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조선 두부는 명나라 황제 입맛도 사로잡았죠
두 부
최근 채식주의자(비건)가 늘고 비건 식단이 확산되며 미국의 가정 식단에서도 두부를 흔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두부<사진>는 콩을 물에 불린 후 갈아서 굳힌 식품으로, 과거부터 동아시아 삼국에서 고루 섭취됐는데요. 두부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두부라는 음식이 처음 만들어진 곳은 중국입니다. 하지만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은데요. 당나라 말기에서 북송 초기인 10세기 전후로 추정돼요.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인 주희(朱熹)가 12세기 남긴 한 시(詩)에 "한나라의 제후왕(황제에게 특정 지역의 통치권을 받은 왕)인 회남왕 유안(기원전 179년~기원전 122년)이 발명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 외에 신뢰할 만한 다른 기록은 없어 역사적 사실인지는 확실치 않아요.
고려의 문신인 최승로(927~989)가 제6대 왕 성종에게 올린 상소문 '시무 28조' 중 제4조에는 두부와 관련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술과 두부로 행인에게 시주(施主·물건을 베푸는 일)하는 작은 일은 두루 베풀어지지 않으며 임금의 체통이 아니기에 상선벌악(賞善罰惡·착한 사람에게 상 주고 악한 사람에게 벌 주는 일)에 힘쓰라"는 내용입니다. 작은 선행보다 왕이 할 일에 집중하라는 뜻인데, 두부를 언급한 것을 보면 고려 시대에 두부가 한반도에 이미 전파됐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선의 두부 만드는 기술은 중국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뛰어났다고 합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명나라 사신으로 파견된 백언(白彦)이 조선식 두부를 황제인 선덕제(재위 1425~1435)에게 바쳤더니 황제가 매우 맘에 들어 해서 백언에게 상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어요.
조선의 두부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인의 식단으로도 제공됐어요. 선조실록에 따르면, 당시 원병(援兵·자기편을 도와주는 군대)으로 온 명나라 군인이 조선의 백성을 약탈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조선은 명나라 군인에게 음식을 제공하기로 하는데요. 군인의 계급에 따라 세 가지 등급의 식단으로 나뉘었는데, 모두에 두부가 포함됐습니다.
일본에서는 12세기 무렵 두부와 관련된 기록이 처음 등장하지만, 임진왜란 이후인 에도 막부(1603~1868) 시기가 돼서야 두부가 대중화됐다고 합니다. 임진왜란에 참전한 일본인 장수가 조선에서 두부 제작법을 배워 일본으로 돌아가 두부를 만든 뒤 널리 퍼트렸다는 설이 있고, 두부를 만들 줄 아는 조선인을 일본으로 데려가 두부를 만들게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당시 일본군은 조선의 도자기 기술자나 성리학자 등을 일본으로 납치해 일본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이용했기 때문에 두부의 경우에도 후자 쪽이 사실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