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천안’을 그리는 천안 지역 대표 일꾼을 만나다
“함께 꿈꾸고 함께 만들어 갑시다!”
‘행복 천안’을 그리는 천안 지역 대표 일꾼을 만나다
구본영 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 이사장
‘하늘 아래 가장 편안 곳’이라는 뜻을 가진 천안(天安). 고장의 이름처럼 가장 편안한 도시가 되어야 할 천안은 요즘 안팎으로 매우 불편하다. 국가 정책으로 시행되는 충청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계획이 수정되면서 천안의 기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천안·아산 시(市)통합 문제 또한 몇 년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성장 통만 겪고 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으로 인해 천안으로 이전해 오는 기업도 급감했다. 천안의 싱크탱크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며, 천안시 발전을 위해 힘쓰는 ‘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의 구본영 이사장을 만나 천안시의 불편한 속사정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았다.
- 취재 이준영, 하여라 기자 / 글 하여라 기자
무엇이 천안을 서럽게 하는가!
요즘 충청권에서 ‘충청도 홀대’라는 볼멘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린다. 그 중심에는 천안이 있다. 천안의 서러운 사연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대전시가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예정된 대전 둔곡지구가 아닌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짓겠다는 결정에서 비롯됐다. 기초과학연구원 위치변경은 단순한 일로 보이지만 깊게 파고들면 그렇지 않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기능지구로 선정된 충남 천안, 충북 청원, 세종특별시 지역들에게는 매우 큰 타격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계획 수정으로 천안을 비롯한 기능지구들이 받는 불이익이 무엇인지 ‘천안 정보통’이라고 불리는 구본영 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 이사장을 만나 자세하게 알아보았다. “원안에는 천안 제3일반산업단지, 천안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 과학산업단지, 세종시 응용개발연구사업화 등 기능지구 역할이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반면에 수정안에는 기능지구들의 구체적인 계획이 빠져 있다. 수정안대로 진행된다면 원래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세우기로 한 자리인 신동지구와 둔곡지구는 산업용지로 조성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빠진 자리에 산업 용지를 조성해 벤처기업 등을 유치하면 천안, 청원, 세종 특별시에 조성될 기능지구는 유명무실한 존재가 된다. 거점지구가 대전 도심으로 옮겨지면 기능지구와 과학벨트 간 연계가 없어져 충청도 동반발전은 어렵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국가 균형발전 목적도 있다. 본래 취지를 잃지 않으려면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
시(市) 통합은 지역 발전의 중요한 열쇠
천안은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여겨지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천안과 아산의 통합이 그것이다. 천안시정발전센터는 자체적으로 설문조사까지 의뢰해 두 도시의 통합 문제를 2009년부터 꾸준히 연구해 오고 있다. 구본영 이사장은 천안·아산 통합은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여론 수렴결과 천안시민 68.7%, 아산시민 49.0%가 통합에 찬성하고 있다. 아산의 탕정·배방지구는 지방자치가 시행되기 전부터 천안 편입을 원했다. 반수 넘게 시(市)통합을 찬성한다. 그러나 아산지역 일부 시민들께서 아산의 적은 인구수를 우려하며, 천안으로 흡수통합을 걱정한다. 이런 걱정이 시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도시의 통합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무엇일까. “경제적으로 예산의 집중과 선택이 가능하다. 간단한 예로 특별교부세(지자체가 예기치 못한 문제시, 안전행정부에서 받는 지원금)가 늘어난다. 또한 시 통합은 대도시 규모를 갖추게 되어, 기업 유치에도 유리하다. 아산 같은 경우는 천안보다 땅값이 저렴하여 대도시라는 이점과 함께 저렴한 지대비용을 무기로 기업 유치에 유리 할 것이다. 이미 천안과 아산은 공동 생활권인데 굳이 지역에 좋은 것들을 서로 경쟁하며 얻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위기가 곧 기회다
천안은 올해 시 승격 50주년을 맞이했다. 사람으로 치자면 중년의 나이다. 중년에 접어든 천안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면 무난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지자체들은 줄어드는 인구와 부족한 예산으로 늘 생존경쟁을 치르고 있는데 반해, 천안은 인구와 예산 규모율이 꾸준하게 증가해 왔다. 구본영 이사장 역시 지금까지 다른 지자체들에 비해서 편안하게 발전한 편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경고했다.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곳이 바로 천안이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예고한 2008년 후부터 천안시에 들어온 기업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수도권에서 이전한 기업 수치만 보더라도 감속 경향은 뚜렷하다. 규제완화 첫해인 2010년 60곳, 2011년에는 8개로 급감했고, 2012년에는 불과 7개의 기업만이 천안으로 이전했다.”
천안의 정보통이자, 싱크탱크인 구 이사장에게 ‘천안이 직면한 난관을 뚫을 방법은 없냐.’고 물었다. 구 이사장은 그 답을 사회간접자본(SOC)에서 찾았다. 천안은 중부권 최대도시이고, 삼남지방(충청도·전라도·경상도)을 연결하는 물류와 교통의 요충지 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기간 시설들이 미흡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세종시와 천안시 간 상생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로망 구축이 시급하다. 천안이 수도권과 전철로 연결돼 있어 도로 상황만 좋다면, 세종 특별시로 일보러 다니기도 편리하다. 당진에서부터 시작하여 천안을 거쳐 청주공항까지 가는 철도 건설이 역시 매우 필요하다. 당진 항은 중국과 가장 가까운 항구이고, 청주 공항은 중국에서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중국 관광객들이 천안에서 서울로 들어가게 된다면 철도를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쉽게 갈 수 있다. 인천공항 혼잡도 줄이는데 좋다. 그리고 여기에 의료 산업을 추가해 천안을 의료 관광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 천안 거리 정도면 수도권에 있는 실력 좋은 의사들이 많이 내려오기도 좋은 위치다.” 구 이사장은 천안이 위기라고 평가했지만, 천안의 가능성을 이미 많이 파악하고 있기에 위기도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천안
숨 가쁘게 진행된 인터뷰에 쉼표를 주고자 ‘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를 만들게 된 이유를 물었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성을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 그때그때 기관장들이 정책을 만들고 시를 운영하면 큰 미래를 내다보지 못 해 예산낭비 밖에 안 된다. 무엇보다 시정문제는 타이밍을 놓치면 십 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연구기관을 두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거다. 아쉽게도 천안은 공적인 천안연구기관이 없다. 직접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생각에서 지금의 센터를 만들게 됐다.”
설립 취지에 부흥하기 위해 센터는 천안과 충청 발전을 위한 학술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또한 센터는 유동인구가 많은 천안 특성을 고려하여, 시민들에게 천안을 올바로 알리고 지역 애향심을 고취시킬 목적으로 천안 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서울은 물론 멀리 일본에서도 참가한다. 센터는 지난달에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며 노력한 천안 시민 22명을 발굴해 ‘천안을 가꾸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책도 냈다. 직접 인터뷰를 하고 책을 쓴 구 이사장은 “회사 경비원으로 시작해 품질 명장으로 타이틀을 단 사람, 전무후무한 무재해 기록을 세운 제철소의 기감 등을 보면서 누가 알든 모르든 소리 없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고 존경받는 천안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책 출판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행정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구본영 이사장의 각별한 천안 사랑 이유가 궁금했다. 구본영 이사장에게 천안은 고향이자, 학창시절의 추억이 집합된 인생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천안 시장 직 도전에서 두 차례나 패배를 안겨준 얄궂은 인연이 있기도 하다. ‘천안을 위해 뛰고 싶다’라는 구 이사장이 발언에, 기자는 “두 번이나 낙선하면 있던 정도 떨어지겠다.”라고 응수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나는 육군사관학교에서 ‘국가를 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다’라는 교육까지 받은 사람이다. 국가에 대한 헌신을 철저하게 배웠다. 게다가 국무조정실 공무원까지 하면서 다양한 행정 경험을 쌓았다. 퇴임하고 고향 천안을 둘러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행정 노하우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천안 실정도 잘 알고, 행정 경험도 풍부하니 이를 바탕으로 천안의 발전을 이끌어내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
그의 진정성에 기자가 계속 의구심을 가하자, 구 이사장은 어렵게 지난 국회의원 불출마 사연을 이야기 했다. “지난 해 당선 가능성이 높으니 천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오라는 권유를 정말 많이 받았다. 하지만 거절했다. 내가 원하는 건 정치에 비중을 두고 천안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천안의 행정 발전을 통해 시민행복을 도모하고 싶은 거다. 행정은 내가 가장 잘하는 분야이기에 나 스스로도 자신이 있다.” 구 이사장은 25년 동안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등 다양한 행정 분야를 거치며 우수공무원 훈장인 홍조근정훈장 까지 수상했다. 그의 자신감이 괜한 허세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본영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강조했다. 그는 다시 기회가 닿는다면 ‘천안을 가꾸는 아름다운 사람들’ 2편을 집필하여 더 많은 인물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했다. 2편의 첫 번째 인물은 구 이사장이 되어도 좋을 듯하다. 이미 그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천안을 위해 뛰고 있지 않은가. 천안 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Profile
천안고등학교(14회)
육사 30기(전자공학과 이학사)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경영학 석사)
서울시 마포구청 사회복지과장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제4, 5행정조정관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3심의관(과기부, 정통부, 환경부, 산림청, 기상청, 농진청, 해경청 등)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실 농수산건설심의관(농림부, 해양수산부, 건설교통부)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공직기강 및 부패방지)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관리관)
천안시장 출마
(사)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 이사장
홍조근정훈장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