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산에 연이은 소래산 종주기
임 동 숙
초등학교 시절 소풍가는 전날에는 가슴이 뛰면서 밤잠을 설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깨워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일어나 김밥을 말고 계시는 엄마 옆에 앉아 썰어놓은 김밥 가장자리 부분을 낼름낼름 주워 먹은 기억이 난다.
매월 가는 산행인데도 난 그 날짜가 다가오면 늘 그런 기분이다.
10월 산행 가는 전날 토요일 밤도 그랬다
좀더 멋진 산행을 위해 '토요일 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가지 않겠다'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결혼 기념일인데 같이 저녁이나 하자'며 우리 집으로 온단다. 헉!!
그 바람에 새벽을 넘기고 나는 어김없이 몇 시간 못 자고 억지로 일어나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인 예술회관으로 갔다. 거기엔 양승근 산행부장님과 서동익 선생님, 임평모 박사님이 계셨고 새로운 얼굴인 조성범 씨가 먼저와 반가이 맞이해 주셨다. 내 뒤를 이어 김재덕 선생님, 이병록 선생님, 한상준 선생님, 김학수 선생님, 임봉주 선생님, 지연경 총무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번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셨다. 모두 열 한 명,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차 두 대에 분승해 성주산과 소래산의 산행 입구인 여우고개로 향했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 '소래산, 소래산' 말만 들어 봤지 실제 산행은 처음이었기에 꽤나 호감이 가는 산이었다.
여우고개를 출발하여 20여 분만에 도착한 첫 쉼터에서 초면인 조성범 시인과의 정식적인 인사 나눔이 있었다. 지난 4월에 '詩'로써 문학지에 등단하였노라는 조성범 씨 본인의 소개를 듣고 뒤이어 김재덕 선생님의 인산회원에 대한 멋진 소개를 들으며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을 놓았다.
예쁘게 만들어진 하우고개 구름다리를 통과해 성주산을 오르다 보니 비탈길 정도가 심해 제법 숨이 차올랐다. 208m 밖에 안 된다고 깔볼 산이 아닌 듯했다. 성주산 정상에서 만난 것은 군부대 철책선, 그 철책선을 따라 걸으며 회원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성주산과 소래산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소래터널 위까지 도착했다. 그곳에도 역시 산행할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장사꾼이 있었다. 얕은 산이라 생각해서들 그랬을까, 늘 배낭 가득 먹을거리를 담아오던 분들의 가방이 오늘따라 가벼워 보였다. 그래서인지 산 중턱에서 만난 동동주와 오이, 계란 등을 보는 순간 칼날 빛나듯 모든 분들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나도 동동주를 좋아하는데 어인 일인지 아무도 내게 권해주는 사람 없었다. 그러니 어찌 하랴. 내 밥그릇 내가 라도 찾아 먹는 수밖에... 산행기를 써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한잔 쭈욱 들이켜 마시니 동동주가 아닌 막걸리다. 동동주와 막걸리. 어차피 한 핏줄, 한 통속에서 나오는 것이 동동주와 막걸리가 아닌가. 텁텁하면서도 달콤한 막걸리 맛이 뜬금맞게도 그곳에 없는 도토리묵이 사랑하는 님 보다 더 그리워진다. 흑! 흑!
이렇게 두 어 번의 휴식이 끝나고 뒷동산 오르는 기분으로 걸었는데 어디선가 '산이 산 같지 않은데 허! 고놈, 우습게 볼 산이 아니네' 라며 듣기 좋은 불평 아닌 불평 소리를 들어가며 299m 소래산 정상에 도착했다. 인천시내와 부천, 시흥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가슴 속까지 시원했다.
하산은 큰산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다지 힘들지 않았고, 얼마 안 걸린 것 같은데 청룡약수터 아래쪽 소래산 입구까지 종주하는데 거의 3시간 가까이 걸렸다. 산행부장님과 총무님은 앞서 산행을 시작했던 여우고개로 승용차를 가지러 내려가고 뒤쳐진 회원들은 자연을 이용해 잘 조성된 공원 입구에서 승용차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도착된 두 승용차에 분승, 늘 산행이 끝나면 갖게 되는 점심식사 겸 뒷풀이를 위해 식당으로 갔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먹는 즐거움 없이 무슨 재미로 살아갈 것인가! 인천대공원 근처에 있는 '장수마을'에서 해물찜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그 근처, 최제형 선생님이 관장님으로 계시는 청소년 수련관에 들러 차 한 잔씩을 나누었다.
마침 추석 명절이 가까운 탓에 송편 빚기를 비롯해 연 만들기, 가훈 써주기, 굴렁쇠 굴리기, 팽이치기 등 갖가지 전통 민속에 관련해 진행되고 있던 행사를 안내 받은 후 부평행과 간석, 구월 방향의 차로 갈라 타면서 아쉬운 작별을 했지만, 11월 산행은 월출산이란 말에 새로운 설레임을 가져본다. 빨리 11월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글 솜씨가 너무 돋보여요. 그날의 생각이 꼬리를 무네요. 11월에 영암에서 얼굴 마주하십시다.
히히히...
지금에야 읽었네요. 수고 많았고 다음달에 건강하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