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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시인 정지용의 시가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으니 세상이 달라졌구나. 월북 시인 이라는 이유로 지하에 뭍혔던 시들이 세상에 나왔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삼촌과 같은 처지였던 정지용 시인의 '유리창' 시를 읽어 보았다. 학생들 공부 가르치면서 삼촌 생각에 눈물지었을 고운 조카를 생각한다...
유 리 창 정 지 용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 갔구나!
산새처럼 날아간 자식을 향한 그리움이 절절한 시더구나. 모락산에서 산새를, 다람쥐를 찾아 다니는 삼촌의 모습이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