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구
시인, 수필가, 《문예사조》 시, 수필 등단(1991), 2008년 한국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2012년 세종문화예술 대상 수상, 2024년 한국환경관리사총연합회 환경시 문학대상 수상, 2024년 국보문학 우주문학상 시부문 대상 수상, 시집 : 《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 《먹구름 속무지개》, 《그래도 함께 살자고요》, 《나의 펜은 마른 적이 없었다》 외 E-mail : yesnyes@hanmail.net
강 물
전 홍 구
비를 맞고 걷는
사내의 눈 아래
강이 흐르고 있다
용서받고 싶은
가슴에서 솟구친
참회의 표적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희망찬 뺨에 흐르는
당당한 모습
고개 돌려 흐느끼는
세월이 새겨놓은 얼굴에
울음이 강 되어 흐른다.
잔
팔은 없고
아가리에 궁둥이만 달린
맹랑한 너
어두운 찬장 속에서
숨소리도 내지 않고 앉아 있다가도
꺼내 주기만 하면 본색을 드러내는 너
목마른 사람에게나 토라진 사람에게 다가가
입맞춤 원하면서 궁둥이 비비기도 하고
픽 토라져서 며칠 끄떡 않을 때도 있는 너
그러다가도 기회만 오면
입술 맞대며 사랑받길 좋아하는
궁둥이 달린 요물인 너.
어쩌면 좋을까요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을까
졸졸졸 넘쳐흐르던 계곡물
흐르지 않아 가재와 송사리
어디로 갔나 보이질 않아요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요
이곳저곳에 흐르던 시냇물
깊어서 겁나 보기만 했건만
마르고 말라 바닥이 보여요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을까
계곡은 말라 흐르던 물 없고
시냇물 줄어 오가던 물고기
어디로 갔나 보이질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