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멋진 장관을 볼 것을 기대하며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커피를 타고 옷을 단단히 챙겨입은 후 5시 호텔을 출발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네요. ㅠㅠ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잠이 덜 깬 두사람은 차로 돌아가고
셋이서 타온 커피를 마시며 굿샤로호의 모습을 감상했네요.
바람에 스치는 조릿대의 소리가 마치 피리소리처럼 독특합니다.
홋카이도 3대 고개 중 하나... 비호로토게입니다.
그나마 이정도라도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지요.
그래도 저는 이런 새벽의 서늘함이 좋아요.
차 안에서 깜박 잠이 든 두사람은 호텔에서 쉬겠다하고
커피로 온 몸의 감각을 깨운 세 사람은 와코토반도 트래킹에 나섭니다.
다른 때도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같지만 어쨋든 이른 새벽이다보니 와코토반도 숲은 우리의 독차지입니다.
초반은 아주 수월한 산책길 수준이다가 중간을 넘어서면서부터 약간 오르막이 나옵니다.
한바퀴 다 도는데 걸린 시간은 약 한시간정도... 그래도 숲은 제법 깊은 느낌이 나네요.
굿샤로호 호숫가에 서서 막 가을 옷을 갈아입고있는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요.
호텔로 돌아와 룸까지 올라가기가 귀찮아 바로 조식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가니
조식권이 없어 제지를 당하는데 한국인 스탭이 나타나 도와줍니다.
약속대로 나중에 룸에서 조식권을 챙겨 가져다 주었지요.
이런 숲 속에서 식사를 하는 느낌.... 좋아요. 한적해서 더 좋고요.
이곳도 빵이 맛있어서 빵만 몇 개 챙겨 먹었습니다.
빵을 더 맛있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홋카이도 우유.
우유를 종류별로 놓고 선택해 마실 수 있도록 산지를 적어놓았습니다.
체크아웃 후 출발.... 그리고는 10분도 못 가 차를 세웁니다.
바로 백조의 호수... 코탄온천입니다.
이제 눈이 내리고 좀 더 날이 추워지면 이 온천 앞은 하얀 백조들이 찾아오겠지요.
우리는 잠시 발을 담궈봅니다.
청소하러 오신 할아버지께서 이곳은 족탕이 아니라 온몸을 담궈야 된다고 하시며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잠깐만 쉬었다가 가랍니다.
그리고 스나유... 모래를 파면 온천이 되는 곳이지요.
그 말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모래를 파 봅니다. 아주 뜨겁진않으나 따뜻한 물이 올라오는게 신기.
일정표에 주의사항으로 '데시카가초에서 주유할 것'이라 체크해 놓고는 어찌하다보니 어제 주유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곳에서 하지 못하면 한참을 그냥 달려야하는데 불안해서 안되겠어요.
체크아웃하며 호텔 프론트에서 확인하니 가와유 온천마을에서 391번 국도와 만나는 곳에 주유소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고
무사히 주유를 완료. 경유 1리터에 140엔 정도니 우리나라보다도 저렴합니다.
마음놓고 달려 달려.... 하늘까지 이어진 길을 찾는데 네비가 그쪽으로 안내하질 않아 그냥 우토로까지 와버렸습니다.
도동을 달리다보면 수시로 하늘까지 이어진 길 같은 곳이 나오니 크게 아쉽진 않으나
그래도 사진 한장 정도는 찍고 싶었거든요.
다섯개의 호수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레토코 오호입니다.
우리는 크게 한바퀴를 돌 예정이라 티켓을 끊고 신청서를 작성한 뒤 교육을 받고는 출발.
제일 먼저 5호... 그리고는 차례대로 호수들을 만납니다.
방울이 없으니 중간중간 박수나 소리를 질러 곰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도 보내고요.
가을이라 곰이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이틀 전 곰 신고가 두 건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중간에 조금 떨어져 걷고있던 친구가 후다닥 뛰어오며 "곰... 곰..." 합니다.
숲 속에서 뭔가 큰 것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나요.
"그런데 뛰면 어떻게 해!" 순식간에 튀어나온 제 타박.
그때 커다란 에조 사슴 한마리가 숲 안쪽으로 뛰어 사라지네요.
모두 안도의 한숨. 휴~
곰이 나타나면 제일 느긋한 저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엄포를 들으며 나머지 코스를 이어갑니다.
아주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풍경이 정말 예쁜데.... 사진에는 그 색, 그 퐁광이 제대로 담기질 않네요.
모두 이런 곳을 데려와 주어 고맙다네요.
솔직히 오기 쉬운 곳은 아니죠. 그것도 이렇게 예쁠 때에....^^
대 루트로 5호부터 1호 호수까지 다 만나고 고가목도로 올라섰습니다.
세계 자연유산으로 선정된 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점심식사가 애매하네요. 마을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도 그렇고...
별수없이 레스트하우스에서 감자등 군것질과 사슴 햄버거 등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출발!
일반인들이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끄트머리 가무이왓카유까지 들어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에 구불구불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곳에나 들어와야 사슴과 여우등을 만날 수 있지요.
이 사슴 가족들은 우리가 폭포에 들어갈 때부터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나올때까지도 열심히 먹고 있더군요.
작지만 주차 공간이 있기에 차를 세우고 폭포를 타라 조금 올라갑니다.
아래에서 위를 보며 찍은 가무이왓카유.
생각보다는 덜 미끄러워 슬슬 걸어올라가 봅니다.
폭포수 자체가 온천수랍니다. 만져보니 아래쪽은 미지근, 위쪽은 약간 따뜻...
시레토코는 오호 트래킹과 가무이 왓카유노타키로 끝내고 오늘의 숙소가 있는 아바시리로 향합니다.
5시면 어두어지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계산해 가급적 일찍 호텔에 도착을 하려구요.
그래도 나가는 길에 있는 오신코신 폭포를 빠트릴 수야 없지요.
잠시 내려 올라가 봅니다.
저로선 세번째 만나는 오신코신 폭포네요.
두갈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쌍둥이 폭포라고도 하고, 일본 폭포 100선에 선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시레토코에서 아바시리까지 가는 길은 제가 좋아하는 길이에요.
기타하마역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지요.
불빛이 들어온 기타하마역은 참 따듯한 느낌이고 뒤로 보이는 바닷가가 이상하게도 아련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이젠 정말 우리의 숙소로 가야지요.
차에 오르자 오늘의 일정을 마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어두어지는데다 비가 내리니 왼쪽의 깨진 미러로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긴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숙소까지의 30분이 저로선 세시간은 된 듯했네요.
오늘의 숙소는 아바시리 관광호텔입니다.
아바시리코소와 저울질하다가 숙박객 평가는 아바시리코소가 높지만
가성비와 호수 옆 보다는 호수 조망이 끌려 최종적으로 결정을 한 곳이지요.
결과는 아바시리코소를 안갔으니 비교는 안되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했습니다.
- 프론트에서 여성분들에게 마스크팩과 휴족시간 같은 파스들 선물로 줍니다.
- 다른 곳들 같으면 별도의 대여료를 받을 것같은 예쁜 유카타를 무료로 대여해 줍니다.
- 기본적인 물품들은 룸이나 욕장이 비치되어 있지만 샴프나 DVD등 다양한 추가 대여물품이 로비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룸을 중앙관 5층으로 좋은 곳으로 재정을 해주었네요.
저녁식사를 하러 내려가니 기본 세팅이 되어있고 샐러드 바만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입니다.
튀김은 우리가 자리에 앉자 튀겨다 주는데 미리 소스를 뿌려와 감점.
전체적으로 제 입맛에는 간이 조금 센 편입니다.
그래도 우리에게 이곳을 좋은 이미지로 각인시킨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일반 플랜이 아닌 디저트 포함 플랜이었는데 역시나 디저트 코너라는 것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데 메론이 있네요.
메론으로 모든 걸 덮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메론을 실컷 먹었네요.
오늘 하루의 피로도 온천으로 풉니다.
이곳도 온천장 시설이 잘 갖추어져있네요. 사우나도 있고 노천탕도 있고요. (사진은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파우더 룸에 사과 식초 음료가 있는데 제가 사과 쥬스인줄 알고 한컵을 따라 마시려는데 옆에 있던
젊은 새택이 기겁을 하며 말리네요. ㅎㅎ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강행군을 한 터에 온천까지 했으니 노곤노곤... 자리에 눕자마자 기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