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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즙정체성 간질환(Cholestatic Liver Diseases)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간연구소 / 윤 정 환
서 론
담즙정체(chole; bile, stasis; stop)는 각종 약제, 감염, 종양, 자가면역성 질환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야기될 수 있으며 임상에서 흔히 접하는 간기능 검사 이상의 상당 부분에서 그 원인이 된다. 담즙정체란 간에서 만들어져서 담도와 장을 통하여 순환하는 담즙의 순환장애로 인한 생화학적, 생리적, 임상적 변화를 모두 일컫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빌리루빈 대사 장애와 같이 담즙 내 일부 성분만의 순환장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과거 담즙정체는 단순한 임상적 증상 및 징후를 뜻하는 것으로 그 병태생리에 대해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었지만 최근 들어 여러 연구 기술 및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세포수준 이하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의 일부가 밝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본 장에서는 이러한 담즙정체성 질환의 일반적인 임상상과 병태생리 및 치료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정상 담즙 순환
담즙은 간세포에서 만들어져서 미세 담관(bile canaliculus)을 통하여 담도로 분비되며 이어서 십이지장을 거쳐 장간(enterohepatic) 순환을 하게 된다. 담즙은 체내의 노폐물을 배설하는 기능 외에 담즙산(염)을 장으로 전달하여 지방과 비타민의 흡수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상 성인은 일반적으로 하루 600~800 mL의 담즙을 생성하는데 이중 80%는 수분이고 나머지 20%는 담즙산(65%), 인지질(20%), 단백질(4~5%), 콜레스테롤(4%), 빌리루빈(0.3%), 미량의 비타민, 호르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담즙산은 정상적인 산도(pH)에서 Na, K 등과 같은 염(salt)들과 결합하여 존재하며 micelle을 형성하여 지용성 콜레스테롤 등을 용해시킨다. 담즙산은 하루 3~15회의 장간 순환을 통하여 약 15~17 g이 담도로 배설되며, 대부분이 장간 순환을 거치게 되므로 대변을 통하여서는 하루에 약 0.5 g만이 배설된다. 담즙의 장간 순환은 간세포에서의 능동적인 흡수와 분비 및 장 상피세포에서의 능동적인 흡수에 의하여 조절된다.
1. 담즙산의 생성 및 기능
담즙산은 간에서 직접 만들어지는 일차 담즙산[cholic acid (CA), chenodeoxycholic acid (CDCA)]과 소장에서의 세균에 의해 콜레스테롤 환(ring) C-7의 hydroxy group이 제거되어 생성되는 이차 담즙산[deoxycholic acid (DCA), lithocholic acid (LCA), ursodeoxycholic acid (UDCA)]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담즙산은 side chain에 glycine이나 taurine의 결합 유무에 따라 포합형과 비포합형으로 나누어진다. 간에서는 담즙산의 hydroxylation과 conjugation이 이루어져 보다 수용성 성질이 커지고 대장에서는 세균에 의해 dehydroxylation과 deconjugation이 일어나 수용성 성질이 감소된다.
담즙산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체내 콜레스테롤의 제거, 소장에서의 지질 운반, 담즙흐름과 담도를 통한 인지질 분비의 촉진, 담즙산과 콜레스테롤 합성의 음성 되먹이기 조절 기능, 십이지장에서의 철분과 calcium의 용해 및 흡수 촉진, 소장에서 세균증식 억제와 점액분비 촉진 기능 등이 있다.
2. 담즙분비와 관련된 간담도계의 구조
간세포는 사각형의 모양을 가지며 기능적으로는 세 가지 면으로 구분된다. 즉, sinusoid 쪽, 미세 담관을 이루는 면, 및 이웃한 간세포판(liver cell plate)과 만나는 면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sinusoid 쪽의 세포막에는 미세 융모가 있어서 표면적을 더 넓게 하여 물질 교환을 용이하게 한다. 동일한 간세포판 내의 이웃한 간세포와 접하는 세포막은 tight junction과 desmosome으로 이웃 간세포와 결합해 있고, gap junction을 통하여 서로 기능적으로 통화하며, 또한 미세 담관을 이루게 된다. 즉, 미세 담관은 이웃한 간세포가 이루는 구조물이며, 여러 미세 담관은 bile ductule (cholangiole, 혹은 canals of Hering)이라는 관으로 모이게 된다. 이 관은 문맥 구역 근처에 존재하는데, 일부는 간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한 일부는 담도 상피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이 관을 통하여 운반된 담즙은 담관 상피세포로만 구성되어 있는 담관으로 모인 후 담낭 및 십이지장으로 배설된다. Bile ductule의 일부 및 담관을 구성하는 담도 상피세포는 단순히 담즙을 운반하는 기능 이외에 담즙 형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도 하며, 담도 폐쇄 등의 자극이 있으면 증식하기도 한다.
3. 담즙분비 기전
담즙의 분비는 크게 간세포에서의 담즙산의 능동적인 섭취 및 분비에 따라 생긴 삼투압에 의해 분비되는 부분(bile-acid-dependent flow)과 이와는 독립적으로 분비되는 부분(bile-acid-independent flow)이 있다.
Bile-acid-dependent flow는 담즙산의 분비에 정비례하여 증가하는 담즙 흐름인데, 간세포에 의한 담즙산의 섭취와 분비에는 간세포막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운반체들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간세포막의 운반체들은 위치에 따라 sinusoidal 및 canalicular 세포막 운반체로 나누어지며, 기능에 따라 Na 의존성 운반체와 Na 비의존성 운반체로 나눌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운반체들의 존재 및 역할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어서 이에 관하여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그림 1).
먼저, sinusoidal 세포막에 존재하는 NTCP (sodium taurocholate cotransporting polypeptide)는 대표적인 Na 의존성 운반체로서 포합형 담즙산 흡수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NTCP는 소장에서의 담즙산 운반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며, 담도 결찰과 내독소, 간 부분절제, estradiol 유발성 담즙정체 등에서 mRNA 및 단백질의 발현이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inusoidal 세포막의 Na 비의존성 운반체로는 OATP (organic anion transporting polypeptide)군이 있는데 OATP은 비포합형 담즙산을 비롯해서 bromosulphophthalein (BSP)과 같은 유기 음이온 및 기타 알부민과 결합되어 있는 많은 종류의 지용성 물질의 간세포내로의 운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cardiac glycoside digoxin에 대한 친화성이 높은 운반체로 알려진 OATP도 간에서 많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inusoidal 세포막의 또 다른 운반체로는 organic anion 및 cation을 간세포내로 이동시키는 OAT (organic anion transporter) 및 OCT (organic cation transporter), 그리고 각종 유기 음이온을 간세포 밖으로 배설하는 MRP3(multidrug resistance associated protein 3) 등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운반체를 통하여 간세포내로 섭취된 각종 물질은 canalicular 세포막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운반체를 통하여 미세 담관으로 분비된다. 이러한 canalicular 세포막을 통한 분비는 정상적으로 담즙 분비의 속도 조절 단계(rate limiting step)로서 ATP 의존성 펌프에 의해 한 방향으로 분비되고 이 펌프는 ABC (ATP-binding cassette) 운반체군에 속한다. 가장 먼저 밝혀진 것으로서는 MDR1 (multidrug resistance 1 P-glycoprotein)이 있는데, 각종 항암제, Ca-channel blocker, cyclosporine A 등과 같은 지용성 양이온의 배설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담즙 배설에는 그리 큰 역할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에 인지질(phospholipid)의 배설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MDR3 (역시 canalicular 세포막에 존재함)가 담즙 배설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analicular 세포막에 존재하는 또 다른 운반체로는 MRP2 혹은 cMOAT(canalicular multispecific organic anion transporter)로 알려진 것이 있다. 이것은 포합형 빌리루빈과 같은 각종 포합 유기 음이온의 배설에 관여하는데, bile-acid-independent flow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Canalicular 세포막의 또 다른 운반체로 BSEP (bile salt export pump) 혹은 SPGP (sister of P-glycoprotein)로 알려진 것이 있는데, 이는 간세포내 담즙산을 직접 배설하는 기능을 가지므로, bile-acid-dependent flow를 형성하는데 주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phospholipid의 이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FIC1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1)이라는 운반체가 알려졌는데, 이 운반체의 이상이 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 type 1의 병인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Canalicular 세포막에는 상기한 ATP 의존성 운반체 이외에도 ATP 비의존성 운반체가 존재하는데, Cl-/HCO3- 음이온 교환체(anion exchanger isoform 2 :AE2)와 GSH(glutathione) transporter가 이에 해당하며, 이들은 bile-acidindependent flow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담즙 분비에는 이상과 같은 간세포에 존재하는 각종 유기 물질 및 전해질 운반체 이외에도 담도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Cl-/HCO3 - 교환체 및 chloride 운반 기능을 가진 CFTR(cystic fibrosis transmembrane regulator)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간세포에서의 exocytosis 및 미세 담관 자체의 수축 기능도 일부 역할을 한다. 특히, canaliculi를 둘러싸고 있는 actin의 수축에 의하여 약 30 cm H2O의 압력이 생성되는데 이 압력이 cyctic duct의 압력보다 크면 담낭으로 담즙이 저류된다. 금식하는 사이에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산의 약 절반정도가 담낭에 저장되며, 저장된 담즙은 식사 때 분비되는 cholecystokinin에 의해 Oddi 괄약근이 열리고 담낭이 수축함으로써 소장으로 내려가게 된다. 소장에서는 terminal ileum의 enterocyte에서 운반체 의존성(carrier mediated) 흡수가 이루어지며 일부 비포합형 담즙산의 경우 수동적(passive) 흡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담즙정체의 병태생리
이상에서 소개한 각종 담즙 분비 과정에 장애가 초래되면 담즙정체가 생기는데, 장애의 원인은 크게 간외 및 간내로 나눌 수 있다. 간외 원인에 의한 담즙정체 시 나타나는 변화는 동물 실험에서 담도를 결찰하였을 때 나타나는 변화로 많이 알려져 있다. 담도 결찰 시 변화로는 미세 담관 확장, microvilli 소실, 투과성 증가로 간내 혈액이나 임파선으로 담즙이 역류된다. 간세포 자체에서는 간세포내의 여러 가지 효소와 운반체 단백질들의 위치가 변하게 되는데, 정상적으로 미세 담관 주변에 주로 분포하던 단백질들이 간세포의 sinusoid 쪽이나 basolateral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담즙을 흡수하는데 관여하는 운반체의 전사(transcription)가 감소되고 지방과 alkaline phosphatase의 합성이 증가된다. 담도 폐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정확한 기전은 밝혀져 있지 않으나 세담도(bile ductule)의 증식이 활발해지고 섬유화가 진행되어 임상적으로 간경변증이 나타남이 잘 알려져 있다.
간내 원인에 의한 담즙정체는 다시 간내 담도 폐쇄에 의한 경우와 간세포 이상에 의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간내 담도 폐쇄에 의한 담즙정체는 기본적으로 간외 담도 폐쇄에 의한 경우와 같은 변화를 초래한다. 기타 간내 담즙정체의 병태생리에 관해서는 각 질환 별로 기술하고자 한다.
담즙정체의 임상증상
담즙정체에 의한 증상은 담즙산이나 빌리루빈 등과 같은 담즙성분이 간세포 및 혈액 내에 저류되거나, 장으로 전달되어야 할 담즙이 감소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들로는 황달, 소양증, 회색변, 지방성 설사(steatorrhea), 비타민 흡수장애 등이 있다. 황달은 주로 혈액 내 포합형 빌리루빈의 축적에 의한 것으로 이는 수용성이므로 소변으로의 배설도 증가되어 소변색깔이 검고 진하게 나타난다.
담즙정체에 동반되는 소양증은 전신적으로 나타나는데 그 원인 물질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어 왔으나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소양증이 심한 환자의 혈액과 피부에서 담즙산의 농도가 높게 나타나고 담즙산 제거제인 cholestyramine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점 등은 담즙산이 소양증의 원인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소견이나, opioid agonist에 의한 opioid 수용체 자극이 소양증을 유발하고 그 길항제가 소양증을 감소시킴이 밝혀져 소양증의 원인 물질로 내부에서 만들어진 opioid가 원인일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담즙정체가 있는 환자의 장내에는 담즙산의 농도가 정상인에 비해 감소되어 있어 지방이나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가 감소되며, 지방성 설사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대표적인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 D, K 등의 흡수장애로 인하여 야맹증, 골다공증, 혈액 응고 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혈청내의 지질과 콜레스테롤이 수개월 이상 상승되어 있을 경우 황색종(xanthoma)이 발생할 수 있다. 황색종은 편평하고 약간 융기된 황색의 병변으로 나타나며 주로 눈주위나 손바닥, 목, 가슴 등의 부위에서 발견되고 혈중의 콜레스테롤이 낮아지고 담도폐쇄가 완화되면 소실될 수 있다. 담즙정체가 장기화되면 간경변증이 초래되어 문맥압 항진에 따르는 각종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담즙정체 시 나타나는 생화학적 이상
담즙정체가 심한 경우 대부분 혈중 빌리루빈치가 상승되나 고빌리루빈혈증 자체가 반드시 담즙정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담즙정체 시 증가되는 빌리루빈은 담즙정체의 원인에 상관없이 대부분 포합형 빌리루빈인데, 포합형 빌리루빈도 혈장 내에서는 알부민과 가역성 또는 비가역성으로 결합하게 된다. 알부민과의 가역성 비공유결합은 비포합형 빌리루빈의 경우보다 훨씬 약하며 포합형 빌리루빈은 수용성이므로 신장의 사구체에서 쉽게 여과될 수 있고, 또한 세뇨관에서 완전히 재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소변 내로 배설될 수 있다. 이러한 기전으로 인하여 심한 담즙정체가 있더라도 용혈이나 신부전 등의 다른 이상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 혈중 총빌리루빈치는 대부분 25~30 mg/dL를 넘지 않는다. 한편, 장기간의 담도 폐쇄나 담즙 저류의 경우처럼 포합형 빌리루빈이 체내에 장기간 존재하게 될 때에는 알부민과 비가역성 공유결합을 할 수 있는데, 이를 “delta 분획” 혹은 “biliprotein”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분획이 혈장 총 빌리루빈 중 차지하는 비율은 8~90%로 다양한데, 이는 신장으로 배설될 수 없고 알부민과 비슷한 반감기(15~20일)를 가지게 되어 담도 폐쇄나 담즙정체의 회복기에도 수주 동안 고빌리루빈혈증이 지속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담즙정체 시 혈중 담즙산의 증가가 초기에 나타나지만 이는 임상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빌리루빈과 담즙산이 간세포에서 담도로 분비되지 않고 혈중으로 유입됨으로써 혈중 농도가 증가하는데 비하여, alkaline phosphatase (ALP)의 경우에는 간세포에서 생성이 증가되고 혈중으로의 분비도 증가되기 때문에 상승하는데, 이는 간세포에 독성을 가지는 담즙산에 의한 간세포 막의 변화에 의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ALP는 정상적으로 간세포의 미세 담관에 연한 세포막에 가장 많이 존재하며 이외에도 골조직의 골아세포, 소장 점막세포, 신장의 근위세관, 태반 등에도 존재한다. 즉, AP는 정상적으로도 성장기인 청소년기와 임신 말기에 상승되어 있으므로, 혈청 정상 범위는 연령 및 임신 여부에 따라서 다르다. 참고로 O형이나 B형의 혈액형인 사람은 지방식 이후에 ALP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공복시에 채혈하여야 정확하다.
ALP가 정상 범위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간 이외의 다른 장기로부터 기원한 경우인지를 감별하여야 하는데, 전기영동법이나 열 안정성 등의 방법으로 ALP의 동종효소들을 분리하여 감별하는 방법이 있으나, 실제로는 부정확하고 비실용적이어서 최근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대신에 간세포의 미세 담관 세포막에서 유리되는 다른 효소들 즉, 5'-nucleotidase (5'-NT), 혹은 gamma-glutamyl transpeptidase (GGT 혹은 γGT) 등을 AP와 동시에 측정하여 감별하는 방법이 더 간편하고 경제적이다. γGT의 경우 정상적으로도 간 이외에 신장, 췌장, 비장, 심장, 뇌 등 많은 조직의 세포막에 존재하므로, 간질환 뿐만 아니라, 췌장염, 심근경색증, 전립선암, 유방암, 악성 흑색종, 폐암, 신세포암, 비만, 요독증, 만성폐쇄성 폐질환, 류마티스양 관절염, 당뇨병 등 다양한 경우에 상승될 수 있어서 특이성이 없다. 그러나, 뼈에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골질환에서 상승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성장기 소아나 임신 중에도 상승하지 않으므로, 이 검사의 주된 임상적 가치는 상승된 AP의 근원 장기가 간인지, 뼈인지를 확인하는데 있다.
이와 같이 간에서 기원한 ALP가 상승할 경우 담즙정체성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데, 정상 상한치 보다 3배 이하로 경하게 상승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비특이적이어서 각종 간세포성 간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폐쇄성 황달 등 지속적인 담즙정체성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정상치를 보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4배 이상으로 상승하며, 10배 이상으로 매우 높이 증가하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 담즙정체성 질환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간에서 기원한 ALP가 증가하는 경우는 대부분 담즙정체성 질환에 의한 경우이지만 간혹 침윤성 간질환(백혈병, 림프종, 간결핵 등)에서도 상승할 수 있으며, 이 때에는 매우 높이 증가할 수도 있다.
임상에서 AP가 상승되어 있고 γGT치는 정상인 경우에 기타 다른 소장이나 뼈 질환, 혹은 임신의 증거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다. 실제로 담즙정체가 있지만, 혈중 γGT치의 증가는 담도의 증식과 연관되어 있어서 benign recurrent cholestasis와 같이 담도 증식 없이 간세포 이상에 의한 담즙정체의 경우에는 증가하지 않을 수가 있다. 또한, 실제로 담즙정체를 시사할 만한 다른 소견도 없고 소장이나 뼈 질환, 혹은 임신의 증거도 찾을 수 없으면서 ALP가 상승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말단비대증에서는 뼈에서 기원하는 ALP가, 심부전 시에는 간에서 기원하는 AP가 각각 상승할 수 있다. 한편, 악성 종양이 있는 경우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ALP가 상승할 수 있는데, Regan ALP라는 isoenzyme이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담즙 정체가 실제 있지만 AP가 증가하지 않는 경우도 가능한데, 특히 magnesium 혹은 zinc 결핍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담즙정체성 질환의 경우, 기타 생화학적 간기능 검사 중 혈중 aminotransferase치가 상승하거나 간의 합성 기능을 반영하는 검사치가 감소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그 병인이 단순한 담즙정체가 아니라 간세포성 질환을 같이 동반하는 병변임을 의미한다.
담즙정체에 의한 고콜레스테롤 혈증은 주로 LDL 콜레스테롤의 증가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임상적으로 만성적인 담즙정체 때 나타나는 황색종의 원인이 된다. 때로는 인지질과 단백질로 구성된 비정상적인 지단백(lipoprotein X)이 증가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것이 정상적으로 세망내피 세포계(RES)에서 분해되어야 하지만 담즙정체에 의해 분해되지 못하고 역류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지단백의 상승은 담즙정체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지만, 이 지단백은 동맥경화증에서 관찰되는 것과는 달리 심혈관계 합병증의 위험성을 증가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즙정체성 질환의 종류 및 임상적 특성
담즙정체성 질환은 크게 간외 담즙정체(담도 외부 압박, 담도 내부 폐쇄, 담도 협착, Caroli's disease 등)와 간내 담즙정체로 나눌 수 있는데, 본 장에서는 간외 담즙정체에 관하여 간단히 살펴본 후 주로 간내 담즙정체의 경우에 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1. 간외 담즙정체
간외 담도의 기계적 폐쇄는 담도 내부의 질환에 의한 경우와 담도 자체의 병변에 의한 경우, 그리고 담도 외부로부터의 압박에 의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나타나는 증상은 원인에 상관없이 폐쇄의 정도와 폐쇄 기간에 따라 결정된다. 간외 담도의 기계적인 폐쇄에 의한 담즙정체 시에는 폐쇄 부위 상부에서 간내, 간외 담도의 확장이 관찰되지만 간섬유화가 이미 동반된 경우에는 이러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담즙의 저류에 의하여 육안적으로 간은 녹색을 띠고 균등하게 커진 소견을 보이며 임상적으로 열과 오한을 동반한 세균성 감염(담관염)이 잘 동반된다.
담석증은 담도 내부의 이상에 의한 담도 폐쇄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담석증 발생의 위험인자로는 여성, 과체중, 고콜레스테롤혈증, 장기간의 피임제 복용 등이 있으며 환자는 특징적으로 등과 우측어깨로 방사하는 우상복부 동통을 간헐적으로 호소하고 세균성 감염이 동반된 경우(담관염) 열과 오한 등이 흔히 동반된다. 복부 초음파나 전산화단층촬영,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등을 통하여 담낭 혹은 담도내의 결석을 관찰할 수 있다.
담석 외에 담도내 병변에 의한 담도 폐쇄의 원인으로는 기생충 감염(Ascaris lumbricoides, Clonorchis sinensis, Fasciola hepatica 등), 혈전, 출혈 등이 있다.
Caroli's disease는 선천적으로 간내 담도가 국소적으로 확장되는 질환으로 간내 담도의 낭종성 확장을 특징으로 하며 임상적으로는 담즙정체의 증상을 나타내고 흔히 세균성 담도염 증상을 동반한다. 장기간의 항생제 투여와 담즙산(UDCA)의 투여가 필요하며 농양 발생시에는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다.
담도 협착은 주로 담도계 수술 후에 생기거나 오래된 담석증에서 발생된다. 과거 post cholecystectomy syndrome은 괄약근의 운동장애가 주 원인으로 생각되었으나 그 외에도 진단시 간과한 질환이 있거나, 남아있는 담석이 있는 경우, 새로운 증상의 발현 등 수술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많은 질환들이 이 증후군에 포함된다.
담도의 양성종양은 매우 드문 질환으로 대부분 adenoma나 papilloma이며 임상적으로는 담석증과 감별이 어렵고 전산화단층촬영,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등이 감별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결국은 수술을 통하여 확진되는 경우가 많다. 담도의 악성종양은 그 발생률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Caroli's disease, 만성 기생충 감염, 궤양성 대장염 등의 질환과 연관성이 있다.
담도 외부로부터의 압박에 의한 기계적 담도 폐쇄의 원인으로는 급성췌장염, 췌장암, 십이지장 게실 등이 있는데 이들은 흔히 담도의 악성종양과 비슷한 임상상을 보여 감별을 요한다.
2. 간내 담즙정체
간내 담즙정체의 원인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생화학적 검사소견도 단순한 담즙정체 소견에서부터 간실질(간세포성) 손상 소견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두 가지 소견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담즙정체에 의한 이차적인 간실질의 손상이 있는 것인지 혹은 그 반대의 경우인지를 명확히 감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일차적으로 간내 담즙정체를 일으키는 질환은 아래의 표 1과 같이 매우 다양한데, 임상적으로 흔히 경험하는 일부 질환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원발성 담즙정체성 간경변증(primary biliary cirrhosis: PBC)
PBC는 만성 담즙정체성 질환의 양상을 보이는 비교적 드문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특징적인 임상상과 병태생리로 인하여 많은 소화기 의사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PBC는 모든 인종에 출현하며 인구 100만 명당 100~200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고 발병연령은 대개 30~70세이나 중년 여성에서 특히 호발하고, 가족 중 환자가 있을 경우 PBC 환자가 여자 가족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대조군에 비해 1000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여러 가지 자가면역성 질환이 동반될 수 있으며 특징적으로 대부분의 환자에서 항 미토콘드리아 항체가 발견된다. 조직학적으로는 진행성 비화농성 담도염(nonsuppurative cholangitis)을 특징으로 한다.
(1) 병태생리
항 미토콘드리아 항체(antimitochondrial antibody: AMA)는 PBC 환자에서 특징적으로 발견되는 자가항체로서 병태생리 기전에 관여하리라 여겨진다. AMA는 애초에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존재하는 항원에 대해 반응한다 하여 이렇게 이름지어졌지만 이후에 미토콘드리아 외에 담도 상피세포, 문맥 임파선 등에도 동일한 항원이 존재함이 밝혀졌다. 목표항원은 pyruvate dehydrogenase의 E2 부위와 PDC(pyruvate dehydrogenase complex) E3 결합단백(protein X)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항체의 존재는 곧 이들 항원에 대한 특이적인 B, T 세포 반응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AMA가 담도 손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증거는 없으며 동물실험에서도 AMA만으로는 PBC가 생기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AMA의 역가가 병의 중증도와 연관성이 적고, AMA 유무에 따른 질병의 임상경과에도 차이가 없으며, 간이식 후 일반적으로 항체는 계속 양성임에도 불구하고 재발이 적은 점 등은 AMA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님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자가 항원에 대한 면역관용을 잃게 되는 경우 자가면역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 PBC의 경우 정상적인 담도 상피세포에서는 매우 낮게 발현되는 PDC-E2 (PDC-E3 결합단백)의 발현이 증가되어 있다. 근래에 곰팡이나 일부 세균에서 이와 동일한 epitope를 가지는 항원(PDC)이 발견됨에 따라 이 항원에 의한 molecular mimicry가 발병기전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며 그 외에 CD4+ T세포 중 Th1 세포와 Th2 세포의 불균형, 혹은 기타 유전적 요인(HLA-DR8) 등이 원인이라는 일부 보고가 있다.
(2) 진단
약 25%의 환자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이 정기검진이나 다른 이유로 시행한 간기능 검사에서 나타난 이상소견으로 발견된다. 대부분 간기능 검사상 만성적인 AP의 상승을 보이는데 γGT가 동시에 상승되어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간에서 유래하였음을 알 수 있다. 혈청 빌리루빈치가 상승된다면 주로 포합형이며 예후에 대한 중요한 예견인자이다. 담즙정체가 만성화되는 경우에는 혈청 콜레스테롤치도 상승할 수 있다.
생화학적 간기능 검사에서 담즙정체의 소견을 보이는 모든 환자들은 초음파검사를 통하여 담도의 확장이 있는가를 확인하여야 한다. 초음파에서 담도 확장의 소견이 없고 AMA가 의미있게 양성(역가 1:40 이상)이면 진단을 위해 더 이상의 담도조영술이나 간 생검은 필요하지 않다. 면역형광 염색법을 이용한 AMA 검사에서 역가가 낮은 경우는(1:40 이하) 비특이적인 소견이며, 이 경우 최근 개발된 ELISA나 immunoblotting 등이 95% 이상의 특이도와 예민도를 보이기 때문에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PBC로 확진된 환자들 중 약 1/3에서는 antinuclear antibody(ANA), 또는 smooth muscle antibody(SMA)가 양성으로 나타난다.
한편, 증상이 없고 정상 AP치를 나타내면서 AMA가 양성인 29명의 간 병리소견을 관찰한 한 연구에서는 2명을 제외한 모든 환자가 이상 소견을 보였다. 이들을 10년간 추적 관찰하였을 때 생존한 24명 모두가 지속적으로 AMA 양성이었으며 담즙정체의 검사소견을 나타냈고 22명에서는 증상이 새로이 생겼으므로 이들 무증상 환자의 경우에도 추적 관찰이 필요하겠다.
임상적으로나 생화학적 간기능 검사, 그리고 간조직 생검상 PBC의 특징적인 소견을 보이는 환자들 중 약 12%는 AMA 음성인데, 이들 환자들은 ‘autoimmune cholangiopathy' 혹은 ‘immune cholangitis' 등으로 불린다. 이들의 임상경과는 AMA 양성 유무에 관계없이 동일하다. 이들은 대개 ANA 혹은 SMA가 높은 역가로 관찰된다. 이런 경우 자가면역성 간염과의 감별진단이 중요하므로 간기능 검사와 병리소견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야 한다. 분명한 자가면역성 간염의 경우 AMA가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AMA치가 높으면서 전형적인 증상과 생화학적 검사소견을 보이는 경우 PBC를 진단하기 위해 간생검이 반드시 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AMA가 음성이거나 역가가 낮은 경우(1:40 이하), 또는 ALT치가 두드러지게 상승되어 있는 경우, 그리고 약제에 의한 담즙정체성 간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PBC의 감별진단을 위해 간조직 생검이 필수적이다. PBC의 조직 소견은 매우 특징적이며, 문맥에 국한된 염증소견으로부터 경변증까지 네 단계로 구분된다. 이러한 계적 조직학적 소견들은 한 검체 내에서 동시에 발견될 수도 있으며, 진행된 간경변증의 경우에는 조직학적 소견만으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3) 임상상
무증상기가 수년간 지속된 후 피로감, 가려움증(pruritus)이 약 70%의 환자들에서 나타난다. 담즙정체에 의한 가려움증은 일간 변동을 보이며 진단된 후 서서히 감소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여 간이식의 적응증이 되기도 한다. 황달이 나타나면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장애에 의한 야맹증(비타민 A)이나 골다공증, 골절(비타민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소아에서는 신경학적 이상 소견(비타민 E)을 보일 수도 있다. 황색종이 흔하게 나타나며 로 안구 주변에(Xanthelasma) 많고 질병이 진행함에 따라 서서히 사라질 수도 있다. 진행된 경우 문맥압 항진에 의한 식도정맥류 출혈이 나타날 수 있고 다른 원인에 의한 간경변증과 마찬가지로 간세포암이 병발할 수 있는데 남자에서 여자보다 그 발생률이 높다. 대개 적어도 15년 이상의 장기간의 경과를 거치는데, 무증상의 환자들은 궁극적으로 증상을 나타내게 되며 증상이 있는 경우 무증상인 환자들에 비해 예후가 불량하다. 그 외 갑상선 기능 이상, sicca 증후군, Raynaud 증후군, 염증성 장질환 등의 다양한 질환들이 동반될 수 있다.
(4) PBC에 대한 특이적 치료
가) UDCA:PBC에서 담도가 파괴되면 소수성(hydrophobic) 담즙산이 간세포내에 정체되어 서서히 간기능이 악화되어 간다. PBC 치료제로 사용되는 UDCA는 중국 흑곰의 담즙에서 처음 분리되었으며 사람에서는 CDCA에서 만들어지고 전체 담즙산의 극히 일부(<5%)를 차지하는 물질이다. 담즙산은 일반적으로 친수성과 소수성 성질을 모두 가지지만 종류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다. LCA와 같이 소수성이 강한 담즙산은 세포막의 지질 성분을 녹여 세포막을 손상시키고 세포 내 물질이 밖으로 유출되게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친수성이 강한 UDCA는 정상인에게 투여시 담즙분비를 촉진하고 담즙 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여 상대적으로 독성이 있는 소수성 담즙산의 비율을 감소시킨다. UDCA의 작용기전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기전이 제시되어 있다. 즉,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간세포 내 소수성 담즙산의 비율을 낮춤으로써 간세포 보호효과를 나타내고, 담도에서 담즙과 인지질 분비를 촉진시키며, 또한 면역공격의 목표인 비정상적인 MHC class I 항원의 발현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BC에서 UDCA 효과에 대한 대규모 연구 결과, 10 mg/kg/day의 낮은 용량에서는 별 효과가 없었으나, 13~15 g/kg/day의 용량을 사용하였을 때는 간이식까지 걸리는 시간을 현저히 연장시키고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UDCA는 생화학적 검사소견들 즉, 혈청 빌리루빈, AP, γGT, 콜레스테롤치도 감소시킨다. 그러나 피로감이나 기려움증, 골다공증 등의 증상에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UDCA 사용 후 설사가 나타날 수 있지만 다른 부작용은 드물어서 매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려움증에 대해 cholestyramine을 사용할 경우에는 적어도 4시간의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나) 면역억제제:PBC는 자가면역성 질환의 일종이므로 azathioprine, cyclosporine, prednisolone, methotrexate 등 여러 가지 면역억제제 치료가 시도된 적이 있으나 부작용에 비해 탁월한 효과를 보인 약제는 없었다.
다) 간이식:간이식 후 매우 드물게 PBC가 재발할 수 있으나 진행은 매우 느리다. 간이식은 PBC로 인한 간부전에서 적응증이 되지만, 가려움증이 조절되지 않고 매우 심하거나 심한 골다공증에서도 고려할 수 있다.
(5) 합병증에 대한 치료
가) 가려움증:담즙정체로 인한 가려움증에는 경구용 이온 교환 레진(anion exchange resin)인 cholestyramine이 일차적으로 쓰인다. Cholestyramine은 아침 식 전후에 복용할 때 담즙과의 결합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변비가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다른 약제와도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4시간의 시간 간격을 두고 투여해야 한다. 하루에 4 g으로부터 시작하여 최대 16 g까지 투여할 수 있다.
Rifampicin도 기전은 아직 잘 모르지만 150 mg을 하루에 두세 번 투여했을 때 담즙정체로 인한 가려움증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cholestyramine을 사용할 수 없거나 효과가 없는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에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효과는 대개 투여 후 1개월 정도에 나타난다.
여러 가지 opioid 길항제들도 효과가 있는데, 처음에 시도된 nalmephene은 장기간 사용했을 때 금단증상이 나타나서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 Naloxone은 가려움증을 현저히 감소시키기는 하지만 주사제로만 개발되어 있어 장기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 개발된 naltrexone은 경구 복용이 가능하고 금단증상이 없으면서 약 반수의 환자들에서 가려움증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며 피로감 등의 증상도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기대를 받고 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가려움증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간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나) 고콜레스테롤 혈증:PBC에서 혈청 총 콜레스테롤은 상승될 수 있으나 질병이 진행하면서 서서히 감소하는 경향이 있고 UDCA를 투여하면 현저히 감소한다. 그러나 PBC에서 죽상경화증으로 인한 심질환이 증가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 이유는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이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보다 더 많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생각되며, UDCA는 주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다) Sicca 증후군과 Raynaud 증후군:모든 환자들에게 안구 건조증, 구강 건조증, 연하곤란, 그리고 여자에서는 질 건조증(dry vagina) 등에 대한 문진을 하고 적절한 증상완화 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손발을 차가운 곳에 노출시키지 않게 주의하도록 해야 하며, 금연을 권해야 한다. 칼슘 길항제는 Raynaud 증후군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으나 연하곤란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라) 골다공증:PBC에서 골다공증은 서서히 진행하므로 진단된 후부터 2년 간격으로 골밀도 검사를 실시하고 경구용 칼슘 보조제와 비타민 D를 투여해야 한다. 적응증이 되면 에스트로겐 보충요법을 시행할 수 있으나, 에스트로겐은 답즙정체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이런 효과가 적은 피부접착제를 이용하도록 한다.
2)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primary sclerosing cholangitis: PSC)
PSC는 PBC와 더불어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성 담즙정체성 질환으로서 간내 및 간외 담도의 염증성 섬유화와 파괴를 보이고 염증성 장질환과 잘 동반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PBC에서와 같이 진행하여 간경변증 및 합병증을 일으키지만 효과적인 내과적 치료는 없다.
PSC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모르고 있으나 자가면역 반응, 간문맥 균혈증, 유전적 소인 등이 관여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환자들에서 여러 가지 자가항체(ANA, SMA, ANCA)가 나타나고, 보체와 면역복합체가 혈중에서 증가되어 있으며, 염증성 장질환과 잘 동반되는 점 등은 자가면역성 기전이 원인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PSC는 환자 가족 내에서 유병률이 높고, HLA 연관성이 일부에서 알려져 유전적 소인이 발병에 관여하리라 생각된다.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들에서 염증성 장질환 등에 의한 간문맥의 균혈증이 생기고 이어서 활성화된 Kupffer 세포에 의해 TNF-α 분비가 증가되어 간내 병변이 생기는 기전도 제시되고18 있으나 정확한 병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PSC 진단을 위한 기본 검사는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이다. 검사상 담도의 국소적 혹은 여러 부위의 협착소견이 관찰되며 협착 부위 사이에 정상부분이 나타날 수 있고 담도 확장이 게실 같은 모양으로 보일 수도 있다. 담도협착으로 인하여 그 상부의 담도를 관찰할 수 없는 경우에는 경피적 담도 조영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전체 담도를 관찰할 수 있는 MR cholagiography가 개발되어 좋은 영상을 제공하므로 침습적인 검사를 피할 수도 있게 되었다. 방사선학적 영상과 더불어 조직 검사는 질환의 병기를 결정하기 위하여 간혹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병기는 간내 염증과 섬유화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비교적 큰 담도가 주로 협착되어 임상적으로 상태가 나빠지는 일부 환자에 대해서는 방사선학적 혹은 내시경적 중재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방사선학적으로 혹은 내시경적으로 접근 가능한 부위의 국소적 협착에 대해서는 스텐트 삽입이나 유두 괄약근 절개술, 풍선 담도확장술 등을 통하여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술이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지는 못한다. 흔히 동반되는 담도염은 그람 음성 bacilli, enterococcus, bacteroides 등이 원인이 된다. 만성 재발성 담도염은 치료가 어려우며 적절한 항생제를 장기간 바꾸어 가며 사용하여야 하고 결국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이식의 성공률이 향상되고 방사선학적 및 내시경적 중재술이 발달함에 따라 담도계 수술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감소되어 현재로서는 방사선학적으로나 내시경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간외 담도 협착의 경우에 한하여 수술적 치료가 적용된다.
PSC에 대한 간이식술의 성적은 매우 양호하여 최근에는 5년 생존율이 85% 이상이다. 언제 간이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이 중요한데 PSC의 경과 중 간문맥압 항진의 주 합병증들이 나타나는 경우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PSC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들은 다른 질환으로 이식을 받은 환자들에 비하여 chronic ductopenic rejection의 발생률이 높고, 궤양성 대장염을 동반한 경우에는 대장암의 발생 위험성이 간이식 후에도 높기 때문에 주기적인 내시경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이식 후 문합 부위 외의 위치에서 담도 협착이 관찰되는 수가 있는데 간생검 소견이 PSC에 적합한 경우 재발로 진단할 수 있으나 간이식 후 나타나는 비문합부위의 담도 협착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행히 재발하더라도 임상적으로는 경한 경과를 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양성 재발성 간내 담즙정체(benign recurrent intrahepatic cholestasis)
주기적인 담즙의 배설 장애로 재발성 소양감과 황달이 특징인 드문 증후군이며 임상상은 재발성 담석증과 비슷한데, 담도폐쇄의 소견이 없이 혈중 AP와 담즙산의 증가나 담즙저류가 나타나며 대개 저절로 좋아진다. 간경변으로의 진행은 없으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아마도 선천적인 요인이 작용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4)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 PFIC)
최근 간세포내 여러 운반체들이 알려지면서, PFIC의 병인에 특정 운반체의 이상이 관여함이 밝혀지고 있다. 아래 표는 PFIC의 분류, 임상상 및 병인에 대하여 최근 새로이 알려지고 있는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고 있다. PFIC 2형의 경우에는 BSEP의 기능 저하로 인하여 세포 독성 담즙산이 간세포내에 축적되는 정도가 매우 심하므로 임상 경과가 빨라서 성인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1형이나 3형의 경우에는 임상 경과가 다양하며 성인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원인 불명의 담즙정체성 간질환이 의심될 경우에는 그 감별 진단에 포함시켜야 하겠다.
5) 임신성 간내 담즙정체
정상 임신의 경우 제 3 임신기에 AP의 상승과 BSP의 저류 증가 등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 경우 AP는 태반에서 유래된 것이다. 황달이 존재하더라도 혈중 빌리루빈치가 2 mg/dL를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일부에서는 간내 담즙 저류가 일어나 소양감과 황달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임신성 간내 담즙정체(intrahepatic cholestasis of pregnancy)라고 한다. 이는 주로 제 3 임신기에 발생하나 임신 7주 이후 언제라도 생길 수 있고, 임상상은 양성 재발성 간내 담즙정체와 비슷하다. 혈중 빌리루빈치가 6 mg/dL까지 오를 수 있으며 AP나 콜레스테롤치가 상당히 상승할 수도 있다.
조직학적으로 간은 다양한 정도의 담즙저류를 보이지만 실질세포의 파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출산 후 증세가 호전되며 7~14일 내에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 원인으로는 estrogen이나 progesterone의 간에 대한 효과, 즉 담즙 저류 효과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되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다음 임신 시 종종 재발하기도 한다. 동물실험에서는 estrogen이 간세포막의 유동성과 지질성분의 변화를 초래하고 NTCP 발현을 감소시킴이 알려져 있다. 태아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preterm labor (44%), fetal stress (18%), stillbirth (10%) 등이 보고되어 있는데, 모체의 혈중에 증가된 담즙산이 태반의 혈관수축을 초래하여 태아저산소증을 야기시키는 것이 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여성에서는 피임약의 복용으로 재현이 가능하다. 경과는 양호하므로 치료가 필요치 않으나 소양감 때문에 cholestyramine을 사용할 수 도 있다.
이 질환은 바이러스성 간염, 임신성 급성 지방간, 혹은 tetracycline에 의한 지방간 등과 감별하여야 하는데, 임신성 급성 지방간이나 tetracycline에 의한 지방간의 경우는 제 3 임신기에 발생하며 간실질의 손상을 동반하고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므로 반드시 감별하여야 한다.
6) 약물 유발성 담즙정체
일반적으로 약물에 의한 간손상의 빈도는 매우 낮으나, 실제 임상에서는 황달을 주소로 입원하는 환자의 약 5%, 급성 간염 환자의 약 10%에서 약물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하여 간질환을 다루는 임상의가 반드시 숙지하여야 하는 질환군이다; 즉, ① 약물 유발성 간 장애를 적절한 시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계속 약물을 투여하게 되면 심각한 간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② 약물 유발성 간 장애는, 단순한 간효소치의 상승에서부터 치명적인 간세포 괴사, 간경변증, 간암 및 다양한 종류의 담즙정체성 질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들 질환의 감별 진단에서도 약물 유발성 간 장애의 가능성을 포함시켜야 하며, ③ 또한 약물 유발성 간 장애의 예방은 담당의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윤리적 및 법적 책임에 해당하므로, 간질환을 다루는 임상의로서는 이의 예견 및 조기 발견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약물에 의한 간 장애는 조직학적으로 크게 간세포성(hepatocellular), 순수 담즙정체성(pure cholestatic) 및 혼합형(mixed)의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간조직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약물 유발성 간손상을 ALT와 AP치, 혹은 그 활성도(효소 정상 상한치의 배수)의 비에 따라 간세포성(hepatocellular), 순수 답즙정체성(pure cholestatic) 및 혼합형(mixed) 간손상으로 분류한다. 즉, ① 간세포성 간손상은 ALT치만이 정상 상한치의 2배 이상이거나 AP에 대한 ALT의 활성도 비가 5 이상일 때로, ② 순수 담즙정체성 간손상은 AP치만이 정상 상한치의 2배 이상이거나 AP에 대한 ALT의 활성도 비가 2 이하일 때로 정의하고, ③ ALT치와 AP치가 모두 정상 상한치의 2배 이상이면서 AP에 대한 ALT의 활성도 비가 2에서 5 사이일 때는 혼합형 간손상으로 정의한다.
간 장애를 야기시키는 약물은 크게 간 장애를 예측할 수 있는 내인성 간독성 약물(intrinsic hepatotoxin)과 간 장애를 예측하기 어려운 특이반응 약물(idiosyncratic hepatotoxin)로 분류된다. 내인성 간독성 약물은 실험 동물에서 간독성을 쉽게 유발할 수 있고, 투여 용량에 따라 간독성이 증가하며, 인간에서 발생 빈도가 비교적 높고, 잠복 기간이 비교적 짧고 일정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특이반응 약물은 실험 동물에서의 재현성이 없으며, 용량과의 상관 관계가 없고, 약물에 대한 알러지 반응의 병력이 있을 수 있으며, 발생 빈도가 낮고, 잠복기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이반응 간 장애는 또한 피부 발진, 발열 및 호산구 증가 등의 과민 반응의 유무에 따라서 각각 면역학적(immunoallergic, hypersensitivity)과 대사성(metabolic) 특이 반응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일부 약물에서는 두 가지 기전이 모두 작용하기도 한다.
약물이 담즙정체를 일으키는 기전으로 가장 흔한 경우는 상기한 기전 중 면역학적 특이 반응에 의한 경우이며, 그 다음으로 대사성 특이 반응이 흔하고, 아주 드물게는 내인성 간독성에 의한 경우도 있다. 약물이 이러한 기전을 통하여 상기한 담즙 배설 과정의 일부분, 혹은 전반에 걸쳐 구조적, 기능적 장애를 초래할 경우 담즙정체가 발생한다. 일부 약물에 의한 담즙정체 기전이 잘 알려져 있는데, 예를 들면 estradiol과 chlorpromazine은 Na, K-ATPase 활성을 억제하여 세포막의 유동성을 감소시켜 담즙정체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colchicine, vinblastine과 같은 세포내 microtubule 억제제들은 담즙산 의존성 담즙 흐름을 억제하는데 이는 담즙분비에 관여하는 여러 운반체들의 세포내 이동을 억제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에 의한 담즙정체를 담즙 배설 과정에 따라 더 세분해서 구분하면 다음의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즉, canalicular (순수 담즙정체형, 예: 피임약), hepatocanalicular (담즙정체성 간염, 예: chlorpromazine, augmentin, erythromycin), ductular (미세 담관을 주로 침범하는 담즙정체형, 예: benoxaprofen), cholangio-destructive (interlobular 담관을 주로 침범하는 염증반응을 동반하는 담즙정체형, vanishing bile duct syndrome이 여기에 속함, 예: paraquat, chlorpromazine), septal cholangiodestructive (sclerosing cholangitis와 유사한 담즙정체형, 예: 간동맥을 통한 floxuridine infusion) cholestasis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순수 담즙정체형인 경구피임약의 경우에는 섭취하는 일부 여성에서 임신성 간내 담즙정체와 동일한 소견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때 약을 끊으면 호전되며 만성 간질환으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한편, testosterone 유사체(methyltestosterone, norethandrolone)에 의해서도 경구피임약에 의한 경우와 유사한 간 병변이 발생할 수 있는데 여성호르몬의 경우와는 달리 만성 간질환, 특히 담도성 간경변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특히 간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사용해서는 안 되며 혈중 ALT나 AP치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끊어야 한다.
이와 같은 약물 유발성 담즙정체를 진단할 수 있는 특이 검사방법은 없으며, 현재까지 인정되는 진단의 gold standard test는 재투여시의 악화 유무인데 이는 윤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의심하여 철저한 약물 복용력을 조사하고 인과 관계를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담즙정체성 간손상과 약물과의 인과관계 판정은 1989년 International Consensus Meeting에서 제시한 바에 의하면 suggestive, compatible, incompatible의 3가지로 분류하며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약물 투여 후 5∼90일 사이에 간손상이 나타나면 suggestive로, 잠복기가 5일 미만이거나 90일 이상인 경우는 compatible로, 그리고 약물 투여 이전에 간손상이 증명된 경우는 incompatible로 정의한다. 약물을 끊은 지 1달 이내에 간손상이 나타나면 compatible하며, 1달을 초과하면 incompatible하다. 간손상 발생 후 약물을 끊고 난 후의 반응으로서 약물을 끊은 후 6개월 이내에 AP 혹은 TB치가 50% 이상 감소하면 suggestive로, 6개월 이내에 AP 혹은 TB치가 감소하지만 그 정도가 50%를 넘지 못하면 intermediate로, AP 혹은 TB치가 감소하지 않는 경우는 inconclusive로 정의한다. 세 번째 요소는 약물 재투여시의 반응으로서 약물을 재투여하여 AP치가 2배 이상 상승하는 경우는 양성이고, 전과 같은 방식으로 약물을 재투여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AP치가 정상 상한치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는 경우는 음성이다.
이상과 같은 인과관계의 규명과 동시에 약물 이외의 다른 간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하여야 하는데, 바이러스성 간질환 이외에도 자가면역성, 혈관성 및 대사성 간질환도 고려하여야 한다. 담즙 정체성 간질환 환자에서는 담도 확장이 없을 경우에 약물에 의한 경우를 반드시 고려하여야 하겠으며, 피부 발진, 발열 및 호산구 증가 등의 과민 반응이 나타날 경우 약물 유발성 간손상을 더욱 시사하는 소견이지만 이러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더 흔하므로 과민 반응이 없는 경우 약물 유발성 간손상의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지 말아야 하겠다. 일부에서는 간조직 소견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특히 zonal necrosis, microvesicular steatosis, bile duct injury, vascular lesion 및 호산구 침윤 등의 소견이 나타날 경우 약물 유발성 간손상일 가능성이 높겠다.
가장 적절한 치료는 원인 약제의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지만 실제 임상에서 원인 약제를 구분해 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부분 원인 약제의 복용을 중단하면 4주 이내에 호전되지만 일부에서는 수개월에 걸쳐서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 원인 약제를 계속 투여할 경우, 혹은 일부에서는 원인 약제를 중단할 경우에도 계속 진행하여 PBC에서와 유사한 조직학적 소견을 보이는 vanishing bile duct syndrome이 생길 수 있는데, erythromycin에 의한 경우 약 5%에서, chlorpromazine에 의한 경우 약 7%에서, flucloxacillin에 의한 경우 약 10~30%에서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30 만성적으로 담즙정체가 지속될 경우에는 UDCA 투여가 효과적일 수 있으며, 그 외 가려움증 등과 같은 증상적인 치료는 PBC의 경우와 같다.
7) 감염과 관련된 담즙정체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담즙정체성 간염은 급성 A, B, E형 간염, 만성 C형 간염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면역억제상태에서는 특히 B 혹은 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섬유성 담즙정체성 간염(fibrosing cholestatic hepatitis)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외에 간을 직접 침범하여 담즙정체를 야기하는 전신 감염증으로는 세균의 경우 Weil's disease가 있으며,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면역 억제상태나 신생아 시기에 cytomegalovirus 혹은 herpes simplex virus 감염증이 있으며, toxoplasmosis나 malaria에 의한 경우에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간을 직접 침범하지 않더라도 세균 감염이 있을 경우 담즙정체를 초래할 수 있는데, 패혈증이나 혹은 폐렴의 경우 패혈증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담즙정체가 나타날 수 있다. 각종 세균 감염 시 모두 가능하나 그람 음성균 감염시 특히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원발 병소로는 복강내 감염(충수돌기염, 게실염, 복막염 등)이 가장 흔하지만 그 외에 폐렴, 심내막염, 신우신염 및 신체 각 부위의 농양 등에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즙정체성 황달은 감염증 발생 후 수일 내에 나타나는데, 일부에서는 혈액 배양 결과가 나오기 수일 전부터 나타나기도 한다. 혈액 검사상 주로 포합형 빌리루빈치가 상승하며 AP치도 상승하지만 ALT치는 정상이거나 경미하게만 상승한다. 간조직 소견은 비특이적인 간내 담즙정체 소견(담관 주변의 염증세포 침윤, 담관 증식, bile plug 등: 이러한 소견을 cholangitis lenta라고도 기술함)만 보이므로 대부분에서 진단을 위해서는 간생검이 필요하지는 않다. 대부분에서 기저 감염증이 호전되면 담즙정체도 소실되지만, 패혈증과 관련된 경우 황달이 지속될 경우에는 그 치사율이 90% 이상이 된다.
그 기전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내독소를 주사할 경우 간에서 BSP의 분비가 감소됨이 알려져 있으므로, 내독소 자체가 담즙정체를 유발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근 내독소와 관련된 담즙배설 과정의 각종 운반체의 분자생물학적 변화가 많이 밝혀졌으므로 이와 관련하여 담즙정체의 기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내독소가 간에 도달하면, 주로 Kupffer 세포를 자극하여 TNF-α, IL-1, 6, 8 등의 cytokine 분비를 조장하지만 담관 상피세포(TNF-α, IL-6)와 간세포(TNF-α, IL-8)도 자극하여 cytokine을 분비하게 한다. 이러한 cytokine이 분비되면, 간세포내의 운반체인 NTCP, OATP, MRP2 및 BSEP의 발현이 감소하게 되고 담즙산 비의존성 담즙분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GSH와 HCO3-의 분비도 감소하게 된다. 즉, 이러한 운반체의 발현이 감소하면, 담즙산 뿐만 아니라 각종 유기 음이온(예: 빌리루빈)의 간세포 내로의 섭취 및 간세포로부터 미세 담관으로의 배설이 감소하여 담즙정체 및 황달이 초래된다. 반면에 미세 담관쪽 세포막의 MDR3의 발현은 변화가 없으며, 미세 담관쪽의 MDR1과 sinusoid 쪽의 MRP3의 발현은 오히려 증가하는데, 이는 간세포내에 담즙산이 축적되어 독성 작용을 나타내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방어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MRP2의 발현이 감소하게 되면 포합형 빌리루빈과 BSP 등의 유기 음이온의 배설이 감소하게 되어 담즙 정체가 유발되지만, GSH의 미세 담관으로의 배설도 감소하게 되므로 GSH가 간세포내에 다량이 축적되고 sinusoid 내로의 배설도 증가되어 전신 순환내의 농도가 증가하게 되는데, GSH는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로서 이 또한 내독소에 관련된 각종 염증 반응에서 방어 기전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내독소에 의한 이러한 변화는 cytokine 분비의 대표적인 억제제인 스테로이드를 전처치 할 경우 상쇄됨이 알려져 있으므로, 내독소에 의한 일련의 담즙 정체 기전에는 간내 각종 세포에서 분비되는 cytokine이 주요 매개체임을 알 수 있다.
8) 경정맥 영양요법(total parenteral nutrition: TPN) 시의 담즙정체
TPN시 발생하는 담즙정체는 특히 염증성 장질환으로 TPN을 시행받는 환자의 약 2/3에서 발생할 정도로 그 빈도가 높으며, 대부분 TPN 시행 후 2~3주 경에 발생한다. 그 기전으로는 첫 번째로 TPN에 포함되어 있는 물질 자체의 독성, 즉 아미노산 중 tryptophan, 혹은 TPN 용액이 빛에 노출될 때 생기는 산화 물질(peroxide), 혹은 TPN에 포함되어 있는 aluminium 등이 담즙 저류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로는 TPN에 충분한 양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 아미노산으로 인하여 담즙정체가 유발되기 때문인데, taurine이라는 아미노산은 담즙산의 포합 과정에 필요한 것으로서 부족할 경우 결국 담즙배설이 저하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serine, methionine 등과 같은 methyl기를 가지고 있는 아미노산이나 glutamine 등이 부족할 경우에도 담즙정체가 초래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경구 섭취를 하지 않음으로써 나타나는 일련의 현상 때문인데, 먼저 정상적으로 경구 섭취 시 자극되어 분비되는 cholecystokinin의 분비양이 감소하므로 담도내 sludge가 형성되어 담즙정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장관 운동이 감소하여 장내 세균이 증식하게 되고 이로부터 유리되는 내독소가 증가하여 간문맥을 통하여 간내로 유입되면 간내 세포로부터 각종 cytokine 분비를 조장할 수 있다. 또한, 증가된 장내 세균에 의하여 담즙정체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독성 담즙염(lithocholate)이 과다하게 생성되고 흡수되어 간에 도달하여 담즙정체가 발생하게 된다. 한편, 경구 섭취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장관 운동도 감소하지만 장상피세포의 증식도 감소하여 장표면이 위축되므로 장관내에서 생성된 내독소 및 독성 담즙염의 흡수가 더욱 증가되어 담즙정체가 심해지게 된다.
간기능 검사 상에서는 혈중 ALT치와 AP치가 상승할 수 있으며, 포합형 고빌리루빈혈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조직 소견은 역시 비특이적인 간내 담즙정체 소견을 보이므로 진단에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담즙정체는 TPN을 중단하면 대부분 호전되는데, TPN을 중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먼저 과다한 영양 공급을 피하여야 하는데, 포도당의 경우 하루 6 g/kg 이하로, 지방의 경우 하루 2 g/kg 이하로 줄이도록 한다. 그래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TPN 용액이 적어도 하루에 6~12시간 정도는 주입되지 않도록 하는 주기적 요법을 적용할 수 있으며, 장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하여 경구로 metronidazole을 투여할 수도 있고, UDCA 투여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9) 수술 후 황달
수술 후에는 각종 원인으로 황달이 초래될 수 있는데, 즉 1) 색소 부하의 증가, 2) 간세포 기능 저하, 3) 간외 담도 폐쇄 등이 모두 원인이 될 수 있다. 색소 과부하의 원인으로는 수혈받은 적혈구의 파괴, 혹은 혈종으로부터의 흡수나 드물게 용혈성 빈혈 등이 있을 수 있고, 간독성 약물이나 저혈압, 저산소증 등에 의해 간세포의 구조적 이상보다 더 심한 간세포 기능의 저하가 초래될 수도 있다. 패혈증도 담즙저류 형태의 황달을 일으킬 수 있고 동반된 신기능 저하에 의해 포합형 빌리루빈의 제거 장애로 황달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수술에 따른 담도 손상이나 결석에 의해 간외 담도폐쇄가 초래되는 경우도 있다.
수술 후 황달의 한 형태로 양성 수술 후 간내 담즙저류(benign postoperative intrahepatic cholestasis)가 있는데, 전형적인 예로는 대동맥류 파열과 같이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오랜 시간 수술을 받으면서 출혈이 심하여 혈종이 몸 안에 고이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저산소증이 초래되어 다량의 수혈을 받은 경우에, 수술 후 2~3일째부터 혈중 총빌리루빈치가 상승하여 20~40 mg/dL까지 오르고 AP나 AST치도 3~10배 정도 상승하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경미한 혈청 ALT치의 상승을 보이며 간세포 괴사의 소견 없이 담즙저류의 소견만을 보이는 수가 많다. 이러한 황달의 원인으로는 색소 과부하뿐만 아니라 저산소증 및 저혈압으로 인하여 간 기능 및 신장 기능이 저하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히, 저산소증 후에 재관류되는 경우(ischemia reperfusion injury) Kupffer 세포가 자극되어 cytokine이 분비되므로 상기한 패혈증 관련 담즙정체의 기전에서와 같이 담즙정체가 초래된다. 수술과 연관된 다른 합병증이 없는 경우 황달은 진행하지 않고 대부분 저절로 호전된다.
10) 악성 종양과 관련된 담즙정체
종양에 의해서 담도가 막히는 경우, 간내 전이(침습성 간질환)에 의한 경우, 종양과 관련된 간 amyloidosis에 의한 경우, 혹은 악성 림프종에서와 같이 vanishing bile duct syndrome이 발생하는 경우 등에서 담즙정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일부에서는 이러한 원인이 없이도 담즙정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신세포암(Stauffer's syndrome), 연조직 육종, 악성 림프종(특히 Hodgkin's disease) 등에서 알려져 있는데, 그 기전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종양 내로 침윤하는 염증 세포로부터 분비된 cytokine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에서 기저 종양이 치유되면 호전된다.
11) 간이식 후 담즙정체
최근 간이식이 널리 시행되고 있는데, 이식 후 담즙정체성 간질환이 발생하는 경우도 비교적 흔하다. 그 원인으로는 앞에서 기술한 여러 상황이 다 가능하다. 즉, 간을 침범하는 감염(바이러스성 간염, 섬유성 담즙정체성 간염, CMV 감염 등), 혹은 간 이외 장기의 감염이 동반된 경우 모두에서 다 가능하며, 이식 후 사용하는 각종 약제, 즉 cyclosporine A (미세 담관 세포막 운반체의 활성을 억제), tacrolimus, azathioprine (sinusoidal 내피세포를 손상시킴) 및 trimethoprim-sulfamethoxazole (면역학적 특이반응을 통한 담즙정체) 등에 의해서도 초래될 수 있다. 또한, 거부 반응, 특히 만성 담관소실성 거부 반응으로 인하여 담즙정체가 초래될 수도 있다. 한편, PBC나 PSC로 간이식을 받은 경우에는 기존의 질환이 재발하여 담즙정체 소견을 보일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모든 가능성을 감별하여야 한다.
담즙정체성 질환의 진단적 접근 및 치료
이상 기술한 각종 담즙정체성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상세한 병력청취와 신체검진 및 생화학적 간기능 검사 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복부 초음파검사를 시행하여 담도의 확장이 관찰될 경우 폐쇄성 담즙정체 질환을 감별하여야 하고, 담도의 확장이 관찰되지 않는 경우에는 대부분(90%)에서 그 원인이 간내 담즙정체성 질환인데, 일부에서는 간헐적이거나 최근에 발생된 간외 담도의 폐쇄에 의한 경우일 수도 있다. 담도 폐쇄가 의심될 경우에는 병변의 위치를 확인하고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ERCP, MRCP, PTC 혹은 CT나 초음파내시경 등의 추가적 검사가 필요하다. 간내 담즙정체성 질환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혈액 검사나 간 조직검사가 필요하겠다.
담즙정체성 질환의 치료는 크게 대증적인 치료와 담즙정체를 일으킨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소양증 등의 증상에 대한 치료와 담즙정체 자체에 대한 UDCA 투여 효과에 대해서는 PBC에서 기술한 내용과 동일하다.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는 각 질환별로 이미 기술하였는데, 특히 PBC와 PSC에서 확립된 치료법으로 인정받는 간이식의 적용에 관하여 마지막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두 질환 모두에서 이식 후 좋은 생존율을 나타내는데, 간이식의 적응은 일반적으로 기타 다른 간실질성 질환의 경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이식 후의 합병증 발생률이 낮으면서 간이식을 고려할 정도로 기저 질환이 진행된 상태가 적절한 이식의 적응이 되는데, 가려움증이 조절되지 않고 매우 심한 경우에도 간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 이외에는 일반적인 적응증, 즉 복수가 조절되지 않는 경우,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간성 혼수, 상부 위장관 출혈 등과 같은 간경변증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PBC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요소로는 혈중 빌리루빈치, 나이, 프로트롬빈 시간, 부종 등이 있으며 PSC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위험 요소로는 혈중 빌리루빈치, 나이, 조직학적 단계, 비장종대, Child-Pugh 점수 등이 있다. 이들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생존모델이 개발되었으나 아직까지 간이식의 적절한 시기를 정확히 결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대한간학회지 / 10권 2s호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