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4시간 정도가 흐른 뒤였다. 앉아서 잤는데 한 번 깨지도 않고 잤다. 그만큼 피곤했나보다. 공항에 도착해 일처리를
느릿느릿하게 하는 직원들을 통해 입국 수속을 밟고서 인도에 첫발을 내딛었다. 입국장에는 우리에게 델리에서 1박을 제공해
주기로 한 인도소풍의 인도인 직원이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인상이 굉장히 좋았고 한국어도 약간 할 줄 알았다. 차를 타고 40분
쯤 걸려 도착한 델리의 빠하르 간지에 있는 숙소는 호텔을 방불케할 만큼 좋았다. 게스트 하우스라고 쓰여있었지만 가격은 만
만치 않을 듯 했다.
방에 들어와서는 씻고 또 잤다. 11시 반쯤 일어나 방을 나서서 식당을 찾아 걸었다. 우리가 원하는 식당을 찾는데만도 거의 1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이곳 빠하르간지는 좁은 골목에 차도 너무많고 오토바이도 많고 오토릭샤(세발 오토바이)도 많고 사이
클 릭샤(커다란 세발자전거)도 많고 무엇보다 사람이 많았다. 어찌나 다들 경적을 울리고 다니며 속도도 제법 내고 다니고 여
기저기서 호객행위를 하고 거지들이 적선을 원하며 뚫어지게 쳐다보는지 사람 혼을 쏙 빼놓을 지경이었다. 겨우 찾은 가이드
북 추천 식당은 정말 이렇게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참고 먹어줄만 했다. 탈리라는 인도식 백반인데 정말 별로였다. 탈리를 먹
고서 형은 계속 속이 쓰리다고 할만큼 맵기도 했다.
그렇게 끼니를 해결하고서 뉴델리로 향했다. 싸이클릭샤를 탈까 오토릭샤를 탈까 고민하다 오토릭샤를 탔다. 오토릭샤는 태
국의 뚝뚝이랑 거의 똑같았다. 다른 점은 여기의 호객행위가 훨씬 강하다는 점. 뉴델리의 코넛플레이스에 가서는 또 걷기 시작
했다.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몇 군데의 관광지를 보기는 했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거의 5시간을 걸었다. 6시쯤 되어서는 녹
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들어와서는 가이드북에서 식당 하나를 골라 찾아갔는데 가격이 더 비싸고 원하던 메뉴가 없었다.
뭐하나 예상대로 되는 것이 없다. 하지만 예상도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면 나는 아마 기분이 나빠졌을 것이다. 항상 예상과 어
긋나는 곳. 그곳이 인도라 생각했기에. 그리고 그것이 여행이라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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