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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반야암 지안스님 원문보기 글쓴이: 영축산
복권
사람의 일생 동안 복을 비는 기복심리는 아마 한순간도 가슴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삶의 안락을 도모하는 것이 생존의 일차적 염원이기 때문에 누구도 스스로 불행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역사적 소명의식이 투철한 사람은 민족을 위해서나 가지가 속한 단체를 위해서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며 자기를 내던지는 순교자적 정신을 발휘하는 수도 있지만, 이것은 범부의 속성을 초월한 지조 있는 절사節士의 가품이라 예외로 두고 한 말이다. 유가儒家에서는 사람이 한평생을 누리는 복을 다섯 가지로 설명하는 오복설五福說이 있다. 수壽 ․ 부富 ․ 강녕康寧 ․ 유호덕攸好德 ․ 고종명考終命이 이것인데, 장수를 하고, 부자가 되고, 몸이 건강하여 마음이 편하고, 인덕이 있으며, 죽을 때 편안히 죽는 것을 말한다. 영복축액迎福逐厄이라는 한자로 된 사자성어는 그대로 인간 심리의 속성을 나타낸 말로 ‘복을 맞이하고 액을 내쫓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복을 팔고 사는 제도가 생겨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복권이다. 거리에 가면 복권 파는 곳이 있다. 주택복권, 올림픽복권이라고 부르는, 나라에서 파는 복권이다. 물론 이것은 부富에 해당되는 재물가치의 복권이지만, 이것 때문에 국민들의 마음이 사행심에 들뜨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아직 한 번도 이 복권을 사본 일이 없는 나에게는 당첨의 영광이 올 턱이 없지만, 도대체 그 당첨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복권을 처음 발상해낸 사람이 로마의 폭군 네로였다고 한다. 로마를 불태우고 나서 다시 재건할 건설 자금이 없자 강제로 복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했다고 한다. 최초의 올림픽복권은 이탈리아의 토토카르초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패전으로 막대한 올림픽 선수 파견비용을 염출할 수 없어 이탈리아 정부가 주일마다 도시 대항 축구시합에 돈을 걸어 점을 치게 했는데, 적중률은 160만 분의 1이었다고 한다. 한 사람에게 복을 안기는 복권, 그러나 많은 사람에게 사행심을 조장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1989년 8월 「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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