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M의 수련체계
조사, 연구, 토론, 실험, 검증, 정리, 집필 :
<케틀벨 퀵 리절트>의 공동저자들 : 정건, 강상욱, 최하란
0. 맨발
1. 요가
2. 맨몸운동
3. 도구운동
4. 타이요가마사지
0번으로 맨발이 추가되는 것은 순전히 현대인의 생존조건을 고려해서다.
1. 역사
반년 전쯤으로 거슬러 가야겠다.
당시 우리는 인도와 페르시아에 주목했다. 왜? 우리가 세운 <풀 텐션& 딥 릴랙세이션> 컨셉 때문이었다. 공부를 계속 하다 보니, 놀랍게도, 이 컨셉이야말로 운동(exercise)의 원형에 가까웠다. 애초에 우리가 그 점을 알고 정한 것은 아니다. 주로 경험에 근거했다. (관련 칼럼 : 거제도의 교훈4) 그리고 운동이 아니라 움직임(movement)에 대해선 그렇게 판단할 근거가 충분했다.
그런데, 명백한 역사적 사실로서 그랬다. 고대 인도에서 요가와 마사지, 레슬링, 체육교육은 하나였다. 우리가 직접 확인한 옥스퍼드, 버클리 등 유수 대학들의 학술서와 논문들이 이미 충분했다. 태양경배(surya Namaskar)로 시작해 마사지로 끝나는 풀 코스는 이미 그 형태 그대로 존재했다.
그것도 특수한 파생 부류 같은 게 아니었다. 순전한 운동 학교 체계의 원형으로서 존재했다. 몸의 학교 체계는 이미 기원전부터 존재했다. 지금 현대인들이 변형된 형태로 하는 모든 도구 운동들의 원형들까지 다 존재했다. 그래서 우리는 인도와 페르시아(이란)를 찾아갈 계획을 세웠다. 결과적으로 이 계획은 취소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뻔하면서도 씁쓸한 진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배워야 했다.
우리는 관련 다큐들, DVD들, 도서들, 자료들을 긁어모았다. 외국의 경험 있는 운동가들에게 조언을 구해 인도 바르나시의 체육관들을 물색했다. 그러나 비행편을 알아볼 즈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첫 번째 문제는 최근 바르나시를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이었다. 그들은 현지인들의 이 사람 다르고 저 사람 다른 운동 스타일이나 방법에 대해 그들 자신이 느낀 혼란과 소위 ‘현대물’이 들어버린 현지인들의 한계에 대해 경고했다. 영국인들과 미국인들의 증언들, 특히 기다렸던 RKC 동지들의 답변마저 그랬다. (수소문해서 인도 전통 레슬링 큐슈티를 수련한 인도인을 직접 만나봤지만, 그는 자랑에 한껏 부풀어 이런 얘기는 결코 하지 않았다.) 결정타는 직접 다녀온 한국인의 실망스런 경험담이었다. 오래된 유물을 '구경'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내용' 으로서 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두 번째 문제는 논리적 귀결이었다. 첫 번째 문제 발생 후,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자료를 되짚어보니, 아주 단순한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관심을 끈 현존하는 고대인들 : 라라무리(raramuri 멕시코 원주민), 파흘바니(pehlwani : 인도 레슬러) 모두 지독하게 가난한 자들이고 그래서 이제는 그들의 문화가 사라져가는 자들이다. 부시맨(bushman)들처럼 사라져 간다. 그러니 마사지를 포함하는 이완체계와 운동의 통합된 수련체계는 정확히 말해서 오래 전부터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베이징 아시안 게임 레슬링 동메달리스트이며 세계 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수실 쿠마르(Sushil Kumar)는 " 아무도 [돈이 되지 않는] 큐슈티(kushti)를 하려 하지 않는다." 며 통탄했다.
그의 가족 모두 파흘바니(pehlwani)였고 그 자신도 전통 야얌샬라(vyayamshala 체육관)에서 14살부터 파흘바니가 되었지만, 지독한 가난 때문에 형제들은 다 큐슈티를 포기했고 그 자신도 철도회사의 올림픽 레슬링 팀(단 하나 있는 현대레슬링 팀)으로 옮겨야 했다. 거기서조차 동료들과 매트리스를 공유해야 했고 파흘바니 전통대로 채식을 지키긴 했지만 파흘바니들만의 파워에이드 : 우유와 아몬드를 살 돈조차 없어서 버터물로 연명해야 했다. 다행히 그는 인도 최초의 레슬링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요가 쪽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요즈음 인도 중산층 이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요가가 무엇인 줄 아는가? 비크람(bikram) 요가다. 미국에서 만든 핫요가, 비크람 요가 말이다. 요가의 발생국마저 미국 브랜드 요가를 '무작정' 더 선호하는 것이다.인도 뿐 아니라 태국도 다르지 않다.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술은 무엇일까? 무에타이? 무에이보란? 아니 태권도다. 2PM의 나라 한국 브랜드 무술 아닌가.
물론 사라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대신 크게 변질되었다.
예를 들어 북인도 큐슈티 체육관보다 원조라 할 수 있는 이란(페르시아)의 주룩하네(zurkhaneh 이란식 전통 체육관)의 수련체계는 이란 정부가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 채택을 밀고 있다. 그래서 체계가 꽤 잡혀 있다. 그러나 국가는 역학적 이해를 가지고 주룩하네를 보강하지 않고 국가적 자부심을 위해 차이점을 더 보강한 듯 하다. 태국 무에이보란(muay boran)의 원조격인 남인도의 인도무술도 오래 전부터 전통 춤(kalari 칼라리 요가)처럼 변질돼 있다.
우리는 이완수련과 운동의 통합체계를 역사적 연구결과들을 접하며 기쁘게 확인했으나 몸소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부분 무엇이든지 근대 이전의 원형은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었다. 정교함을 갖춘 원형은 거의 없다. 원형에 집착하게 되면, 어리석은 일에 휘말리기 쉽다. 그러므로 어떤 운동이든 기원보다 역학이 더 중요하다. 원형이든 뭐든 모든 것은 인체 역학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 옛것이 옳은 게 아니라 옳은 게 옳은 것이다.
또 하나, 통합체계가 분화되어 발전됐던 것(요가, 아유로베다의학, 힘운동)은 역사적 맥락이 있다. 아유로베다 의학은 왕실의 호감을 사서 분리돼 왕실의 지원을 받았기에 더 발전한 것이다. 타이마사지도 요가나 무술과 분리돼 왕실과 사원(왓포)의 지원을 받았기에 더 발전한 것이다. 여전히 세 개를 통합한 수련체계가 사라져가는 가난한 사람들 품에 남아있다면 그동안의 발전을 반영한 형태가 아니라 발전을 반영하지 못한 채, 흔적을 간직한 정도인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분화해서 발전한 성과물까지 흡수하고자 했다. (그래서 태국 왓포를 다녀왔다. 그리고 인디언 클럽은 미국에 가서 배울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인도행 비행기표 예약을 접었다. 사진이나 박으러 갈 여유는 없었다. 공부도 결론도 이미 충분했다.
2. 왜 통합 수련체계인가?
왜 갑자기 이란이나 인도의 레슬링에서 운동의 기원을 따지냐고 따질지도 모르겠다. 원래 레슬링은 모든 힘 운동의 선조다.
전쟁이 생기기도 전, 즉 생업으로 몸을 건축하고 힘을 기르는 전사 신분이 생기기기도 전에 유희로서의 레슬링이 있었다. 심지어 문화적으로 고립되었던 아마존 부족 내에도 유희와 제의의 일종으로서 레슬링이 존재한다. 직접 타격이나 상해가 배제된 상태에서 서로의 폭력성을 노출해 조직과 사회 내부의 잠재적 갈등과 긴장을 해소하는 것이다. 힘과 체력을 기르는 운동들(exercises)이 레슬링을 베이스로 생겨난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언급하는 레슬링은 현대의 레슬링과 매우 다르다. 운동과 이완 수련이 통합된 진정한 하이 컨셉의 수련체계였다. (고대에는 심지어 신성神聖까지 포함되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를 끌어당긴 것은 레슬링이 아니라 이 통합 수련체계였다.
사실, 인간을 동물로 볼 때 인간에게서 가장 특징적인 육체적 능력은 지상의 다른 동물들을 압도하는 탁월한 장거리 달리기 능력이다. 힘이 아니다. 석기시대 인간과 현대인들은 진화상으로 동일한 몸을 가졌다. 그때 인류가 힘으로 사냥하거나 채집했던가. 사냥은 장거리 달리기의 노력이었고 채집은 힘과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제 이런 주장은 더이상 하인리히(Bernd Heinrich)교수나 리버만(Daniel Lieberman) 교수만의 것이 아니다. 인간의 힘은 침팬지보다 나약하다. 인간들끼리 비교할 때 괴물이다, 장사다, 역사다 하는 거지. 고릴라 동네에 가면 명함도 못 내민다.
이것을 ‘스트렝쓰의 역설’ 이라 한다.
장거리 달리기 능력도 인간 모두가 잘난 것은 아니다. 당연히 타고나길 소질 있는 자가 있다. 달리기로 유명한 아메리칸 원주민들조차 '소식 전하는 이'로 발탁되는 전문 주자들은 대를 잇기까지 했다. 또한, 인간들 사이에서도 힘에 더 소질 있는 사람들이 있다.
더 강해지고 싶은 힘이 좋은 사람에게 힘 훈련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이를테면 치매예방을 위해서 수학자들에게 수도쿠를 처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라면 힘 좋은 이에게 (물론 수학자에게도) 요가를 실컷 시키겠다. 힘 운동에만 열중하면 몸이 마치 철인28호 같이 항상 딱딱하다. 그런 몸에선 텐션과 이완이 구분되지 않는다. 만성긴장항진(hyper tension)이다. 수학자가 수학만 하다가 치매에 잘 걸리는 것과 같다. 몸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균형과 조화다.
몸 건축의 영어 표현은 바디빌딩(bodybuilding)이지만, 바디빌딩은 결코 몸을 빌드(build)하지 않는다. 그저 근육을 빌드(build)할 뿐이다. 그 결과는 근육 미이라다. (근육에 결박된 몸이다.)
3. SOM의 수련체계
우리가 제시하는 통합형 수련체계가 그저 인도식 수련체계는 아니다. 오히려 태극권(Tai Chi)이야말로 원형으로 다가갈수록 이완('송')이 되기 전에는 아예 텐션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움직임의 양 날개론(“긴장과 이완은 움직임의 양 날개다”)은 운동 이전의 문제다. 왜냐하면 육체를 위해 무언가 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연습한다는 운동(exercise)의 기원이란 기껏해야 고대 그리스와 고대 아시아인데 반해서 움직임(movement)의 기원은 적어도 6억만 년 동물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범위를 인간으로 좁혀도 운동(exercise)이 생기기도 전에 인간은 달리고 나무타고 뒹굴고 춤췄다. 그래서 콜럼부스가 인도인 줄 착각하고 닻을 내렸던 남미 땅에서 인도 파흘바니처럼 수련하는 힉슨 그레이시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움직임(movement)의 원리를 추구했으니까. 사실, 수많은 복서들이 그토록 러닝에 매달리는 것도 의식했든 못했든 그것의 자연발생적인 이완효과 때문이 크다. 의식했든 안 했든 움직임(movement)의 원리에 접근한 것이다.
요컨대 우리의 수련 체계는 움직임(movement)의 원리와 철학에 근거한 것이다. 움직임(movement)에 적대적인, 현대인의 생존조건을 반드시 고려하면서.
1. 요가
텐션을 익히는 것이 더 빠르다. 이완에 비해서 훨씬 빠르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이 케틀벨로 텐션 테크닉을 배우는 것이 요가 수련실에서 이완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첫째, 인체의 신경계 자체가 그렇다.
둘째, 이완은 당신이 누군지를 뜻한다. (“Relaxation is who you are.”)
이완은 개개인의 역사와도 같다. 잘못된 자세, 잘못된 식습관, 생활습관으로 살아온 역사. 긴장하고 경쟁하고, 책상 앞에 묶여 앉아있던 역사가 길수록 이완을 익히고 실천하는데 더 긴 시간이 걸린다.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반복해서 말했듯이, 텐션과 이완은 움직임의 양 날개다. 텐션이라는 한쪽 날개만 강해서는 날 수가 없다. 그래서는 배운 텐션마저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 이완 없는 텐션은 그저 경직(stiffness)일 뿐이다.
제대로 하고 싶다면, 당신의 현 상태를 자각(awareness)하자. 그래야 바꾸고, 발전시킬 수 있다. 바꾸는 것이 제어(control)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통합(unite)될 때 발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각과 제어를 통해 통합하는 심신 수련법이 요가다.
2. 맨몸운동
야얌(vyayam)이 먼저인지 요가가 먼저인지 이 기원도 그냥 기원일 뿐이다. (역시 뻔한 진실이지만) 현대에 우리가 하는 모든 요가는 다 현대요가다. 반드시 현대요가다. 특히 역동적인, 그래서 더 유행한 현대요가들 아쉬탕가 요가, 빈야사 요가는 오히려 파흘바니들의 수련체계에서 영향을 받았다.
파흘바니들의 맨몸 야얌(현재는 도구운동까지 모두 vyayam이라 부른다.)에는 동물걸음이나 브릿지 종류도 있다. 그러나 단스(dands : 힌두푸샵)와 베텍(bethak : 힌두스쾃)을 가장 중요시했다.
인체역학으로 봐도 요가의 태양경배(surya namaskar)를 수련하는 것이 먼저다. 단스와 베텍을 고집해도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유투브에 돌아다니는 서양인 트레이너들의 단스/베텍 영상들처럼, 불쌍하게 낑낑거리게 될 것이다. 어차피 파흘바니는 수리야나마스카와 맨몸운동들을 기본으로 도구운동을 곁들였다. 맨몸운동들이 다리가 되어 이 세 가지들이 통합돼 있었다. (물론 마사지까지.)
야얌(vyayam)은 대부분 릴랙스한 움직임들이다. 왜냐하면 레슬링과 요가는 단지 폼이 다를 뿐 하나의 수련체계였기 때문이다. 특히 둘다 몸의 앞뒷면을 모두 열어줘야 한다. 우리가 케틀벨 수련 시간에 하는 기르빅 태양경배는 요가보다는 사실 요가에 가까운 야얌이다. 텐션 쪽에 더 가까운 야얌도 있다. 예를 들면 <굇수 VS 고수> 칼럼에 올린 힉슨 그레이시 (Rickson Gracie) 동영상에서 요가와 철봉운동까지 그가 보여준 움직임들이 모두 야얌의 의미가 구현된 것들이다.
정리하면, 맨몸 운동들 중에는 요가에 더 가까운 것들도 있고 도구를 든 텐션 수련 쪽에 더 가까운 것들도 있다.
그러나 모두 다 릴랙스함이 생명이다.
3. 도구운동
파흘바니나 힉슨 그레이시의 수련체계도 1.2.3 이 세 가지로 분류된다.
파흘바니들에게 철봉의 원조인 말라캄(mallakhamb. 영국인들은 말라캄을 보고 깜짝 놀라 뻣뻣한 자신들도 해낼 만한 철봉운동으로 개조해갔다. 이 탁월한 입체 운동 말라캄도 현재 인도에서는 묘기대회쯤으로 변질됐다.), 가다(gada), 조리(joris), 날(nal) 등은 모두 몸의 건축을 '보조'하는 도구였다. 도구를 잡거나 들고 하는 트레이닝은 핵심이 아니었다. 오히려 몸이 건축돼야 도구를 들고 하는 운동도 잘 되고 의미가 있었다. 우리의 조사/연구는 도구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그들에게 도구는 말 그대로 '도구'였음을 인정하게 됐다.
원래 인간의 몸은 별 다른 도구 없이 개발이 가능하다. 액면 그대로 몸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더욱 크다. 그러나 우리가 움직임(movement)에 적대적인 시대와 사회 속에서 태어나 자랐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현대 인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밤 8시에 자서 새벽 3시에 일어나고 하루 4~5시간 수련하면서 채식하고 맨발로 살아가는 고대 전사들이나 인도 파흘바니들에 비해서 현대인들에게는 보조도구의 역할이 훨씬 더 커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 선사시대이든 인도에서든 서울에서든 선천적으로 더 잘하는 사람과 잘 못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도 도구의 보조가 필요하다.
4. 타이요가마사지
현대에 유행하는, 마사지를 포함하는, 많은 교정술들이 거의 다 타이요가마사지에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타이요가마사지를 선택한 것은 2500여년쯤으로 보는 긴 역사 때문이 아니다. 많은 마사지 요법들이 육체적 몸에 집중하고 있다면, 타이요가마사지는 이를 넘어 에너지적 몸(energy body)을 다룬다.
우리의 스쿨에서는 바르게 움직여 스스로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수련하는 것이다.
타이요가마사지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보충해준다.
마지막으로,
강함, '실전', 최고, '비거 스트롱거 패스터' 이런 걸 추구하는 세계가 그곳이 어디든 남성들 사이에 존재한다. 그런데 그들의 상당수는 정신없이 자신을 불태우면서 모종의 '실전'을 대비한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강해진다고 착각한다. 부질없는 경쟁심과 마초적 우월감을 좇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진지한 필요를 위해서 위 덕목의 몇 가지를 성취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어야 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을 불태우듯이 운동하거나 토할 때까지 워크아웃하거나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거나 한계지점으로 몰아 부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시간' 이다. 수련/단련이란 말 자체는 하드 워크(hard work)가 아니라 긴 시간 동안 꾸준함과 지속적인 수련에 방점을 찍은 말이다. 동양인에게 익숙한 개념 아닌가. 폭발적으로 단기간에 쏟아붓는 물로는 돌에 구멍을 뚫을 수 없다. 칼날을 가는 비유도 마찬가지다. 하룻밤에 한계점까지 갈아버린 칼날은 아무 것도 베지 못한다.
반드시 자극과 파괴를 구별해야 한다. 한계점은 신경세포를 노화시키고 파괴시킬 뿐 성장시키지 않는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신경망으로는 그 모종의 '실전'에서도 (실패를 연습해온) 연습 그대로 실패하게 된다. (거듭 말하지만) "승리는 습관이고 패배역시 습관이다."
적정량으로 꾸준하고 차분하게 연습하는 것이 덜 강하다거나 남자답지 못하거나 덜 실전스럽다고 여기는 것은 꼬여도 한참, 꼬여있는 생각이다. 원인을 따지자면 사회심리학까지 꺼내 들어야 하는 부분이다. 시합이나, 훈련이 아닌 모종의 실제 상황 즉 '실전'이란 분명히 정신없고 불확실한 상황일 것이다.
그래서, 그 상황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연습 때마다 연습해온 정신없음? 토할 때까지 몰아부친 것? 아드레날린의 폭발?
아니다.
차분함이다.
차분함이 필요해진다.
심지어 평상심에서 나오는 차분함의 에너지는 기적적이다. 나는 극도의 긴장 속에서 강렬한 체력을 요구하는 RKC스내치 테스트에서, 오직 차분함과 큰 덩치만으로 영리한 코어(smart core) 없이도 성공하는 도전자를 본 적 있다.
마인드컨트롤이 빠진 수련체계는 인체, 아니 인간에 대한 몰이해를 반영한다.
파벨이 소개한 <패스트앤 루우즈>를 많은 RKC들은 그냥 몸을 가볍게 흔드는 것쯤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대머리가 아닌 파벨과 초콜렛 복근을 자랑하는 존 두 케인 드래곤도어 사장 둘이서 웃통을 벗고 '브루스 리 바지'를 차려 입고 찍은 <패스트앤 루우즈> 오리지날 강좌 비디오는 그들이 만든 모든 강좌 비디오들 중에서 가장 느리고 가장 차분했다.
잘 모르겠다면 이렇게 하라.
텐션 운동 사이사이 패스트앤루우즈 대신 천천히 그리고 큰 호흡을 가슴을 열면서 하라. 호흡의 숫자를 셀 수 있을만큼 차분하게 하라. 헐떡거리는 숨과 아드레날린으로 흥분되는 몸을 그 호흡으로 가라앉혀라.
운동할 때도 인상을 쓰지 마라. 얼굴과 손발에는 신경세포가 가장 많다. 그래서 심신을 반영하지만 심신을 리드하기도 한다. 익스히비션(공연)하는 동안의 달인 김병만 씨처럼 웃고 있든지 아니면 맨손으로 격투하는 와중에도 명상하는 표정을 짓는 힉슨 그레이시처럼 하라.
RKC 익스히비션 트레이닝론에 큰 영향을 미쳤고 사실은 더 엄격한 모델(80%까지도 가지 않는, 7할 수련론)을 내놨던 예전 RKC 롭 로렌스 (가라데와 일본고무도를 수련했고 70kg대의 체중으로 48kg 케틀벨을 프레스하는 노력한 기르빅이었다. 그는 초기 RKC 시스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수준으로 SOM은 더욱 엄격하게 한계지점을 경계할 것이다. 아예 우리를 RKC 익스히비션의 가장 엄격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어느 일본 무도의 고수는
시합 때조차 100이 아니라 70을 쏟아야 시합이 아니라 사합(死合)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100 또는 100+를 쏟아붓는 것은 신경계 손상의 위험이 크다. 그것을 완강히 피해서 수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요가수련에서도 당연히 실패지점이 없어야 한다. (실제로 뉴욕에는 히말라야 요가와 RKC 익스히비션 트레이닝을 묶어서 2시간 풀로 해버리는 요가 스튜디오도 있다.)
여전히,
우리는, 우리의 체계와 수련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끝
조사/연구/토론/실험/검증/정리/집필 :
<케틀벨 퀵 리절트>의 공동저자들 : 정건, 강상욱, 최하란
첫댓글 이거네요!! '열심히 운동하는 당신이 왜 더 많이 병원신세를 지는가?' 보다 더한 감동입니다.ㅠㅠ 고맙습니다.
역시 책이 나오길 강하게 한번 더 성원합니다!!
3월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 글은 이미 앉아서 생활하지만 몸짱이라는 환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성경글귀같네요...
하지만 현실은 이런걸 전혀 허용하지 않으니....참 살기 힘들어요
마지막으로 이하 부분이 참 와 닿네요....
그 부분은 어쩌면 인간사회에 전쟁이 생긴 이후,
시대와 장소를 떠나서 남성세계에 계속해서 존재해 온 것 같습니다.
2천 년 전의 중국시인이 "요즈음 젊은이들은 너무 조급하다" 고 씁쓸해 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표트르 크릴로프도 44살에 20대에는 자신도 어리석게 훈련(아마츄어처럼 기록을 위해 폭발적으로 훈련)했다고 회고했으니까요.
과연 명실상부 진정한 움직임의 학교입니다. 매번 느끼는 바지만 솜에 다닐수 있어 행운입니다.
SOM의 꿈나무 지헌씨.
정말 좋은 이야기 네요 이런 분들과 수련을 하고 싶은데 지방이라 책가지고 헬스장에서 눈치 보며 구석에서 케틀벨 운동만 합니다 이런 지방민을 위해 도움 되는 책 좀 많이 내주세요
책 출판의 길은 워낙 험난해서, 우선 이렇게 라도 조사/연구/토론/실험/검증/정리의 결과물을 토해내려고 합니다. 당장 토해내야할 중요한 글이 서평 형태로 한편 더 있는데, 3월에 쓰기로 했습니다. 힘드네요.
SOM이 아직 잘 나가는 것은 전혀 아닌데;; 벌써부터 지방 2호점 열자 푸쉬가 들어와서 이글 쓸 때 좀 복잡한 일에 휘말려 고생했네요. 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SOM의 성장(지방점 같은 문제)도 정도를 갈 겁니다. 원래 사업자도 아니었고 오히려 토론과 합의 문화을 유별나게 오래 누린 사람들이라서 직설화법이나 토론을 회피하고 눈치 코치(속마음이 뭐지?)로만 파악하려는 분들과는 아예 소통이 어렵고 힘드네요. ㅠ
오호~...공감이 많이 가는 좋은 글이네요...^^
그.러.나......워터젯은 단시간에 많은 양의 물로 철도 자르지요...ㅋㅋㅋ
오~기계힘으로 한방에 뚫어 버리는 건 약물에 비유할수 있겠네요~~오브레임을 헤비급 괴물로 만들어주신 약물느님. 사람 인상마저 바꿔놓는다는 신의 몇 방울..ㅋㅋㅋ...가끔 저도 한 대 맞고 싶어요. 워낙에 키도 쪼매난기 타고난 힘도 약해서...ㅠ.,ㅠ... 백혈병이나 머 기타 좀 겁나는 병들이 겁나서 그렇지요. 흐캭.
ㅎㅎ...타고난 체력은.....나는 어땠을것 같아??....정말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건 본인을 약하다고 치부해버리는 스스로의 '마음'인것 같아...一切唯心造...변하지 않을 진리지...육체는 결국 정신의 지배를 받는거자너...ㅎㅎ
좋은 말씀이십니다. 작지만 단단한 사람의 세계로 열심히 달려가야겠어요.~~
스무살 때 만났던 김춘배 우슈관장님이 생각나는군요. 항상 평온하고 차분한 분이셨습니다. 태극권 하실때는 정말 문워크스럽다고 해야하나 신기했는데.. 그분의 교학체계가 첫 두~세달은 정좌와 척추롤링같은 요가스런 동작들과, 학자세나 기마자세같은 버티는 것, 앞차기하며 걷기 같은 가벼운 활동들을 위주로 천천히 몸을 변화시키셨는데, 지금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몸을 이완시키는데에 집중하셨던 것 같아요. 항상 체육관에 가면 무엇을 시키거나 말로 세세히 가르치지 않으셔서. 정말 조용한 분위기속에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개월쯤 다니던중 도장이 망해버렸지만요..ㅠㅠ 7시에 가면 저 포함 3명이 운동을 했으니.
그랬어요. 안타가운 일이었네요.
SOM은 올바른 인식을 지닌 착한 사람들과 함께 영원해야 할텐데...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레알수련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 예전에 엉망으로 빡시게 운동할땐 참 이해하기 알기 어려웠던 문장이었죠.
너무 너무 잘 읽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휴가때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공감가는 말들만....ㅠ.ㅠ...눈물흘리면서 읽고 갑니다....SOM에 가야하는데....ㅠ.ㅠ
비문들을 좀 수정했습니다
글을 볼 때마다 와닿는... SOM.
너무 좋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소중한 이 글의 내용을 보다 많은 분들이 몸소 실천하길 바랍니다.
예전에 sap 싸이트에서 칼럼들을 보며 느낀 짜릿함을 오랜만에 느껴봅니다. 시간과 거리 제약만 없다면 정말 다녀보고 싶은SOM.. 글 정말 감사히 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은 [SOM Global Diary] 메뉴에 가셔서 <2011년 인디언 클럽 USA> 폴더의 글들을 읽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량이 올라가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죠. 지금 1주일 쉬고 있으면서 이것저것 살펴보다 유연히 "케틀벨 퀵 리절트"를 읽어보게 되었는데 호흡에 따라 맨손 테드리프트를 하면서 너무나 확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맨손으로 스윙동작도 해보았는데 정말 전에 느끼지 못했던 강열한 느낌! "수련체계"를 읽고 다시 한 번 운동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