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미시간 주 그랜드 래피즈 전략 근거지인 작은 복음주의적 학교, 칼빈대학교(Calvin College)는 올해 부시 대통령이 졸업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완벽한 장소로 보였다. 적어도 백악관 정치 고문 칼 로브에게는 그러했다. 2달전 로브 고문은 부시 대통령이 연설해야 한다면서, 예정됐던 졸업식 연사 대신 부시 대통령의 초청을 추진해 성사시켰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그리 쉽게 추진되지 않았다. 많은 학생, 교직원, 동창생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강력히 반대했으며 지난주 금요일까지 800여명에 이르는 학생, 교직원들이 항의편지에 서명했다. 본 항의편지는 그랜드 래피즈 프레스의 전면광고면에 등장했다. 편지는 "대통령 각하, 부유층을 감싸기 위해 빈곤층을 외면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국가를 전쟁으로 잘못 이끈 당신의 행동은 우리가 믿고 살아가는 신앙의 모범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음날, 부시 대통령은 같은 신문에서 또 다른 편지 하나를 발견했다. 300여명의 교직원 중 약 100여명이 서명한 이 편지는 "이라크에서의 정의롭지 않은, 정당화될 수 없는 전쟁"과 "우리 사회의 부자들을 옹호하고 빈자들에게 짐을 지우는" 정책들에 반대했다.
그러나 졸업식 당일에는 "하나님은 민주당원도, 공화당원도 아니다"는 메시지를 담은 배지를 단 학생들이 시위에 나선 것 외에는 과격한 충돌은 없었다.
얼핏 보면, 금번 사건은 부시 기반의 기둥인 기독교계가 부시에 대항해 일어난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건의 실제는 복잡하다. 칼빈대에서의 항의소동은 부시의 복음주의적 근간이 한 색깔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기독교계 진보진영의 목소리가 작지만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5천만명의 백인 복음주의자들 중 삼사백만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이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독교 진보진영의 운동은 낙태에 반대하고 일반적으로 전통 결혼을 지지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라크 전쟁, 과세 삭감, 부시의 환경정책에 반대한다.
기독교 정치 잡지인 '소저너스(Sojourners)' 편집장이자 창립자 짐 왈리스는 기독교 진보진영 운동의 유력한 리더 중 한명이다. 왈리스의 저서, <하나님의 정치학:왜 보수는 잘못 얻고, 진보는 얻지 못하나(God's Politics: Why the Right Gets it Wrong and the Left Doesn't Get It)>는 지난 15주간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왈리스는 지난 5월 5일 칼빈대를 방문했다. 그는 민주당원들에게 종교적인 투표자들에게 어떻게 호소해야 하는지를 조언하고 있다.
"종교적 권리의 독백은 끝났다. 진보적이고도 온건한, 거대 유권자층이 있다"고 왈리스는 한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오하이오주 애크론 대학의 레이 블리스 응용 정치학 연구소 소장 존 그린은 "만약 기독교 진보진영의 운동이 계속 성장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마 부시 대통령에게는 아니겠지만 미래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에게는 그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기독교 개혁교회의 전통을 따르는 칼빈대학교는 정치적으로는 다른 복음주의적 학교들보다 더 진보적이다. 교직원들은 전교생의 20%가 지난 2004년 대선에서 부시에 반대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다른 작은 항의는 취소된 졸업식 연사로부터 나왔다. 민주당원인 니콜라스 월터스토프는 과거 칼빈 출신으로 최근 예일대학교 종교철학 교수직에서 은퇴했다. 그는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예일대 교수가 매우 평벙한 성적을 얻은 예일대 졸업생 때문에 밀려났다"고 말하고, 대통령의 졸업식 연설에 참석하는 대신 그랜드 래피즈에 소재한 자신의 집 정원에 머물렀다.
공화당원으로서 칼빈대의 과학 교수이자 기독교와 정치연구를 위한 헨리 연구소의 소장인 코윈 스미츠는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금번 방문이 2004년 대선에서 부시를 지지한 "신자들에 대한 보상"이자 2006년을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에 큰 영예라고 생각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사건이 절정에 이르렀을때 방문했다 해도, 역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댓글 재미있으면서 흥미로운 일이었네요. (마음 한구석은 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