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형 선생님
1. 국세기본법은 원칙적으로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중복된 세무조사(예를 들면, 동일 회사에 대해 2013년도 법인세 조사를 한 차례 실시한 이후에 다시 2013년도 법인세 조사를 하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2개 이상의 과세기간과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 등’ 법령에 규정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중복된 세무조사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예외적인 사유가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동일한 세목 및 동일한 과세기간에 대해서는 중복하여 세무조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와 같이 세무조사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유는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와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고, 과세관청의 세무조사권 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있다.
2. 그런데, 만약 아래와 같은 사례의 경우 중복 세무조사가 가능할까?
예를 들면, A법인의 관할세무서장은 2011. 7. 6. 조사대상 세목을 ‘법인세 부분조사’로, 조사대상기간을 ‘2006. 1. 1.부터 2010. 12. 31.까지’로, 조사범위를 ‘본사 지방이전에 따른 임시특별세액 감면과 관련한 사항’으로 한 세무조사결정을 통지하고 세무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후인 2012. 3. 21. 관할세무서장은 다시 A법인에게 조사대상세목을 ‘법인제세 통합조사’로, 조사대상기간을 ‘2009. 1. 1.부터 2010. 12. 31.까지’로 하는 세무조사결정을 통지하였다.
위와 같이 어느 세목의 특정 과세기간의 특정 항목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이후에 다시 동일한 기간(2009. 1. 1.부터 2010. 12. 31.)의 동일한 세목(법인세)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3. 우리 대법원은 위 사례와 같은 경우 이미 세무조사를 실시한 동일 세목과 동일 과세기간에 대해서는 법령이 정한 예외사유가 없는 한 중복하여 세무조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즉, 대법원은, ‘세무공무원이 어느 세목의 특정 과세기간에 대하여 모든 항목에 걸쳐 세무조사를 한 경우는 물론 그 과세기간의 특정 항목에 대하여만 세무조사를 한 경우에도 다시 그 세목의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 4 제2항에서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하고, 세무공무원이 당초 세무조사를 한 특정 항목을 제외한 다른 항목에 대하여만 다시 세무조사를 함으로써 세무조사의 내용이 중첩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하여(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두12062 판결), 2차 세무조사에는 1차 세무조사에서 조사한 항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항목을 조사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2차 세무조사는 국세기본법이 금지하는 중복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함으로써 중복 세무조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4. 최근 들어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함에 있어서 절차적 적법성을 엄격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판결을 계속해 오고 있다.
즉, 대법원은 세무조사대상자 결정에 있어서도, 국세기본법이 정한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없음에도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하여 과세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기하여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긴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결하였고(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911 판결), 중복조사가 허용되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 2 제2호 전단에 정한 ‘각종 과세자료의 처리를 위한 재조사’에서의 ‘각종 과세자료’에는 과세관청이 종전 세무조사에서 작성하거나 취득한 과세자료는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두43257 판결).
5. 위와 같이 세무조사의 절차적 적법성을 중요시하는 대법원의 입장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도 세무조사에 있어서 국세기본법이 정한 절차적 요건을 위반한 세무조사는 위법한 세무조사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 납세자로서는 이러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