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는 하느님이 아니다
야훼가 아닌 환인이 진짜 하느님
재야 동양학자 기세춘 선생
재야 동양학자 묵점 기세춘(76)씨가 ‘우리 조상의 뿌리인 환인(桓因·한님)이 곧 하느님’이라고 주장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의 목요강좌에서였다.
목요강좌는 한신대가 함석헌 선생(1901~89)이 생전에 했던 동양학 강의를 지난해부터 부활시킨 것이다.
2주간 두차례의 강좌를 끝내던 날인 지난 20일 그를 만났다.
암 투병 중이었던 1년 전보다 오히려 건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하느님은 사막의 화산신이자 유대인들이 믿는 부족신인 야훼가 아니다”고 말했다.
여호와를 믿는 기독교인들이 들으면 놀라 넘어질 뻔한 주장을 눈도 깜짝하지 않은 채 그는 쏟아낸다.
이 주장은 이미 함석헌 선생이 1956년 <사상계>에서 제기했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 성서 번역자로서 대표적인 구약학자였던 문익환 목사도 ‘저주하고 분노하고 살육하고 전쟁을 일삼는 야훼와 평화의 예수간의 괴리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아 평생 고뇌하다가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 목사는 1990년대 초 감옥에서 기씨의 저서인 <묵자-천하에 남이 없다>를 읽고, 기씨와 편지를 주고 받았다. 이 서신 논쟁은 <묵자와 예수>라는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기씨는 “당시 서신을 통해 문 목사는 예수보다 400년 전 사람인 묵자와 예수의 사상이 쌍둥이처럼 닮았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고 회고한다.
기씨는 공자를 관료적이고 귀족적인 우파로 보는 대신 공자의 맞수였던 묵자는 제후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전쟁을 반대한 평화사상가로 본다.
그는 “묵자는 공자보다 예수와 가깝다”며 그 이유를 더 뿌리 깊은 역사 속에서 찾는다.
그는 “<사기> 등 고전에 따르면 묵자는 백이·숙제의 나라이자 동이족의 근원인 고죽국의 후손”이라며 “동이족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묵자와 예수가 한 뿌리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올라간 근원은 수메르문명이다.
현재 이라크, 이란, 터키 등이 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지역이다.
그는 “이스라엘 신앙의 조상인 아브라함은 수메르의 중심지인 우르 출신이고, 그의 부인이 왕후라는 뜻의 사라였던 것으로 보아 수메르의 왕족 출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서쪽으로 간 아브라함과 달리 동쪽으로 간 수메르인들에 의해 불교전통이 나왔고, 북쪽으로 이동해 시베리아를 거쳐 해뜨는 동쪽으로 이동한 이들 가운데 우리 조상이 섞여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수메르 전통과 샘족 전통이 함께 유입된 곳에서 나온 예수는 샘족의 신관과는 전혀 다른 하느님을 믿었다는 것이다.
즉 예수가 믿었던 하느님과 동이족이 믿었던 하느님은 어느 부족신이 아니라 인류의 뿌리로 거슬러올라가는 인류 보편적인 하느님이자 우리 민족도 믿었던 한님이라는 것이다.
그는 “야훼 신앙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났던 문 목사가 수메르지역에서 발굴된 점토판(현 대영박물관 소장)의 수메르문자와 우리말의 어근이 무려 300개나 같은 것을 보고 우리 문명과 동일성을 확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 자체가 유일신이 아닌 다른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너희를 보호해줄테니 나만 믿고 섬기고, 나를 따르지 않으면 죽여도 좋다는 야훼와 인류 보편적 사랑을 강조했던 예수를 함께 섬길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부족신인 야훼를 넘어서 진짜 하느님을 믿으면 동서양이 함께 만나고, 서로 죽이고 죽일 일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휴심정 2011.10.26)
첫댓글 한겨례 <휴심정>에서 어제 읽어봤는데 오늘 또 읽게 되는군요. 기 선생의 주장에 상당히 관심이 갑니다. 단지 동이족과 연결시켜서 그런 건 아니고요. 야웨가 히브리 족의 부족신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 온당하다고 보니까요. 아브라함의 고향도 그렇고 이 점은 거의 정설이 아닌지요. 기 선생이 주장하는 묵자의 겸애설에도 억지 짜맞추기(부회)는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무척 읽고 싶긴 한데 요새 놓치고 있는 책. 윤정모(소설가)님의 <수메르>. 또 하나는 조철수 교수의 수메르 관련 저서들인데 못 읽고 있네요(두 번째는 절판 때문에). 앞은 소설이지만 조철수님은 수메르어 연구로 박사가 된 분이죠(세계에 여섯 분밖에 없다고 함)
향강 박사님 말씀처럼 신/구약성서의 변천을 밝히는 신학과 수메르 문명에 관한 연구는 엄청나리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렇더라도 기존의 성과에 자족하지 않는 한 새로운 이론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열쇠라면 학문적 엄밀함을 담지했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일 뿐. 유한한 인간이 만든 언어의 불완전함, 따라서 궁극적 실체와 벌어진 틈을 메우기 어렵겠죠. 그렇다고 상징의 자의성에 모든 걸 맡겨둘 순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주장이나 연구가 출발하는 지점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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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진리는 매서운 비판에도 견디며 이루어 가는 것이겠지요. 조현 전문기자가 올린 기사는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강좌입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은 기초적 성과를 그들이 모를 리 있겠습니까. 한편, 진지하고 포괄적 연구란 이 경우 무엇을 가르키시는 건가요? 짐작컨대 언어의 상징성과 '시공 해석'을 뜻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기 선생의 주장 가운데 '예수의 하느님과 동이족이 믿었던 하느님이 인류의 보편적 하느님이다.' 이것 말고는 전혀 기발하거나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고 보는데요. 카렌 암스트롱도 최근 저서에서 같은 논지를 펼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본디 올라와 있던 댓글 2개를 삭제하셨네요. 이 까페에서 처음 겪는 일은 아닌데 어쨌거나 제 글은 그대로 놔두렵니다. 이 쯤 되니까 궁금해집니다. 애초 글 올리신 분(나무와 숲 님)의 생각은 어떨까 하고요. 그 밖의 다른 회원들의 침묵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반면에 하루가 멀다 하고 이토록 많은 글(거의 모두 남의 글이지만)이 쏟아져 나오는 까페도 드물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