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가 이정희를 “종북 주사파”라고 불렀다가
소송을 당해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이정희 대표와 심재환 변호사가 경기동부연합에 가입했다는 사실 적시에 대해 진실성을
부정하고 공익성과 상당성만 인정했다. 진실은 아니지만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사유가 있는 공익적인 내용이라는
취지다.
다만 이들을 '종북(從北) 주사파'라고 한
것은 진실성 뿐 아니라 상당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은 그동안
사회 활동으로 이념이나 사상을 어느 정도 검증받았다"며
"피고들이 근거로 삼은 정황만으로는 이들이 북한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반대 정황도 엿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 "변희재, 이정희 대표에 명예훼손 배상"(종합)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05/15/0200000000AKR20130515079551004.HTML?input=1179m
재판부에 따르면 이정희가 주사파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한다.
변희재는 “종북”이라는 용어를 아주 희한하게
쓰고 있다. 내가 변희재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아직 그 뜻을 잘 모르겠다. 그냥 “새누리당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뜻 같기도 하다.
어쨌든 “주사파”라는 용어는 그 뜻이 그리
헷갈리지 않는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정희는 자신이 주사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종북 주사파”라는 표현으로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이정희는 주체사상을 받아들인 적이
없다.
둘째, 이정희는 주체사상을 받아들인 적이
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셋째, 이정희는 “나는 주사파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김일성주의자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김일성주의자(또는 김주의자)에게 직접 들어봐서 아는데 김일성주의자는 “주사파”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나는 김일성주의자가 아니다. 그리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체제는 지독한 독재 체제이기 때문에 무너뜨려야 한다”라는 말은 김일성주의자도 주사파도 아닌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운동권(또는 진보 진영) 내부
사람에 의해서도 주사파로 분류되는 사람은 결코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이정희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이정희가 “나는 김일성주의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할 때까지 변희재가 억울하게 패소했을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둘 수밖에 없다. 만약 이정희가 김일성주의자라면 “주사파와 김일성주의자는 다르기 때문에
나를 주사파라고 부르는 것은 명예훼손이다”라는 말이 별로 설득력이 없는 말장난으로 보인다.
나는 김일성주의자 또는 주사파가 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일성이 위대한 수령이라고 믿든 예수가
3일 만에 부활했다고 믿든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어리석은 믿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비판하거나 조롱하거나 동정심을 보이거나 외면하면 된다.
나는 “당신은 김일성주의자입니까?”라는 질문에 침묵할 자유를 이정희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침묵할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대중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사상에 대해 밝히지 않을 때, 또는 말장난으로 얼버무릴 때 나는 그 정치인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이덕하
2013-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