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양에서 옛날을 회상하며〔瀋陽懷古〕
······························································ 한포재 이건명 선생
옛날 우리 할아버지가 눈 먹던 곳을 / 吾祖昔年餐雪地
소손(小孫)이 오늘 얼음물 마시며 가네 / 小孫今日飮氷行
천시(天時(와 인사(人事)가 예나 지금이나 같으니 / 天時人事今猶舊
야리강(耶利江) 가에서 곱절이나 슬프구나 / 耶利江邊倍愴情
[주-1] 옛날 …… 곳 :
할아버지는 백강 이경여(李敬輿) 선생이다. 눈을 먹는다[餐雪]는 것은 사신으로 가서 고초를 겪음을 말한 것이니, 한 무제(漢武帝) 때 소무(蘇武)가 흉노에 사신 갔다가 굴속에 갇혀 눈을 먹고 연명한 일에서 유래하였다. 《漢書 卷54 蘇武傳》 1642년(인조20)에 선천 부사(宣川府使) 이계(李烓)가 청나라의 연호(年號)를 쓰지 않고, 항상 명나라에 뜻을 두고 있다고 이경여를 밀고(密告)함으로써 이경여가 청나라에 잡혀갔다가 돌아온 일이 있었다. 1644년에 사은사(謝恩使)의 정사(正使)로 연경에 갔을 때 청나라는 이 일로 원한을 품고 이경여를 또 구금하였는데, 꿋꿋하게 절의를 지키다가 돌아왔다. 《宋子大全 卷157 白江李公神道碑銘, 韓國文集叢刊 113輯》
[주-2] 소손(小孫)이 …… 가네 :
할아버지가 사신 갔던 그 길을 오늘날 자신이 감을 말한다. ‘얼음물을 마신다’는 것은 사신 가는 고초를 말한다.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내가 오늘 아침에 사신의 명을 받고는 저녁에 얼음물을 마셨다.[今吾朝受命而夕飮氷]” 하였다.
[주-3] 야리강(耶利江) :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으니, 심양에 있는 강 이름으로 보인다. 한국문집총간 171집에 수록된 《옥오재집(玉吾齋集)》 권3 〈사은사 서장관 이중강(이건명)을 전송하며[送謝恩書狀李仲剛]〉에 “야리강 가는 곧 심양이다.[耶利江邊卽瀋陽]” 하였다.
<출처 : 한포재집(寒圃齋集) 제1권 / 시(詩)>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전형윤 황교은 (공역) |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