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2016.09.11][현장에서] 승강제, K3리그에 ‘긴장’을 불어넣다

[구단지기]

중랑과 화성의 K3리그 18라운드. 화성은 이 날 2-1로 승리하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오늘 이기면 안정권이나 다름없죠. 사실 5위 안에는 들었어야 했는데...”

10일 오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과학기술대 운동장. 중랑코러스무스탕과 화성FC의 ‘2016 K3리그’ 18라운드 현장에서 만난 화성 전정민 사무국장의 얼굴에는 은근한 긴장이 섞여 있었다. 물론, 상대팀인 중랑 최장순 사무국장도 마찬가지였다. 승강제가 가져다 준 K3리그의 ‘진풍경’이다.

올해 K3리그에는 우승 다툼뿐만 아니라 강등권 탈출을 향한 치열한 접전까지 추가됐다. 내년 시즌부터 K3 어드밴스리그(상위리그)와 K3 베이직리그(하위리그)로 나뉘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존에 치러지던 챔피언십과 별도로 승강 플레이오프도 추가됐다. 12위와 15위, 13위와 14위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치른 뒤 승리 팀끼리 플레이오프 2라운드를 치른다. 마지막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승리한 팀은 내년 시즌 K3 어드밴스리그로 갈 수 있다.

상위권 팀뿐만 아니라 중위권 팀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우승 경쟁만 주목받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공교롭게도 올해 K3리그는 독주 체제가 완전히 깨졌다. 포천시민축구단, 김포시민축구단, 청주시티FC를 중심으로 한 상위권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중위권도 마찬가지다. 10위부터 12위까지는 1점 차로 촘촘히 엮여있다. 어느 한 팀이 ‘삐걱’댈 경우 순위가 요동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11위와 12위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가 중랑과 화성의 경기를 찾은 이유도 중위권 팀들의 긴장감을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중랑은 17라운드까지 승점 21점으로 13위를 달리고 있었고, 화성은 승점 25점으로 11위를 기록 중이었다. 그런데, 경주시민축구단이 승점 24점으로 12위였다. 화성이 중랑전서 패배하고 경주가 이길 경우, 화성은 승강 플레이오프 권인 12위로 내려가는 상황이었다. 중랑은 화성전을 패배할 경우 승강 플레이오프행이 사실상 확정된다.

분위기의 온도 차는 있었다. 중랑은 16라운드 고양시민축구단과의 홈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둔 반면, 화성은 평창FC와의 16라운드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전 경기 승리의 영향 때문일까? 중랑과 화성의 전반전은 중랑이 주도했다.

중랑은 측면을 이용한 활발한 공격으로 화성을 흔들었다. 화성은 다소 미끄러운 서울과학기술대 운동장에 적응하지 못해 특유의 짧은 패스 플레이 대신 롱볼 위주의 전술을 꺼내 들었다.

세트피스 기회도 많았다. 전반 15분, 중랑은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올린 박재철의 크로스를 골대 정면에서 최정규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빗나갔다. 전반 22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페널티 라인 부근 왼쪽에 있던 이광민이 강한 슈팅을 때렸지만 화성 강훈 골키퍼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중랑은 거침없이 화성을 두드렸다. 화성은 역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승강 플레이오프의 경계선에 있던 화성 이도영 감독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첫 골의 주인공은 전반을 주도한 중랑이 아닌 화성이었다. 전반 45분, 김기수가 상대 진영 왼쪽에서 시도한 패스를 김종성이 골로 연결했다. 화성은 잘 버티다가 터뜨린 ‘한 방’으로 1-0 리드를 잡은 채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 들어서는 공기가 달라졌다. 전반에 웅크리던 화성이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화성은 후반 5분, 프리킥 상황에서 추가골을 터뜨렸다.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올린 강민의 크로스를 정명오가 골로 만들었다.

순식간에 2-0이 됐다. 다급해진 건 중랑이었다. 중랑은 연이은 공격이 무산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템포도 점점 떨어졌다. 후반 30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이병훈이 만회골을 터뜨리는데 성공했고 경기 막판에는 모든 선수들이 라인을 올려 총공세에 나섰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경기는 화성의 2-1 승리로 끝났다.

화성의 승리로 중위권은 다시 한 번 요동쳤다. 승점 28점이 된 화성은 10위로 올라서며 승강 플레이오프 탈출에 성공했다. 중랑은 승점 21점으로 13위가 됐다. 청주FC전에서 승리한 경주가 11위를 기록했고, 12위는 이천시민축구단에 2-3으로 패한 시흥시민축구단이 차지했다.

경기 내내 예민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던 화성 이도영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비로소 미소를 되찾았다. 이 감독은 “이게 승강제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모든 팀들이 마지막까지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런 제도(승강제)는 경기를 타이트하게 만든다.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승강제의 경계선 근처에 있게 되면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화성이 바로 그랬다. 화성은 올 시즌 초반 상위권에 속했으나, 중반부터 부상 선수 등의 이유로 중위권까지 내려왔다. 이도영 감독은 “(속이 타는 건) 당연하다. 그게 지도자의 길인 것 같다. 나도 우리 팀이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나로서는 좋은 경험, 좋은 공부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화성은 오는 24일 열리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홈에서 고양과 치른다. 라이벌인 경주(11위)와 시흥(12위)이 마지막 경기에서 붙는 게 화성으로서는 호재다. 고양전에서 진다고 해도 11위다. 이기면 최대 9위까지 바라볼 수 있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운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승강제는 모든 팀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K3리그도 이제는 그 ‘긴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글=안기희
사진=문호준 명예기자

출처=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