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다리 휘어지게 뜨르르한 한정식집도, 여기저기 ‘별미집’ 간판이 붙어있는 세련된 음식 명가들도, 원래 그렇게 맨들맨들한 모양새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 음식점들도 음식의 기본이라는 장맛, 된장맛은 모두 민가에서 빚은 것에서 가져왔을 것이다. 아니, 손맛 자체도 여염 아낙네의 것이었을 것이다. 먹는 것이 ‘돈되는 업’이 되면서 마케팅의 자리, 포장의 솜씨가 음식의 본디 자리를 덮어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잠깐 고개만 돌리면 수십 가지 메뉴가 명멸하는 도시의 먹자골목, 다들 안 망하고 먹고는 사는지 걱정스런 눈길이 가는 그 많은 음식점들, 앞다투어 싼값을 자랑하는 삽겹살집들, 너무 흔해 넘치는 음식점들 사이에서 사람살이의 훈김이 담긴 민촌(民村)의 밥상을 떠올려본다. 친환경이니 무농약이니 떠들지 않아도 푸성귀, 고추, 채소가 가까운 백성들의 집, 지금은 영감 할멈 둘이나마 밥상을 마주하면 행복한 밥상. 영감 할멈 한명 뿐이면 밥 한 그릇 비우기가 맛태가리 없이 한갓진 밥상. 도시의 자식들이 몰려라도 오면 이런저런 밥반찬 만들어 훈김이 오르는 그 대가족 시절의 밥상.
*음식도 생존의 필수품이면서 즐기는 것이었듯, 노동과 생활 사이사이에 자리했던 노동요나 전통음악도 필수품이면서 즐기는 것. 도시에서 수용자를 끄는 음식점들처럼 업(業)으로 자리잡아버린 전통음악 말고, 민촌의 밥상같은 것을 선보이고 싶었다.
*또랑광대! 직업이 농부인 사람(연희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 (예능이 뛰어나든 뛰어나지 않든 상관없이) 잘 노는 사람, 좌중을 즐겁게 하는 사람, 그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 적은 수지만 나름대로의 팬을 가진 사람. ‘또랑광대’의 조건은 그것이었다. 2007년 현재 <우리 동네 소리꾼을 찾아라>에서 발견한 또랑광대들을 불러모았더니 17개 마을 22명이 광주MBC 공개홀에 섰다. 인생살이 희로애락의 노래 <민요 부문>, 한가락하는 소리꾼들의 노래 <판소리 부문>, 함께 일하고 함께 놀았던 <공동체노래 부문>, 숨기고 살기엔 아까운 재주 <잡기 부문>, 진도 사람들을 위한 무대 <육자배기 흥타령 부문>, 마을 응원 부대를 위한 무대 <아리랑타령 마을 대결> 등 총 6개 부문의 놀이마당을 펼쳤다.
*1등 2등 3등의 순서도 없애고 싶어 상(賞)도 <흥이 절로> <멋이 철철> <눈에 삼삼 귀에 쟁쟁>하는 식의 이름을 붙여봤다. 순위에 못든 분들 모두에게 <오메 으째야쓰까>상을 드렸다. 상은 안줄 수도 없고, 다 줄 수도 없고, 항상 순위를 메기는 절충안을 택하지만, 할 때마다 고민이다.
*예능의 완성도와 세련미로 승부하는 전문 국악인들의 무대와 달리 <또랑광대전>은 예상했던 대로의 풍경이 펼쳐진다. 카메라가 찍든 말든 오줌마려운 사람은 화장실을 가고, 막걸리 먹고 싶은 사람은 막걸리통을 찾아댕기고, 남한테 말걸고 싶은 사람들은 남의 자리에 가서 떠들고, 이녁 마음이 동하면 남 노래할 때도 무대에 올라가 춤도 추고 남의 마이크를 빼앗기도 한다. 어느 여름날 저녁, 마당 너른 집 평상에 오순도순 모여앉아 팥죽 끓여먹는 영상을 떠올려본다.
*마음껏 떠들고, 먹고 마시고, 남들이 펼치는 굿구경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에 작으나마 기념할 물건 하나 들고가는 것. “오랜만에 뭐 좀 먹잣것 있었네” “오랜만에 잘 놀았다”고 느끼게 하는 것. 방송이라는 ‘포장된 음식’을 음미하는 시청자에겐 옛 민촌의 밥상맛을 느끼게 하는 것. <남도 또랑광대전>은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인데, 그렇게 느껴질는지는 모르겠다.
첫댓글 어른께 이런말씀 드리긴 쫌 그런데요,,, 너무 귀여우세요!!!!!
이 어른들도 요런 굿판 놀이판은 참 오랜만이셨을거에요....얼씨구가 참 큰일했습니다.....수고하셨어요
자화자찬 분위기? 우리가 섬겨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우리가 빛을 쪼여야 할 곳이 어디인지 확인하는 거죠. '국악' 프로니 '음악' 프로니 하는 좁은 관점에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역문화 발굴 and 조명' 프로그램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지요.
저................... 윤피디님 말좀 편허게 허시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