施無畏印(시무외인) - 두려움 없는 모습
示掌降醉象(시장항취상) 손바닥 내보여 취한 코끼리를 항복시키고
膽大離怖畏(담대이포외) 쓸개가 커 두려움과 멀어졌노라
施慈於衆生(시자어중생) 뭇 생명에게 큰 사랑을 베풀고
唯余存劫外(유여존겁외) 오직 나는 긴 시간 밖에서(영원히) 존재하느니
2500년 전 인도 아사세왕이 석가모니 부처를 죽이려고 계략을 꾸며, 코끼리에게 술을 먹인 뒤 풀어놓았다고 한다. 술 취한 코끼리가 달려들자, 부처는 손을 들어 시무외인(부처가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베푸는 일종의 수인手印)을 취했다고 한다. 그러자 코끼리가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는 이야기에 대한 한시다.
시조시인이자 한시 작가인 한상철 한국고서연구회 이사는 이번에 새롭게 펴낸 한시집 ‘북창’(北窓) 중에서도 이 한시를 가장 아낀다고 밝혔다.
“북창은 북쪽으로 창문이 있는 방, 곧 선비가 거처하는 곳을 뜻합니다. 일찍이 당의 거장 백거이(白居易)는 그의 시 북창삼우(北窓三友)에서, 琴(금‧거문고)과 주(酒), 시(詩)를 세 벗으로 삼았죠”
그는 옛 선비는 한 가지 이상 악기를 꼭 다뤘는데, 비재(菲才)라 예악(禮樂)은 할 줄 모르고 술만 즐기는 편이라며 웃었다.
은행 지점장에서 산악인으로 그는 한 은행의 지점장까지 역임하며 33년 8개월 동안 금융권에서 재직했다. 하지만 1998년 IMF로 인해 한창 일할 나이에 타의에 의해 직장을 그만뒀다.
이후 대한산악연맹 산하단체 및 환경단체의 임원을 역임하며, 국내 명산 1500여 회 등산과 백두대간 등을 종주했다.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등 총 33곳에 원정등반을 다녔다. 심지어 산을 애호해 인연한 호가 반산이다. 하지만 무리한 국외 원정등반으로 중풍의 일종인 냉풍이라는 중병을 얻기도 했다.
“덧붙여 당시 등산에 쏟아 부은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모든 게 마음을 비우지 못한 업보로 여깁니다”2007년 1월부터 8년 동안은 모든 산행을 그만두고, 요가와 한방식(침·뜸·지압) 치료를 병행하며, 심신에 쌓인 삼독(三毒.탐·진·치)을 어느 정도 걸러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젊을 때부터 한시 읽기를 좋아했으나 짓지는 않았다며, 기력이 많이 소진돼 몸이 전 같지 않으나 한시를 익힌 소득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를 등반가이자 작가라고 표현한다. 그것이 바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살아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렇게 문학에도 열정이 넘쳐 산을 소재로 한 평시조를 즐겨 써왔고, 어릴 때부터 한시를 흠모하던 중, 약 4년 전 서울문화사학회의 같은 회원이자, 전 국립 강원대학교 교수인 역농(亦儂) 남윤수 박사로부터 지도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한시에 빠져든다.
그 후 그는 한국한시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를 비롯해 유수 문학단체에 활동하며, 전국 한시백일장에도 출품했다. 저서로 산악시조집인 ‘山中問答’, ‘山窓’ ‘山情萬里’, ‘仙歌-신선의노래’와 여러 학술단체의 기고문이 있다.
이번에 출간한 한시집 ‘북창’(北窓)은 전국 한시백일장 출품작을 포함해, 총 81수를 담았다. 자연과 벗을 삼는 도가적 자연주의 시상들이 녹아 있고, 이른바 사공(司空) 도(圖)의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이 담긴 5번째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한시의 이해와 보급
“한국 내에서 한자가 쇠퇴하며, 사람들에게 어렵게 인식돼 온 한시가 동반 쇠퇴하는 것을 보고 국민 전체에 대한 한시의 이해와 보급에 앞장서고자 이번 작품을 내게 됐습니다. 한시의 묘미를 일깨워주고 관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죠”
이에 따라 한상철 작가는 규칙은 지키더라도, 현시대에 맞도록 도식적이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한시를 짓고 풀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한시집의 제목인 ‘북창’에 대해 언급하며, 당송 8대가인 백거이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백거이는 옆집 할머니가 이해할 때까지 퇴고를 거듭했다고 하는데, 그 만큼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 백거이의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첫댓글 아이구! 지난 뉴스인데, 우리 윤채원 문우님이 정성스럽게 올려주셨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