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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좋은 균 나쁜 균
제시카 스나이더 색스
-균과의 전쟁
항생제란 미생물에서 만들어진, 다른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 화합물을 뜻한다.
푸른 곰팡이는 여러 다른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생화학자인 알렉산드 플레밍이었다. 1928년에 그는 황색포도상구균을 배양하던 배지에 곰팡이가 핀 것을 발견했다. 플레밍이 조교의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한 말인 “재미 있군”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절제된 표현으로 꼽힌다. 실험실에서 페트리접시가 곰팡이에 오염되는 일은 흔히 있었지만, 이 곰팡이는 주변의 포도상구균을 모두 죽였다.
그 다음 중요한 단계는 이 곰팡이에서 세균을 죽이는 화학물질을 분리해서 의미 있는 양을 얻어내는 일이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옥스퍼드대의 화학자인 하워드 플로리와 언스트 체인은 이 과정을 완수해, 연합군 병사 수백 명의 목숨을 구했다. 한편, 프랑스계 미국인 토양학자인 르네 뒤보는 더 풍성한 항생제 발견의 길을 열었다. 뒤보가 오래전부터 경이롭게 생각하던 것이 있었는데, 한 덩이의 흙 속에도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세균이 엄청나게 많이 발견되며 이 세균들이 거의 모든 것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그는 토양 세균의 이런 분해 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무릎까지 빠지는 동식물의 사체 속에서 살아야 했을 것이라는 정확한 추론을 하기도 했다.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는 항균 약품 대부분을 포함한 현대 의약품은 토양 세균에서 나왔다.
-인간에서의 삶
로즈버리는 인간의 탄생을 미생물을 위한 노른자위 땅의 등장으로 묘사했다. 이 땅에 정착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두 생물계의 합병을 의미한다. 처음 몇 시간, 며칠, 몇 달, 몇 년 동안 이 합병이 잘 이루어지면, 마침내 미생물 방위군이 조직된다. 이 ‘방위군’은 매끈한 두피에서 동굴같은 호흡기와 소화관, 발가락 사이의 축축한 틈새에 이르기까지, 어린아이의 피부와 점막 전체에 분포하게 될 것이다. 단, 로즈버리는 “합병이 잘 이루어지면”이라는 조건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기는 본능적으로 손에 닿은 대로 세균이 묻어 있는 것을 만지고 입에 넣으면서 미생물로 뒤덮인 세상에서 무럭무럭 자라게 될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부모와 형제와 애완동물도 본능적으로 마음이 쓰여서 아기를 안고 물고 빨면서 세균을 보태주는 것이다.
인간과 미생물의 합병을 위한 물밑 작업은 출생 전부터 시작된다. 임신 중기가 되면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 질의 내벽을 감싸고 있는 세포에 글리코겐이 저장되기 시작한다. 글리코겐은 통통한 소시지처럼 생긴 세균인 젖산균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다. 젖산균은 글리코겐을 젖산으로 발효시킴으로써, 혹시 모를 해로운 침입자가 자라지 못하도록 질의 PH(수소 이온 지수)를 낮춘다. 가끔씩 장내 세균도 이런 위협이 될 수 있는데, 항문에서 질 쪽으로 흘러온 장내 세균이 지나치게 많아져 자궁 속까지 퍼지게 되면 임신을 위협하는 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젖산균은 성교를 통해 전염되는 임질균과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 같은 세균도 어느 정도 막아주는데, 신생아가 산도를 통과하는 동안 이런 세균에 감염되면 실명이 되기도 한다.
질내 젖산균 중 어떤 것은 과산화수소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과산화수소는 무릎에 상처가 났을 때 엄마가 발라주었던 거품이 나는 소독약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이 유별나게 공격적인 젖산균은 스트렙토코쿠스 아갈락티아이, 또는 B군 연쇄구균이라고 부르는 세균의 성장을 막는 데 특히 효과가 있다.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젖산균이 없는 여성의 질에서 주로 발견되는 B군 연쇄구균은 영아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된다. 해마다 미국에서는 이 세균에 의한 치명적인 폐렴과 뇌수막염과 혈액감염이 수천 건씩 발생하는데, 생후 1개월 미만의 영아들에게서 주로 발병한다. 누구나 젖산균에 의한 자연 방어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구의 산과 의사들은 B군 연쇄구균이 양성으로 나타난 산모에게는 출산 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게 관례다.공교롭게도, (상관없는 질환으로) 예전에 먹었던 항생제 때문에 B군 연쇄구균이 처음 산도에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항생제는 질을 보호하는 젖산균을 죽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신생아의 입으로 처음 들어가는 세균은 엄마의 산도에 있는 젖산균이다. 모유를 처음 먹을 때 이 젖산균은 수백만 개의 비피더스균과 합쳐지는데, 비피더스균은 산 생성 미생물의 일종이다. 짤막한 포크처럼 생긴 비피더스균은 임신 8개월째가 되어 가슴이 커진 엄마의 유두 근처에 수수께끼처럼 등장한다. 이곳에서 비피더스균은 산과 항생물질이 결합된 강력한 화학물질을 분비해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위험한 미생물을 물리친다. 임신 말기에 비피더스균이 별안간 유두 근처에 나타나는 현상은 로즈버리를 당혹스럽게 했는데, 그 까닭은 이 세균이 공기 중에서는 살 수 없는, 다시 말해서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세균이기 때문이다. 이 비피더스균은 유관 깊숙한 곳의 산소가 없는 공간에서 자라다가 맨 처음 초유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분비될 때 함께 나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피더스균 자체는 공기 중으로 나오면 죽어버리지만, 이들이 내놓은 산은 유방 표면과 아기의 입속에 몇 시간 동안 남아 있다.
이 산은 젖산균과 함께 입속에 최초로 영구 정착하는 세균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영구 정착하는 세균으로는 산에 저항성이 있는 스트렙토코쿠스 살리바리우스가 있다. 구슬 목걸이처럼 생긴 이 세균은 탄생 첫날 아기의 혀에 나타난다. 이 “유익한” 포도상구균은 생화학적 갈고리라고 할 수 있는 강력한 부착소를 이용해 혀의 울퉁불퉁한 표면에 사슬 모양의 콜로니를 안착시키고 건강한 입속을 지배하는 우점종이 된다. Strep. 오랄리스나 Strep. 마티스 같은 몇 가지 다른 포도상구균도 생후 일주일 내에 정착한다. 두 개의 구체가 짝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생긴 네이세리아균도 이 시기에 정착하는데, 잇몸과 입천장과 뺨 안쪽에 자리를 잡는다. 만약 이 신생아가 운이 좋다면, 이 군집에서 솜뭉치 같은 갈색 구균인 네이세리아 락타미카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젖당에서 번식하는 이 세균이 초기에 정착하면 네이세리아 메닝기티디스라는 무시무시한 친척에 대한 강한 면역성이 생긴다. N. 메닝기티디스는 세균성 수막염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균인데, 뇌수막염은 뇌화 척수를 싸고 있는 막에 일어나는 염증으로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초기 개척자들은 모두 어디서 올까? 연구자들은 아기의 입속에 있는 세균의 특별한 아형을 동정해서 대다수가 엄마의 입에서 직접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엄마는 언제나 아기의 앙증맞은 손가락이 쉽게 닿는 범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임신 기간 동안 전해진 엄마의 항체가 여전히 신생아의 혈액 속을 돌아다니다가 “내 것”으로 인식한 미생물의 성장을 더욱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아기의 세균 정착에 두 번째로 기여를 하는 사람은 손위 형제, 특히 남자 형제다. 아무래도 개인위생이 덜 철저한기 때문인 것 같다.
아기의 양육 패턴(또는 수유 방식)이 정해지면, 아기의 입속에 있는 세균 집단이 수유 시간에 맞춰 밀려들었다가 밀려나가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아기 입속에 사는 미생물의 수는 식사 때만다 크게 불어났다가 다시 줄어든다. 침샘에서는 덜 풍성하기 하지만 더 일정한 식량이 공급된다. 바로 단백질과 당과 무기질이 묽게 섞여 있는 침이다. 뺨 안쪽을 감싸고 있는 상피 세포와 편도에서는 미끌미끌한 당단백질의 일종인 뮤신을 나누어준다. 뮤신은 입속에 살고 있는 세균에 영양을 공급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세균이 민감한 상피세포에 직접 닿아 손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한다.
구강 생태계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아기는 아구창에 걸리기 쉽다. 아구창은 칸디다 알바칸스라는 곰팡이가 과다 번식해서 생기는 질환이다. 하얗게 돋아난 반점처럼 생긴 칸디다 군집은 균사라는 섬유로 조직에 침투하여 염증과 짓무름을 유발한다. 입속 세균의 밀도와 다양성이 높아지면, 칸디다 군집은 대개 점점 줄어들다가 낱개의 세포가 되어 흩어진다. 칸디다가 다시 군집을 형성해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이는 뭔가에 의해 입속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의미다. 종종 이 뭔가가 아기나 엄마가 먹고 있는 항생제인 경우가 있다.
입과 코에서와 마찬가지로 피부에 세균이 정착하는 것도 태어나는 동안 산모의 산도에 있는 젖산균에서 시작된다. 몸을 보호하는 세균인 젖산균은 젖산과 과산화수소를 분비해 살균 효소에 도움을 주는데, 살균 효소는 갓 태어난 아기를 뒤덮고 있는 부드러운 태지 속에 들어있다. 모유 속에 들어 있는 비피더스균처럼 젖산균도 공기 중에서 살지 못한다. 그러나 피부를 산으로 둘러싸는 젖산균은 배후에서 후계자를 선택한다. 신생아의 피부에는 먼지나 주위 사람의 몸에서 나온 피부 조각에 실려 온갖 세균이 비처럼 떨어진다. 부모와 산후도우미의 손길과 숨결도 아기 피부에 세균을 전달한다.
청소년기가 되면 여드름을 일으키는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아크네스가 활동을 시작한다. 이 세균은 지나치게 활동이 왕성한 기름샘에 갇혀 그 수가 크게 불어난다. 그 무렵 겨드랑이에 서식하는 쿠리네균은 온전히 새로운 먹이인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잔치를 벌이기 시작하는데, 주로 남성은 안드로스테논을, 여성은 안드로스테놀을 분비한다. 코리네균이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소화하고 내 놓는 물질은 어른이 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는 냄새를 풍긴다. 해마다 이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하는 상품이 수백만 달러어치씩 팔리고 있지만, 우리 인간의 겨드랑이에 사는 이 세균은 다른 동물에서 발향샘이 하는 구실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다시 말해서, 냄새가 없는 스테로이드로 성적 유인 물질인 페로몬을 만드는 것이다. 확실히 10대 소년의 겨드랑이에서 세균이 만들어내는 냄새는 젊은 여성(또는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의 냄새보다 강하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월경 주기에 따라 강해졌다가 약해지는 흥미로운 유형을 나타낸다. 냄새가 가장 강할 때는 배란 직전, 다시 말해서 가장 수정될 확률이 높을 때다.
사춘기 소녀의 높은 에스트로겐 수치는 질 내 젖산균 성장도 촉진한다. 임신 시간에 비하면 농도가 낮지만, 이때의 에스트로겐 수치는 성교 시 질 속으로 들어오는 장내 세균과 곰팡이의 성장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을 정도로 높다. 꼭 성교를 해야만 문제를 일으키는 세균이 질 내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배변을 한 다음 뒤를 닦을 때에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질 내에 젖산균이 있는 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항생제, 특히 광범위 항생제는 이런 생태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곰팡이” 감염이나 세균질증이 발생하거나 두 질환이 번갈아가며 계속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체 미생물상의 99%를 차지하는 소화관에서도 세균의 정착은 입과 피부와 마찬가지로 탄생을 하는 동안 산도 속의 젖산균과 만나면서 시작된다. 아기의 머리가 보일 무렵에는, 엄마의 대장이 눌리면서 소량의 대변이 나온다. 의사와 간호사는 이 불쾌한 것을 재빨리 닦아내지만, 이는 엄마의 장내 세균을 신생아에게 곧바로 주입하려는 자연의 의도를 거스르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것이 정말 자연의 의도라면, 신생아의 머리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다시 수축이 일어나 어깨와 몸의 나머지 부분이 나올 때까지 아기의 얼굴이 엄마의 직장 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자연선택의 결과일 것이다. 이런 머리 대 항문의 배치 덕분에 아기는 생의 첫날에 만나게 될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 중에서 엄마의 면역계에서 항체가 만들어져 있는 미생물을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이 항체들은 이미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일시적으로 전달되었다). 두 번째 미생물은 한 모금의 모유를 통해 유입되는데, 바로 수백만 마리의 비피더스균이다.
들어오는 모든 미생물은 장에 도달하기 전에 아기의 이를 통과해야 한다. 나이가 더 많은 어린이와 성인의 위 속에서는 강한 염산이 살균 작용을 한다. 그러나 위산의 분비는 생후 3개월 무렵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수년에 걸쳐 점차 성인 수준에 다다른다. 이렇게 위산 분비가 서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의 초반기에는 위와 소화관에 세균 정착을 위한 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 이를테면, 이 시기에 아기는 위에 사는 세균인 헬리코박터 필로리를 맞아들인다.
H. 필로리는 보통 이 세균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의 손이나 입을 통해 아기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일단 몸속에 들어오면 H. 필로리는 회전운동을 하면서 염산으로부터 위를 보호하는 점막층 속에 구멍을 뚫고 들어간다. 위산을 생산하는 세포가 성숙하면, 어떤 H. 필로리 균주는 위산 생산 세포가 만들어내는 산의 농도를 낮추는 단백질을 내놓는다. 이 단백질로 인해 위산의 농도는 H. 필로리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약해지지만, 다른 대부분의 미생물을 죽이기에는 충분히 강하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이렇게 위산의 농도가 약해지면 성인이 되었을 때 위산 역류와 식도암의 위험이 줄어든다. 부정적인 면도 있는데, 소수의 감염자들 중에는 H. 필로리가 심각한 염증을 일으켜 만년에 위궤양과 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H. 필로리로 인한 궤양이 비교적 최근인 19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현대 의학이 안고 있는 모순이다. 당시 H. 필로리는 식수의 소독이 개선되고 미스무트로 만든 초기 항생제가 사용되면서 인간의 위에서 사라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특히 1830년대에는 이전까지 건강했던 젊은 유럽 여성들이 위에 구멍이 뚫릴 정도의 증증 궤양으로 죽어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고 몹시 고통스러운 것이 특징인 이 여성들의 죽음을 볼 때, 이 질환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병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 극심한 궤양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유럽에서 북아메리카로 퍼져 나갔다. 결국 기본적으로 도시병이며, 현대 생활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결론이 났다. 20세기가 막 시작될 무렵의 의학 전문가들이 생각하기에, 농민이나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야외 활동이 많고 비교적 직장이 없어서(...) 경리 사원과 그 고용주의 위를 망가뜨리는 것들을 소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덕분에 궤양에 걸리지 않았다.
어쨌든 H. 필로리는 서구 사회에서 빠르게 멸종되고 있다. 어쩌면 인간의 위에는 인간과의 공진화 역사가 더 짧은 다른 세균이 정착할 수도 있다. 오늘날 북아메리카와 서유럽에서 H. 필로리가 있는 어린이는 전체의 10%미만이다. 그러나 부모 세대는 약 30%, 조부모 세대는 대부분이 이 세균을 갖고 있다. 좋은 소식은 H. 필로리의 감소가 위궤양과 위암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도 있다. 최근 30년에 걸쳐 유례없는 증가를 보인 위산 역류 질환과 식도암이 이 세균의 소멸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위를 지나 계속 전진하면서 살아남은 미생물은 소장이라는 복잡한 미로로 들어간다. 소장에는 융털이라고 불리는 손가락 모양의 돌기가 숲을 이루도 있는데, 융털은 양분을 혈관으로 보내는 소장의 표면적을 극대화한다. 산성도 낮은, 다시 말해서 pH가 중성인 소장은 세균이 살기에 최적의 장소다. 그러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세균은 소수에 불과하다. 강한 수축이 일어나 물처럼 된 음식물이 격류를 일으켜 모든 것을 쓸어가기 때문에 가장 끈질긴 세균들만 남게 된다.
세균은 소장의 강력한 수축 작용과 미생물잡이 세포를 통과한 뒤, 대장이라는 안정된 웅덩이로 들어간다. 대장은 출생 시에는 무균 상태였지만, 곧 인체의 미생물 열대우림이 된다. 1905년에 프랑스의 미생물학자인 앙리 티시에는 몸 밖으로 무엇이 나오는지를 살핌으로써, 이 열대우림의 생태계가 어떻게 모습을 갖추는지를 연구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의 생에 첫날이 끝나갈 무렵, 아기의 대변 속에 흩어져 있는 세균은 엄마의 질과 장내 세균을 보여준다. 반대로 제왕 절개로 태어난 아기의 대변 속에는 좀 더 무작위적인 조합의 세균이 들어 있는데, 주로 조산원의 손이나 병원 환경에서 유래한 것들이다. 어떤 방식으로 태어났든, 셋째 날이 되면 모유를 먹는 아기의 대변에서는 거의 비피더스균만 검출되며, 이런 경향은 고형식을 시작할 때까지 계속된다.
인공영양을 하는 아기의 장내 미생물상에도 비피더스균이 나타나지만, 그 수가 훨씬 적고 불안정하게 뒤섞여 있는 여러 미생물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아기의 피부와 입에서처럼, 장에서도 비피더스균은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는 포도상구균 같은 미생물의 성장을 방해해 영구적으로 정착할 최초의 세균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장내 비피더스균이 많아지면 아기의 혈액 속에 있는 항체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도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항체는 문제를 일으키는 세균만 표적으로 삼는 게 아니라 설사를 일으키는 여러 종류의 위장 바이러스도 공격한다. 이 현상은 식수를 잘 소독하지 않는 제3세계에서 모유영양아의 사망률이 인공영양아의 사망률의 1/6에 불과한 까닭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설사로 인한 신생아 사망이 드문 미국에서도, 생후 6개월 이내에서는 모유영양아의 생존률이 인공영양아보다 2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수입이나 교육 수준과는 관계가 없었다.
처음 장내로 유입된 미생물들은 대장 내벽의 성숙도 촉진한다. 아래쪽에 있는 혈관이 대장 내벽의 표면까지 뻗어 나와 모세혈관이 촘촘한 그물을 형성하는데, 이 모세혈관은 내벽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장내 세균이 분해한 영양소를 운반하는 데 필요하다. 동시에 세균과의 첫 접촉은 수백만 개의 장내 줄기세포를 깨어나게 한다. 줄기세포는 일단 활성화되면, 끊임없이 분열을 시작해서 대장 내벽의 민감한 표층 세포에 계속 새로운 세포를 공급한다. 표층 세포는 하루에 수백억 개씩 떨어져나간다. 이런 끊임없는 교체 덕분에 소화관은 온갖 손상에서 쉽게 회복된다. 아이가 고형식을 시작하면 소화관의 손상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데, 이런 손상은 식품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자연 독소에 의해 유발되며 가끔은 날카로운 물체나 병원성 미생물에 의해서 일어나기도 한다.
딱딱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모유를 먹었던 아이와 우유를 먹었던 아이의 장내 미생물상이 어느 정도 비슷해진다. 그렇다고 미생물의 종류와 균주가 정확하게 일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약 30종의 미생물이 주로 많이 발견되며, 소수가 존재하는 것이 100여 종에 이른다.
-지나친 청결
예전에는 사실상 알려지지 않았던 알레르기와 천식과 그 외 염증성 질환이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흔한 일이 되었다. 이런 질환들은 모두 면역계가 음식, 꽃가루, 정상적인 장내 세균 같은 무해한 물질에 파괴적으로 반응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면역계는 심지어 자신의 몸을 이루는 건강한 세포까지 공격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제1형 당뇨병, 루푸스, 다발경화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수 있다. 마치 어떤 안전 정지선이 사라진 것처럼 면역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친구인지 적인지 분간을 하지 못한다.
알레르기와 천식은 확실히 가계를 따라 전달되며, 자가면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가계 유전으로 설명되기에는 지난 150년 동안 이런 질환이 지나치게 급속도로 증가해왔다. 지금도 제3세계 국가에서는 이런 질환이 드물며, 이민자 자녀들은 서구의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부모 세대에 비해 더 높은 발병률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질환의 원인은 대기 오염일까? 현대 생활의 스트레스일까? 먹을 것이 지나치게 풍족해서일까? 아니면 어린이 질환이 부족해서일까? 이 모든 것들이 다 산업 사회에서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면역 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는 연구는 대체로 실패했다.
이 가운데 가장 특이한 발상은, 대체로 무해한 미생물 세상에서 우리가 비교적 갑자기 떨어져나왔기 때문에 이런 전염병이 생겼다는 주장일 것이다. 한때 우리는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물을 마시고, 땅에서 캐내 대충 저장한 음식을 먹었고, 동물을 기르고 사냥했으며, 흙바닥에서 생활하고 종종 잠도 잤다. 생물학에서 유명한 문구에 따르면, 진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을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바꿔놓는다. 인간의 면역계도 그런 방식으로 진화되어, 세군이나 다른 “균”과 지속적으로 접촉해야만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진화의 시간으로 볼 때 눈 깜짝할 사이에 해당하는 1, 2세기라는 기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보자. 우리는 물을 소독하고, 식품을 가공하고, 살균제와 비누로 몸을 씻고 자연의 풍경과 거리를 두면서, 세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생활을 벗어나게 되었다.
의학사를 훑어보면, 21세기에 들어서 대단히 두드러진 세 가지 유형의 염증성 질환이 비슷한 유형의 증가세를 보인다.
이 세 가지 유형의 질환에는 알레르기와 천식, 제1형 당뇨병과 루푸스와 다발경화증 같은 자가면역질환,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대장 질환이 있다. 모두 고대 의학 문헌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병들이다.
이를테면 히포크라테스는 천식을 알고는 있었지만, 당시에는 알레르기가 아닌 운동에 의해 유뱔되는 병이었다. 또 우유 같은 특정 식품에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 대한 설명도 그의 없고, 증세가 배탈이나 방귀인 것을 보면 알레르기보다는 소화불량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1998년 초, 폰 마티우스와 브라운-팔렌더는 대학원생과 간호사롤 구성된 소규모 연구진을 바이에른 지방과 스위스의 시골로 보내 농촌 가족과 면담을 하고, 혈액 표본을 채취하고, 축사와 부엌 바닥과 어린의 침구와 집 안의 공기에서 빨아들인 먼지를 채집했다. 생활 방식 요소 중에서는 어릴 적부터 자주 축사와 접촉을 하는 것이 천식과 호흡기 알레르기의 발병 비율을 가장 낮추는 것으로 드러났다. 생후 처음 5년 동안 가축과 함께 지낸 어린이들 가운데 이런 질환에 걸리는 어린이는 10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도시 아이들에 비해 10배나 낮은 비율이었다. 채집한 먼지 표본을 분석하자, 아이의 매트리스에서 나온 지질다당류와 알레르기와 천식 사이에 직접적인 반비례 관계가 발견되었다. 다시 말해서, 세균의 화학적 지표인 지질다당류의 양이 많을수록 천식을 포함한 알레르기 질환의 비율이 낮았다.
대가족, 보육시설, 축사, 여기에 먼지와 기저귀와 대변에 많이 들어 있는 세균이 새로운 공통점으로 부상했다. 계속해서 다른 연구에서는 애완 동물에 일찍 노출되면 알레르기 예방효과가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고양이보다는 개가 훨씬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결정적 차이는 어디에 사느냐와 어떤 애완동물과 노느냐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배설물 인자”라는 이 제안에 대해, 이탈리아의 전염병학자인 파올로 마트리카르디는 이탈리아 공군 훈련병 1659명의 혈액 속에 있는 항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항체는 특성상 어떤 사람이 예전에 노출된 적이 있는 호흡기 질환 병균과 “대변-구강 경로” 병균을 모두 보여준다. 감염자의 장내 세균에 의해 눈에 보이지 않게 오염된 물이나 손을 통해 전염되는 병균인 대변-구강 경로 병균에 속하는 종류 중에서 마트리카르디가 찾은 항체는 위에 사는 헬리코박터 필로리, 장내 기생충인 톡소플라즈마곤디 A형 간염 바이러스의 항체였다.
이 세 가지 병균에 노출된 훈련병 중 일부는 실제로 병을 앓았지만, 대개는 별 증상이 없었다. 그러나 마트리카르디의 발견에 따르면, 이 세 가지 병균 중 2, 3개에 노출된 적이 있는 훈련병 중 알레르기와 천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7%도 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어떤 균에도 노출된 적이 없는 훈련병 중에서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20%가 넘어서, 약 세 배의 차이가 났다.
20세기가 끝날 무렵에 새롭게 부상한 위생 가설은 1980년대에 스트라찬이 처음 제안했을 때와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후기 위생 가설에 따르면, 면역 조절 장애를 막아주는 것은 질병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지속적으로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이다. 특히 다른 아이들에 둘러싸여 있거나 소독되지 않는 물을 마실 때 몸속으로 들어오는 세균에 노출되어야 한다.
좀 더 정확히 추측을 해보면, 세균에 대한 노출이 부족하면 그 사람의 체질에 따라 면역 장애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 세계 면역학자들은 면역계를 정상적으로 감시하는 조절 메커니즘을 이제 겨우 어렴풋이 알아가기 시작했다. 세균과의 접촉이 질병에 대항하는 염증을 일으킬 뿐이라는 개념은 아직 교과서에 실릴 단계가 아니며, 어느 정도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 연구를 다룬 학술 논문의 발표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데일 우메츠와 스탠퍼드대의 동료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폰 무티우스의 농가 연구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폰 무티우스의 연구에는 어릴 때부터 침구와 집 안의 공기를 통해 끊임없이 세균에 노출되면 어린이의 알레르기와 천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새로운 증거가 알레르기와 천식을 앓는 농촌 어린이에 관한 연구에서 나왔다. 농촌에는 알레르기와 천식을 않는 어린이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이 어린이들의 몸속에는 세균의 존재를 등록하는 톨 유사 수용체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질병을 강조하면서 신빙성을 상실한 스트라찬의 위생 가설은 많은 이에 의해 다시 연구되었고, 그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올린 사람은 룩이다. 룩은 말한다. “감염이 몸에 좋다는 발상 전체는 생각해보면 꽤나 어이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감염은 염증을 의미하죠. 그리고 염증은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룩은 인체의 정상적인 미생물상과 물과 음식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는 주위의 세균을 기준으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감염”과 무해한 “세균 정착”을 구분한다. 또 그의 지적에 따르면, 전염병은 문명의 발달로 사람들이 밀집되기 시작한 약 5000년 전부터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이에 반해 소독하지 않은 물과 진흙 속에 들어 있는 미코박테리움과 아무렇게나 보관되거나 신선한 식품 속에 들어 있는 젖산균과 다른 미생물들은 인간의 진화 과정 내내 우리와 함께 있었다.
룩은 말한다. “나는 오히려 항상, 매일 부가피하게 우리와 함께하는 생명체들은 ‘오랜 친구들’로 보는 개념을 더 좋아합니다.” 피할 수 없는 것은 포용하는 자연의 방식 덕분에, 면역계는 수많은 무해한 세균에 대해 관용이라는 생화학적 메시지를 분비하는 조절세포로 화답한다. “만약 정상적인 수준의 세균이 주위에 없다면, 우리 몸은 기본적인 수준의 조절 시토카인을 갖지 못하고, 결국 면역계가 모든 것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룩의 “오랜 친구들” 면역 조절 이론에서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미생물이 면역을 억제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자연환경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세균이다. 두 번째는 우리 몸에서 편리 공생이나 상리 공생을 하는 세균인데, 이 세균들은 항생제에 의해 파괴되거나 심각한 수준으로 변형될 수 있다. 호흡기와 관계없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된 것이라 하더라도, 생후 1년 안에 항생제가 투입된 아기는 유아기 동안 알레르기와 천식의 발병 비율이 두 배가 넘는다는 것이 여섯 개 이상의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항생제 사용과 연관이 없는 다른 장내 미생물상 변화도 어린이에게 알레르기 성향을 나타나게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정상 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에 비해 식품 알레르기가 나타날 확률이 두 배 더 높다. 이 발견은 엄마의 질과 항문에 사는 세균에 의한 혜택을 수술로 태어나는 아기는 놓치게 된다는 것들 의미한다. 다른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알레르기가 있는 신생아는 알레르기가 없는 신생아에 비해 더 성인과 비슷한 장내 미생물상을 갖고 있다(알레르기가 없는 신생아는 젖산균과 비피더스균이 많은 반면, 알레르기가 있는 신생아는 대장균이 더 많고 심지어 포도상구균도 있었다).
이와 같이 성인 유형의 장내 미생물상으로 변화하는 경향은 스웨덴처럼 대단히 위생적인 국가의 어린이들 사이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인접한 저개발 국가인 에스토니아에서는 이런 경향이 적게 나타나면서, 어린이 알레르기와 천식의 발병 비율이 훨씬 낮다.
룩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확실히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모두 알레르기와 천식에 걸렸을 것입니다.” 룩은 장에 사는 벌레인 기생충을 세 번째 중요한 “오랜 친구들”로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기생충학자들이 펄쩍 뛸 노릇이죠. 하지만 우리 몸은 기생충을 친구로 대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생충에 감염되었을 때 우리 몸이 조절 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 반응으로 멈추지 않는다면, 림프계가 파괴되고 결국에는 상피병에 걸리기 때문이죠.” 추측컨대, 적응 면역계의 Th2 무기가 처음에는 기생충 감염 신호에 강하게 반응했다가 나중에 기생충이 자꾸 들끓게 되면 면역 반응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 피할 수 없는 현상을 받아들이도록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