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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무엇으로 행복할까?
주간보호센터 <실버스테이> 대표 정낙진 씨는 매일 매일이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행복하다고 말한다. 정낙진 대표에게서는 장기요양시설 운영자들의 긴장감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정낙진 대표는 오늘도 어르신들의 손을 잡으면서 반갑게 인사한다.
“지난밤은 잘 주무셨어요?”
“오늘 기분은 어떠세요?”
“지금도 어깨가 아프세요?”
“약은 드셨어요?”
“오늘 아침에 눈 뜨시자마자 팔 운동 하셨어요?”
어르신들은 정낙진 대표가 묻기도 전에 말한다.
“지난밤에 잠을 잘 못 잤어.”
“이젠 다리가 너무 아파.”
“얼른 죽었으면 좋겠어.”
정낙진 대표는 하소연하는 어르신들의 손을 한 번 더 꼭 잡아 드린다. 그러면 어르신이 이렇게 말한다.
“고마워.”
“잘생긴 대표님 보니까 기분이 좋아지네.”
“여기 다닌 뒤로 아픈 것이 사라졌어.”
“밥이 정말 맛있어.”
“난 여기가 참 좋아.”
“얼른 오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나서 차를 기다렸어.”
어르신들이 고맙다고 하는 말, 실버스테이가 좋다는 말, 기분이 좋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낙진 대표는 무척 행복하다. 치매로 인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시는 어르신들도 마냥 좋아서 이해가 되고, 가끔 똥을 잔뜩 싸 놓아도 고맙고 좋다. 가벼운 스킨십에도 금세 환한 얼굴로 웃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정낙진 대표 역시 하하하 웃는다.
정낙진 대표는 실버사업에 있어서 이제 3년차에 접어드는 초년생이다. 그럼에도 실버사업을 오랜기간 해왔을 전문가의 풍모가 있다. 왜 그럴까? 잠시 정낙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 크라운베이커리 본사에 입사했다가 놀부보쌈으로 옮겼는데, 제가 맡은 업무가 가맹점을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직접 놀부보쌈 체인점을 운영했습니다. 장사는 아주 잘 되었죠. 중국집을 하나 더 오픈했는데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음식을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손님들의 식성은 다 제각각이어서 똑같은 음식을 놓고 ‘짜다, 싱겁다, 맛있다, 맛없다’ 로 의견이 갈리는데 날마다 희비가 엇갈렸어요. 늘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었죠. 행복하지가 않았어요. 그러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서 운영하던 매장들을 모두 접고 주간보호센터에 취직을 하게 되었어요. 그 때 이미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놓고 있었는데, 회사에 다닐 때는 장애인 시설을 찾아다니면서 봉사했고, 식당을 운영하게 되면서부터는 세 곳의 장애인 시설 식구들을 한 달에 한 번씩 초청해서 식사를 대접했어요. 그러다보니 장애인들이나 노인들을 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여 있었죠.”
식당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고충이 있었기에 지금 노인들을 섬기는 일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정낙진 대표, 그는 천안에 있는 주간보호센터에서 경험을 쌓은 후에 태어나고 자란 예산에서 주간보호센터를 오픈했다.
“우리 실버스테이 주간보호센터에는 탁구대, 농구대, 에어하키, 두더지게임, 미니게이트볼장, 30미터 원형 트랙이 있고, 다양한 전신재활장비들을 갖추고 있어요. 우리 센터에서는 어르신들께 ‘이거 하세요’ 라는 말 대신 어르신들로 하여금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과거에는 돌봄이 우선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돌봄을 넘어서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고, 채워주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그러다보니 젊은 시절에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고 즐기면서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직원들의 반문들로 인해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죠. 사고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 무슨 일만 일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은 정말 구태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어르신들은 행복할 수가 없고, 발전도 없습니다.”
정낙진 대표는 과감한 사람이다.
건물 보증금을 제외하고도 시설비만 5억 원 넘게 투자했다. 투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무엇을 더하면 어르신들께 더 도움이 될까 늘 고심하는 정낙진 대표다. 그래서 상담을 하러 왔던 자녀들은 좋은 시설에 눈이 휘둥그레 떠진다.
80대 중반의 아버지를 맡긴 어떤 자녀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버지가 젊은 날 너무 고생을 하신 탓인지 다리가 아파서 걸음을 못 걸으셨어요. 휠체어를 의지해서 다니셨는데, 처음 입소하셨을 때는 30미터 트랙을 한 바퀴도 걸으실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열 바퀴도 거뜬히 걸으신답니다.”
정낙진 대표는 81년생, 젊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에는 나이를 초월한 풍부한 지혜와 철학과 비전이 담겨있다. 다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기요양제도가 2008년도에 시작되었습니다. 초창기에 시작한 분들은 모두 선구적인 분들이죠. 처음이라 우선 당장 필요한 집기들, 그러니까 의자나 침대같은 것들만 준비한 상태에서 시작했을 겁니다. 또 센터 설립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문을 닫으면서 노인요양기관으로 시설변경을 하는 일이 많아졌고, 또 집에서만 살 수 없는 노인 분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운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봉사하는 마음과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마음입니다. 실버산업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요."
어제보다는 오늘, 한 달 전 보다는 한 달 후가 더 약해져 있을 노인들이다. 그러나 실버스테이주간보호센터는 다르다. 어르신들은 어제보다는 오늘, 한 달 전보다는 한 달 후가, 올 해 보다는 내년에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많은 요양센터들이 습관처럼 소리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앉아만 계세요.”
“절대로 움직이지 마세요.”
흥겨운 음악이 나와서 저절로 몸을 들썩이는 어르신에게도 소리칠는지 모른다.
“제발 춤추지 마세요.”
그러나 실버스테이주간보호센터는 다르다. 어르신들이 1층과 2층을 넘나들며 운동을 하고, 각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석한다. 그리고 극장처럼 다른 사람의 등 뒤에서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둥그렇게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주엔 관광버스를 타고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아흔이 넘어도 소풍날을 아이처럼 손꼽아 기다리던 어르신들의 설렘을 보면서 정낙진 대표 역시 가슴이 뛰었다.
조리사와 영양사가 세 끼 식사를 정성껏 차려내고 있는 실버스테이, 정낙진 대표가 말한다.
“요양센터는 수익이라는 개념이 아닌 비영리구조입니다. 그러나 이곳엔 수익이 줄 수 없는 큰 기쁨과 행복이 있습니다. 정말 만족스러운 직업입니다.”
행복하게 웃는 정낙진 대표, 그 행복은 고스란히 60명이 넘는 어르신들과 또 서른 명 가까운 직원들에게 흘러갈 것이다.
▲글 박은자 동화작가
출처 : 아산포커스
https://www.asan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