요.”
태섭은 웃었다.
“맞습니다.”
그는 카페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날 저는 제 인생의 마지막 주문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소진은 조용히 들었다.
“평생 하던 일을 끝냈으니 이제 남은 건 쉬는 일뿐이라고 생각했지요.”
“네.”
“그런데 여기 와서 차 한 잔 마시고, 구두 한 켤레 고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았습니다.”
태섭은 미소 지었다.
“마지막 주문이라는 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진이 물었다.
“왜요?”
태섭은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차 한 잔을 마셨으면 내일 또 다른 차를 마실 수 있고, 오늘 일을 끝냈으면 내일은 다른 일을 시작할 수도 있으니까요.”
소진은 그 말을 오래 마음에 담았다.
### 21. 소진이 배운 것
태섭이 돌아간 뒤 소진은 카페 문을 닫았다.
밖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숲길은 어두웠다.
소진은 카운터에 앉아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천천히 적었다.
끝이라는 말은 때로 너무 일찍 붙이는 이름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일이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다.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자녀들이 모두 독립했을 때.
평생 살던 집을 떠났을 때.
오래 붙잡고 있던 꿈을 내려놓았을 때.
그 순간에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하지만 끝난 것은 하나의 일이었다.
삶 전체가 아니었다.
소진은 펜을 멈췄다.
태섭이 처음 카페에 들어오던 모습이 떠올랐다.
늦은 시간.
오래된 가죽가방.
조심스러운 목소리.
“혹시 아직 차 한 잔 마실 수 있겠습니까?”
소진은 그날 문을 닫으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차 한 잔을 내주었다.
그 작은 일이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졌다.
태섭은 지영의 구두를 고쳤다.
지영은 태섭에게 밥 한 끼를 대접했다.
태섭은 아내와 함께 여행을 계획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나누고 있었다.
모든 일은 그날 늦은 시간에 시작되었다.
소진은 다시 수첩에 적었다.
어떤 문이 닫히는 것은 다른 문을 열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었다.
오늘의 마지막이 내일의 처음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너무 서둘러 끝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 22. 새로운 아침
다음 날 아침.
소진은 평소처럼 카페 문을 열었다.
숲에는 옅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조금씩 들어왔다.
소진은 찻물을 올렸다.
찻잔을 정리했다.
창가 화분에 물을 주었다.
그리고 카운터 위에 작은 팻말을 세웠다.
오늘도 따뜻한 차를 준비했습니다.
잠시 뒤 지영이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일찍 왔네.”
“오늘은 밥 재료 좀 정리하려고요.”
“어제 태섭 어르신 다녀가셨어.”
“그러셨어요?”
“응.”
“잘 지내시죠?”
“아주 잘.”
지영이 웃었다.
“다행이네요.”
소진은 찻주전자에 물을 부었다.
지영이 물었다.
“오늘은 무슨 차예요?”
“대추차.”
“왜요?”
소진이 웃었다.
“그냥.”
지영도 웃었다.
“요즘 대추차 많이 드시네요.”
“그러게.”
잠시 후 카페 문이 열렸다.
딸랑.
새로운 손님이었다.
소진이 고개를 들었다.
“어서 오세요.”
손님이 물었다.
“여기 차 마실 수 있나요?”
소진은 웃었다.
“그럼요.”
그리고 말했다.
“언제든 따뜻한 차 한 잔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날 오후.
소진은 잠시 카페 밖으로 나왔다.
숲길에는 겨울 햇살이 내려앉아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계절은 또 바뀌고 있었다.
봄에 피었던 꽃은 졌고,
여름의 짙은 잎들은 떨어졌고,
가을의 낙엽은 흙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숲은 끝나지 않았다.
겨울을 지나면 다시 봄이 올 것이다.
새잎이 돋고, 꽃이 피고, 새들이 돌아올 것이다.
소진은 카페를 돌아보았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다녀갔다.
오래된 사진을 들고 온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람.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하던 사람.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잠시 쉬어가던 사람.
미래의 자신에게 엽서를 쓰던 사람.
책 한 장을 넘기지 못하던 사람.
그리고 평생 하던 일을 끝내고 처음 보는 길을 걸어온 사람.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소진은 그 이야기들을 대신 완성해줄 수 없었다.
다만 따뜻한 차를 내어주고, 잠시 앉아 있을 자리를 마련해줄 뿐이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스스로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진은 조용히 웃었다.
카페 안에서는 찻물이 끓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지영이 그릇을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곧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이다.
또 다른 하루를 살아온 사람이.
또 다른 이야기를 품은 사람이.
그리고 소진은 언제나처럼 말할 것이다.
“어서 오세요.”
그 말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당신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수 있다는 말.
소진은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문 위의 작은 종이 울렸다.
딸랑.
그 소리는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아니었다.
새로운 만남을 알리는 소리였다.
숲은 조용했고,
차는 따뜻했으며,
카페의 문은 오늘도 열려 있었다.
소진의 숲 카페에는 마지막 주문이 없었다.
― 제60화 끝 ―
### 다음 편 예고 ― 제61화 「빈 의자에 놓인 꽃 한 송이」
어느 봄날, 카페를 찾은 중년 여자가 아무도 앉지 않은 의자에 작은 꽃 한 송이를 놓는다.
소진이 꽃의 주인을 묻자 여자는 조용히 웃는다.
“오늘은 오래전의 저에게 꽃을 선물하는 날이에요.”
그녀가 빈 의자에 꽃을 놓게 된 사연은 소진에게 자신을 위로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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