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의 말에 가로되, "사람은 죽어도 정신은 멸하지 않아 다시 태어남에 따라 형체를 받는다" 하였으니, 고로 생사의 설을 알 수 있다.
역(易)에 가로되, 처음을 근원하여 마침을 돌이킨다 하였으니, 그러므로 생사의 설을 알 수 있다.
또 말하기를, "정기는 물이되고, 유혼은 변이된다."하였다.
선유(先儒)가 그것을 해석하여 가로되, "천지의 조화로 인하여 비록 계속하여 낳고 낳아 끝이 없으나, 모임이 잇으면 반드시 흩어짐이 있고, 생함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 하였으며, 능히 그 처음을 근원하여 모여서 생한 것임을 알면, 후에 반드시 흩어져 죽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하였으며, 생이라고 하는 것이 기가 화하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이지 애초에 정신이 태극의 가운데에 기우함이 없다는 것을 알면 ,죽음이라는 것도 기와 더불어 함께 흩어져 다시는 형상이 명막함 속에 머무름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하였다.
또 말하기를, "정기는 물이되고, 유혼은 변이 된다."하였으니, 천지음양의 기운이 서로 합하여 바로 사람과 만물을 이루나 혼기는 하늘로 돌아가고 체백은 땅으로 돌아간다 함에 이르면 바로 이것이 완전히 변한다는 것이다.
정기가 물이 된다는 것, 이는 정과 기가 합하여 물을 이룸이니 정은 백이요, 기는 혼인 것이다. 유혼은 변이 된다는 것은 변하면 혼백이 서로 떨어져 산하여 변한다는 것이니, 變은 變化의 變이 아니다.
이미 변했다는 것은 견고한 것이 썩었다는 것이오, 있던 것이 없어졌다는 것이니, 다시는 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천지의 사이가 홍로와 같아서 비록 생물이라도 모두 다 녹아 없어져 버리는 것이니, 어찌 이미 흩어져 버린 것이 다시 합하여 질 수 있으며 가버린 것이 다시 올 수 있겠는가.
이제 또 내 몸으로서 징험하면, 숨을 한번 내쉬고 한번 들이쉬는 사이에 기가 한번 나오니, 그것을 일러 一息이라고 한다.
숨을 내쉴 때 나와 버린 것을 숨을 들이 쉴때 그것을 흡입하는 것이 아니니. 그러한 즉 사람의 기식 또한 계속하여 나오고 나와 끝이 없다는 것과 가버린 것은 가버리고 오는 것은 와서 계속되는 이치를 가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밖으로 물로써 징험하면, 모든 초목들이 뿌리로부터 줄기 가지 잎 그리고 꽃과 열매에 이르기까지 한 기가 관통하여 봄․여름을 당하여서는 그 기운이 불어나 꽃과 잎이 무성하고 가을과 겨울에 이르러서는 그 기운이 오그라들어 꽃과 잎이 쇠하여 떨어지나 이듬해 봄․여름에 이르면 또 다시 무성하게 되되, 이미 떨어져버린 낙엽이 다시 원래로 돌아가 소생하는 것은 아니다.
또 우물 속의 물을 보라. 아침마다 길어낸 물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불로 끓여 없애고, 옷을 세탁하는 사람이 햇빛에 말려 없애니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그러나 우물의 샘줄기에서는 계속하여 물이 솟아 다함이 없으니 이 때 이미 길어간 물이 그 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가 다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백곡의 나옴도 봄에 십석을 파종하여 가을에 백석을 거두고 천만에 이르니 그 이익이 여러배가 된다. 이는 백곡도 또한 계속하여 나온다는 것이다.
이제 불씨의 윤회의 설을 살펴보건대, 모든 혈기 있는 것들은 스스로 숫자가 정해져 있어서, 오는 것은 오고 가는 것은 가더라도 다시는 증가하거나 줄어듬이 없다.
그러한즉, 천지의 만물 조성함이 농부의 이익 생산만 같지 못하다.
또한 혈기의 등속이 사람의 류가 되지 못하면 새․짐승․물고기․자라․곤충이 되니, 그 수가 정해져 잇어서 이것이 번식하면 저것이 반드시 줄어들고, 이것이 줄어들면 저것이 반드시 번식하는 것이니 일시에 함께 번식하고, 일시에 함께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이제 살펴보건데 성한 세상을 당하여서는 인류도 번식하고 새․짐승․물고기․자라․곤충도 또한 번식하나, 쇠한 세상을 당하여서는 인물도 줄어들고 새․짐승․물고기․자라․곤충도 또한 줄어든다.
이것은 사람과 만물이 모두 천지의 기운이 소생시키는 바이니, 그러므로 기가 성하면 일시에 번식하고 기가 쇠하면 일시에 줄어드는 것은 명확한 것이다.
나는 불씨의 윤회의 설이 세상에 더욱 의혹시키는 것에 대해 분개하여, 천지의 조화에 깊이 근본하고 사람과 만물의 생성에 밝게 징험하여, 그 설을 얻음이 이와 같으니, 나와 뜻을 함께하는 자는 共鑑하기를 바라노라.
혹자가 나에게 묻기를 "선유의 설을 인용하여 易에 있는 游魂爲變이라는 것을 해석하여 가로되, 혼과 백이 서로 떨어져 혼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체백은 땅으로 내려간다 하고, 이것은 사람이 죽으면 혼백은 각기 하늘과 땅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니, 불씨의 이른바 사람은 죽어도 정신은 멸하지 않는 다는 것 아닌가"라고 한다면, 가로되 "옛날에 사시의 불은 모두 나무에서 취하였으니, 이것은 나무 가운데 원래 불이 있어서 백을 따듯하게 하면 혼이 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는 것이다."
고로 가로되, "나무를 비비면 불이 나온다."하고, 또 가로되, "형기가 생하면 신이 지를 발한다."하니, 형은 백이요, 신은 혼인 것이다.
불이 나무를 연하여 존재한다는 것은 혼백이 합하여 생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불이 멸하면 연기는 올라가 하늘로 돌아가고 회신은 내려가 땅으로 돌아 간다고 하는 것은 사람이 죽으면 혼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체백은 땅으로 내려 간다는 것과 같은 것이니, 연기는 곧 사람의 혼기요 회신은 곧 사람의 체백인 것이다.
또한 불 기운이 멸하면 연기회신은 다시 합하여 불이 되지 않으니, 사람이 죽은 후에 혼기체백도 또한 다시 합하여 물이 될 수 없다는 그 이치가 어찌 더욱 명백하지 아니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