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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사용되는 OST는 어찌 보면 소품의 일종일수도 있겠지만, 그 중요성에서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주연의 연기력’ 정도로 해석을 해볼까한다. 비교해보자.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어설픈 연기로 극의 흐름을 깨버리는 연기자나 중요한 순간에 흘러나오는 완전 생뚱맞은 분위기의 배경음악이나 별반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이처럼 드라마와 OST의 관계는 ‘전체와 부분’의 단순한 논리로 설명될 수 없을 만큼 긴밀하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OST의 비중이 점차 커져감을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쉽게 실감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번 포스팅에서는 드라마 자체보다는 드라마 속의 OST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그냥 내키는 대로 떠들어볼까 한다. (항상 밥만 먹고 살수는 없는 법. 이번엔 반찬부터 집어 먹어보는 거다.) 물론 필자는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그다지 없는 수준이다 보니, 이 글을 통해서 전문적 정보를 얻으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미리 예고를 하고 싶다. 그냥 한번 읽고 즐기는 정도로 만족하자고...
드라마 OST를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일본의 대표적 국민가수이자 천재 싱어송라이터인 ‘우타다 히카루’ 1999년 방영 당시, 남학생과 여교사간의 금단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주제를 선보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킴과 동시에 고(高)시청률(평균 시청률 21.95%)을 기록했던 문제작 ‘마녀의 조건’의 주제곡인 'First Love‘로 그녀는 21회 드라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게 된다.
이 당시 그녀의 나이는 불과 17살. 그녀의 아버지는 음악 프로듀서, 어머니는 유명 엔카 가수....이런 음악가 집안에서 자라온 덕에 음악적인 면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1998년 16살의 나이로 혜성같이 등장하여 일본 음악계로부터 큰 관심을 받게 된다. 결국 그녀는 데뷔 2년째인 1999년에 대형 사고를 치게 되는데 첫 번째 정규 앨범이자 ‘마녀의 조건’의 주제곡으로 사용된 ‘First Love'를 발표하여 760만장이라는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올리며 단일 앨범 일본 역대 최다 판매량이라는 기록까지 수립하게 된다. 10여 년 전에 세워졌던 이 기록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데, 현재의 음악 시장의 구조를 통해 대략 짐작해본다면 아마도 우타다 히카루의 이름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정상에 위치해있지 않을까 한다.
잠시 문제의 드라마 이야기에 대해서 좀 떠들어본다면,‘마녀의 조건’이 방영이 되었을 당시 개방적인 성향이 남달리 강한 일본인들조차도 큰 충격을 받았을 정도로 드라마가 선보이는 스토리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미성년자와 성인간의 사랑으로도 모자라서 (비록 간접적인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하룻밤의 사랑을 표현하다니.... 정말 말 그대로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어찌되었던 간에 당시 주연이었던 타키자와 히데아키가 실제로도 미성년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더욱 이슈가 되었던 ‘마녀의 조건’의 매력 아니, 마력이라 함은 분명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물론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현실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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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성이라는 것은 그 자체의 문제인 것이다. 스토리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적인 한계성을 결국 도이 노부히로라는 명프로듀서의 연출력과 마츠시마 나나코, 타키자와 히데아키의 완벽한 캐스팅,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애틋한 마음으로 담아내고 있는 주제곡 'First Love'로 훌륭히 보완을 하였기에 명작이 탄생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도 이 작품은 극과 극의 평으로 갈리는 문제작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다시 우타다 히카루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녀는 첫 정규앨범의 대성공 이후에도 발표하는 앨범마다 승승장구하며 국민적인 인기를 얻는 한편 ‘마녀의 조건’ 을 비롯하여‘히어로’, ‘퍼스트러브’, ‘꽃보다 남자2’ 등의 OST등에도 참여하여 총 3차례 드라마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였다. 이 수상 횟수는 1위에 해당하는 수치로써 미스터 칠드런, Dreams Come True도 그녀와 같은 3회씩 수상을 하였으나, 아직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이 남아있고 당연히 가수 생활도 더 길게 할 수 있는 우타다 히카루가 단독으로 1위에 올라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일 더하기 일은 이’와 같은 생각을 잠시 해본다.
우타다 히카루의 ‘단일 앨범 일본 역대 최다 판매량’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항상 어디선가 툭하고 튀어나오는 뮤지션이 있는데 바로 B'z 이다. (우타다 히카루가 1위에 오른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단일앨범판매량 1위가 B'z 인줄로 아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존재한다....)
우타다 히카루라는 신성(新星)이 등장하기 전까지 520만장의 판매고로 단일 앨범 판매량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던 B'z의 입장에서 어쩌면 우타다 히카루의 등장은 딱히 반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전체앨범판매량에서는 B'z가 독보적인 1위라는 것? (참고로 우타다 히카루는 9위.)
Rock음악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음악계에서 B'z의 위상은 정말 대단한데, 40줄을 넘긴 이 락밴드 아저씨들의 판타스틱한 경력이나 인기도에 비해서 상복은 잘 따르지 않는 편이라 우타다 히카루가 몇 년 사이에 3차례나 수상한 드라마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B'z는 20여년의 메이져 생활동안 뷰티플라이프의 주제가로 단 1차례밖에 수상을 하지 못했다. (44회부터 53회 드라마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주제가상의 시상이 없었는데, 만약 이 때 주제가상이 있었다면 Ocean으로 그들의 수상 횟수는 2회로 늘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B'z가 OST로 참여한 작품들을 살펴본다면 유리가면, 당신 옆에 누군가 있다, 식탐정....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작품 복이 없다면 당연히 상복도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번 해보면서 재빨리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본다.
‘노지마 신지’라는 이름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수식어들이 몇 개 있다. 히트 메이커, 명대사 제조기, 문제의 작가, 지나친 여성 편력가 등등.... 물론 이 중에 틀린 말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굳이 수식어 한 개를 더 달아준다면 ‘음악적 감각이 뛰어난 센스쟁이’라고 표현을 하고 싶다. 각본가로 데뷔하기 직전, NHK 위성음악 프로그램의 FD(플로어디렉터)로 활동한 경력 때문에 음악적 센스가 남달랐던 건지, 아니면 반대로 음악적 센스가 뛰어났기 때문에 FD로 활동할 수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중요한건 결국 그는 글쓰기만큼이나 음악을 듣는 감각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직설적으로(가끔은 직설적이다 못해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노지마 신지의 작품 스타일은 논란의 여지를 매번 남기지만, 드라마속의 OST만큼은 항상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빛이 난다고 할 수 있겠다. 올드팝 매니아인 그는 여러 팝 뮤지션들의 명곡들을 그의 작품속의 OST로 사용을 하였는데, 그가 사용한 곡들을 열거해본다면 John Lennon - Love (세기말의 시 OST), Paul Anka - You Are My Destiny (골든볼 OST), Michael Jackson - Ben (너무 귀여워 OST), ABBA - S.O.S (스트로베리 온더 쇼트케익 OST), Queen - I Was Born to love you (프라이드 OST)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95년에 방영된 이시다 잇세이, 카토리 싱고 주연의 ‘미성년’은 드라마 내내 흐르는 카펜터스의 음악으로 시청자들의 귀를 달콤하게 해주었는데 결국 같은 해에 있었던 제7회 드라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I need to be in love)을 포함하여 6개 부문 수상을 하는 쾌거를 누리게 되었다. 이 영광스러운 수상은 카펜터스 남매중 동생인 카렌 카펜터스가 거식증으로 사망을 한지 12년 후의 일이었다. Rest In Pe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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