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빛 그리움이 있는 여인
황토빛을 고스란히 앉은 남도의 여인이 함박골 큰 기와집 마당에서 아늑한 미소로 반기고 있다.
내가 도착 하자마자 나무 탁자 위에 주인의 마음인양 따듯한 찻잔이 기다리고 있다
벌써 생강나무가 꽃을 피우듯 찻잔에서 생강나무차 향기가 흐르고 주인의 조용한 말씨에 처마 끝에
풍경소리가 방안 가득 넘쳐나고 있다.
"이 집은 내가 살던 고향집이며 부모님이 우리 8남매를 기르던 자리이다" "아버님이 70년 전 편백나무를
많이 심었다. 그래서 편백나무(노송나무) 집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불렀다."라고 한다.
"그 옛날에는 30가구 살았는데 옛친구 김안심, 한상림이와 논두렁 밭길을 따라 부평초등학교을 다녔다.
한박골 계곡에서 셋 친구와 목욕하던 때가 그리워진다."라고 말한다.
"학업, 결혼 때문에 고향을 떠나 살다가 3년 전에 어머님 건강이 안 좋아서 지극히 봉양하였으나 어머니
하늘나라 가시고 이렇게 고향의 봄을 지키고 산다요"라고 한다.
"앞으로 봄뿐만 아니라 마음이 쉼을 쉴 수 있는 토담집을 만들어 남도 여행자에게 쉬어 갈 공간이
될 것이다."라고 큰집기와집 주인은 말한다.
여기는 해남군 북평면 오산리 차경마을이다. 마을 앞에는 바다 건너 완도 상왕봉이 보인다. 마을 뒤에는
두륜봉 끝자락 천태산이 자리하고 있다. 남쪽으로는 달마산이 남창 항구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석양빛
산 그림자 끝이 없어질 때 까지 지켜보고 있다. 이들 가장자리에는 들꽃처럼 마음대로 앉아준 속 깊은 중년의 여인이 향기로운
편백나무 아래에서 낮은 대로 수줍은 인사말을 여행자들에 건넌다.
주인 김순란씨는 "최근에 황토집 3동을 아버님이 심어 놓은 편백나무로 지었다."라고 한다. 지금도 짓고 남은 편백 나무들로
황토집이 파묻혀 있다. 집안에는 편백 나무 향기가 은은하게 밀려오고 차 한잔의 여유를 느끼게 해 준다. 기둥, 대들보,
서까래 모든 재료가 편백나무로 짓었다. 옛날식으로 우뭇가사리, 집, 황토를 섞어 천장, 벽에 바르고 나무 이음새에는
대목수의 손때가 묻어 있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가족이 와서 또는 여럿이 공동 취사할 수 있도록 주방시설도 완벽하다. 찜질방도 곁들어 있어 그 온화함도 더는 비길 데 없다.
특히 솜이불, 색동 베개가 창문 넘어온 느린 햇빛과 정겹게 놓여 있다. 그 옛날, 크네기들이 시집갈 때 혼숫감으로 솜이불,
둥그런 베개는 딸을 보내기 아쉬운 어머니의 눈물을 보는 듯하다.
좋은 풍경에, 남도의 황토 땅에, 주인 김순란씨의 너그러운 황토색 웃음이 어느 사람이 와도 민박집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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