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은 보고 싶다./ 이혜우*****
보고 싶은 사람이 너무도 만다.
초등학교 짝궁 영이가 보고 싶고
군대에 간 현빈이 무척 보고 싶고
마리린 몬로가 보고싶을 때도 있다
몇 년 전에 이민한 친구도 보고 싶고
전에 함께 근무하던 새침이도보고 싶고
대학 동아리 활동하던 예쁜이도보고 싶고
내가 좋아서 따라다니던 강아지 보고 싶고
초등학교 시절 내가 놀리던 순 이도보고 싶고
우연히 만나 문학을 논하던 그 여인도보고 싶고
내가 기합 주던 목포에 사는 주 일병도보고 싶고
시 마을 작가회의 때 눈 여겨둔 그녀가 보고 싶고
군대 생활할 때 기합 받던 김 하사도 무척보고 싶고
첫사랑 여인도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나보고 싶고
그중에서 조금 전 찻집에서 헤어진 그대가 제일보고 싶다.
눈으로 보고 싶고 마음으로 보고 싶은 사람 모두 그리운 사람
가부장 / 이혜우
시나브로 가는 시간
어느덧 한나절
점심시간이다
마누라의 한마디 식사하겠소?
주면 먹고 안주면 못 먹는 것이지
내가 달라 말라 하겠소
그럼 안 줘도 되겠네요
알아서 해요 머리가 영리하여
장수하고 싶으면 주겠지!
어찌 그곳에 머리가 들어가오
음력 이월 초하룻날이
무엇하는 날인지 아오
콩 볶아먹는 날 모르오
얼른 밥상 차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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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 길 / 이혜우 *******
오월 어느 날 부터 정성으로 피운 꽃
향기 온 누리에 날리려 했는데
꽃은 다 같은 꽃으로 피었는데
피땀으로 공 드림 누가 덜 하리오
안타까운 갈림 길 *****
오늘따라 햇빛 찬란하여
자랑할 나의 프로필
옷소매 적시고 꽃 피우며
뒤 돌아 보는 꿈으로 준비 하련다
당선소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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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박 [刻 薄] *****
더듬이촉수가 약한 것 일까?
직시하여 직감을 못하는 바보일까
아니면 메모리가 낡아서 그런가?
스치는 자막도 따라 읽고 받아쓰기도
지난날에는 잘 했는데 지금은 왜 못할까
한편의시를 읽으려면
시취에 젖어 적막을 깔아 감금해놓고
무심히 파고 들어가야 그나마 미세한
시맥을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어쩌다 금맥을 찾으면 참으로 반갑고 기쁘다
머릿속에 검은 먹물이 없고
하얀 그리움만 난무 하니 어쩔 수 없나보다.
시장 통에서 보는 것도 아니고
고스 톱 판 옆에서 읽는다면 혹여 모르겠다만
달리는 기차 차창 밖에 넘어지는 전봇대처럼
그리움도 없고 인연도 없이 그것으로 끝이다.
사람인연도 자주 대화하고 깊이를 서로 재보면
소통으로 시심을 알 수 있을 것이나
한 건물에서 사는 이웃도 모르고 사니 말이다
그러니 어떻게 시심을 알 수 있느냐 말이다.
가을에오는 그리움 / 이혜우
황금물결 모두 웃고 있다.
야무진 결실로 배부르니
돌아볼 원망도 없이 즐거워한다.
누구는 애절하다 말해도
오색 물들여 호객행사 하여
흐뭇한 보람으로 채운다.
자랑할 수많은 얼굴 그려보니
찬바람으로 낙엽 되어 사라져도
개울물 소리에 정겨운 춤사위
말로 못다 한 가을에 오는 서러움
품속에서 깨어나지 못한 그리움
곱게 간직하여 너를 그리워한다.
해지는 모습 그런 사연 있어도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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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가을 / 이혜우 ******
풍요로웠던 그날들
기억에 벗어나기도 전에
세월이 가르쳐 주었다고
마음이 변해간다.
구름 끼어 찬비까지 내리니
마음은 쌀쌀해져
돌아볼 생각도 없이
가겠다고 서두른다.
붉은 잎 노란 잎
추억마저 잃어버리고
낙엽 되어 바람에 굴리면서
약속만 남기고 가겠단다.
잘 가노라! 기억해 두겠노라!
사랑의 결실은 너로 하여 얻었다고
공상의 꿈 / 이혜우 ******
가을은 비를 싫어하는데
비오는 소리 크게 들린다.
길가는 길손 발길 멈추고
추녀 및 빌려 서성거린다.
빗소리 가락은 높아가고
땅거미는 서둘러 달려오는데
임 그리워 우는 듯 산새소리
고요를 흔들며 날아간다.
날 들어 내일아침 찬 서리 두려움 없이
연약한 꽃잎도 웃으며 너울대는데
부르는 곳 없이 찾는 이 없는데
빗소리그치면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 데
창문 열면서 한 잔술에 시를 찾아
불러주려나 하는 꿈 서서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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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보내는 끗발 / 이혜우 *****
누구나 삼 팔 광 땡 잡고 싶어 한다
이판저판 기웃거리며.
입맛 당기는 판을 만들려 한다.
이번 큰판에서 끗발 잡아보자고
줄 따라 사시 안으로 패를 노려본다.
조용히 입 다물고 눈치 살피며
패만 노려보는 이도 있고
말 한마디 못하던 어중이떠중이들
울타리 치며 계속 떠들어 댄다
재주부리는 타짜들 큰소리로 나선다.
삼 팔 광 땡 한번 잡아보자고
지, 학연 따라 몰표 만들려 한다
개평꾼들도 장사진 이루고 있다
입심으로 음성적인 말 생산하여
누가 삼 팔 광 땡 잡을 것인가?
좋은 패 줄 사람 귀, 눈 속이는 타짜들
여보게 이 나라 화투판 속임수 잘 지켜보세
겨울 / 이혜우 *****
가을아 네가 떠나고 나니
내 마음 싸늘해지는구나!
오늘따라 어찌 이리도
간절하게 봄을 기다리게 하니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여름날을 한 아름 잘라 두었다가
이럴 때 조금씩 아껴 쓸 것을
내 눈앞에 소복(素服)소복하게 쌓일 때
임 생각으로 한숨짓게 하는구나!
겨울 바다 / 이혜우 (독도)
끝~없이 보이지 않는 물결
소식 잊어버릴까 연속 밀려오는데
갈매기 한 쌍 인사하며 날아가네
저~멀리 보이는 섬 너무 그리워
파도에 실려 아까이오는 듯~
차가운 바람결에 옷깃 여며도
가슴은 살며시 열리면서
감추어 두었던 그 속삭임
귀밑머리 날려주며 얼씬거리네.
어디 있나 그 목소리 너무 야속하구나!
갈매기도 보이지 않고 쓸쓸한 곳
아득히 보이는 멀고 먼 수평선
연달아 밀려오는 파도의 메아리
다음에 함께 오라며 출석~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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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사랑을 / 이혜우 *****
숲 속 솔향기 코끝에 스며드는 곳
하늘도 보이지 않는 깊은 계곡
맑은 시심 여럿이 들어선다.
나비 한 마리 꽃 찾아 나르고
저편에 다람쥐가족들 손짓으로
우리 집에 왜 왔느냐고 항거한다.
흐르는 개울물 소리 반주에
산새의 읊는 가락 애잔한데
나뭇잎 정겹게 손짓해 반겨준다
찬물에 발 담그니 소름 끼쳐 오싹한다
물속에 가여운 작은 송사리
가슴 조이며 철옹성으로 파고든다.
스치는 세월에 눈물도 사랑도
함께하며 행복 찾아 살아가는 인생
조용히 여기서 배우고 간다.
한 가닥 햇살 숲 속을 제멋대로 파고들어
멍석딸기 얼굴에 복분자향 전이해 주는 그곳에서.
문학 공부 시간 / 이혜우
과학 시 한 편씩 발굴해오라 했지
너부터 발표해봐.
우물 안 개구리 / 이혜우
“우물 정 井 글자 속에
개구리 한 마리 빠졌다
무슨 글자의 뜻인가?
뽕 그 당 빠지면 뽕 그 당 뽕 자고
풍덩 하고 빠지면 풍덩 풍자입니다
뽕 그 당은 작은 개구리요
풍덩 하면 큰 개구리입니다.
글자는 맞는데 뜻은 아니다
뜻은 "정저지와"(井底之蛙)다
참으로 훌륭한 작품이구나
오늘은 이 작품으로 공부하고
어디론가 보내줘야겠는데.
--6--
그 자리 / 이혜우 (김우중 문학관) *****
생각대로 크게 이루지 못해도
소박하지만 알뜰한 삶
후회 없이 살고 싶어
그어진 밑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 기어가는 꿈만 꾸나 보다
뛰는 꿈은 아직도 멀었나
유혹은 장미꽃보다 현란하고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는데
지조 있는 줄기 지키려는 부담
내려다보는 눈빛 가슴 찔러오니
손안에 쥐어지는 목으로
분수껏 살아가는 길 찾고 있다
부러움 알고 욕심은 앞서 가는데 자신의
앞 가리도 못하지만, 하늘 가리지는 않는다.
그 이름 산 / 이혜우 *****
사랑한다 하면서도
품어주지 못하면서
서로모여 떠들고
날마다 짓밟으며
나를 정복 한다고
괘씸하구나!
천 리를 바라보며
소나기 한차례 스치고 나서
산 안개 산허리 돌리고
쌍무지개 찬란할 때
멀리서 보는 풍경화 한 폭.
너희는 보이지 않는다,
-7-
궤도 수정 / 이혜우 ****퇴고할것
우주를 벗어나면 우주 미아가 된다.
만년설에서 궤도 이탈하면
언젠가 발견되어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되풀이되는 지겨운 행동반경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일상생활
새로움을 즐거워 할 수 있는 것
자유롭게 즐기고 피서라는 이름으로
생활 궤도를 벗어나 환호했으나
정해진 시간은 더 이상 허락 못해주어
흙에서 벗어나 한평생 삶이라 하여도
허락해 주어진 세월 지나면
흙으로 궤도수정 하는 영생을 찾는다.
--8--
돌고 돌아도 흐르고 떠돌아도
모두는 제자리로 돌아온다.
새로움을 느껴보고 즐거워 할 수 있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다
자유롭게 궤도를 벗어나본다.
더 피곤하고 더 움직여도 마냥 즐겁고
가족이란 이름아래 주어진 봉사도 다하고
그러나 결과는 다시 제자리로 와야 한다.
흙에서 궤도를 벗어난 삶의 한평생을 보낸다 해도
모두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마치고 궤도수정 하여
흙으로 돌아온다.
그리운 꽃 / 이 혜 우
사랑하는 님이여!
지금도 그대를 찾고 있습니다.
저녁마다
꿈속에서 헤매고 있지요.
봄에 피우는 모든 꽃부터
가을에 피는 꽃
그리고 겨울의 눈꽃까지
모두 훑어 찾아본답니다.
언젠가 그대의 영혼이
한 송이 꽃이 된다 했기에
찾고 또 찾다 이제야 찾았군요
가을꽃 뒤꼍에서
서리 내리기 직전에 피운 꽃
그 꽃을 보았습니다.
그대의 웃음꽃
내 사랑의 꽃
동백꽃 / 이혜우
한겨울 동안
붉게 스며드는
청순한 그리움에 맺힌 한
남편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쌓인 서러움 꽃잎 되어
송이송이
피멍으로 피어나니
마음은 하늘 높이 오르내리고
허전한 가슴에
동박새 반기는 몸짓은
빨간 웃음꽃으로 녹아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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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복종했었다 / 이 혜 우 (불교문학)
만나서 살아오는 동안
우리는 가부장적으로
애초부터 부부싸움은 없었다.
무슨 싹수가 보이면
눈 한번 크게 뜨고 바라보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는 그렇게 강(剛)하게 살았다
그것이 대단한 권위로 알고
아내는 순종하며 아주 유(柔)했다.
그러나 요즘은 잔소리 한마디에
죄 없이 꼼짝 못 하고 눈치만 본다.
설거지하고 청소하며
언제까지나 강하게 살 줄 알았는데
결국 유는 강을 이기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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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 / 이혜우 ****
오랜만이네
그렇군, 그동안 잘 지냈는가?
초승달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 지나고 있으니
얼굴은 보름달처럼 보여
부러운 그 친구 가슴속으로
슬며시 들어가 보니
검은 반점이 가시지 못하고 있다
달 지는 그믐 기 대책 미흡하고
한편에는 외로움이 있다
자식 걱정으로 도배되어 있고
그들을 위한 희생양이다
쉘 실버스타인 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본다
하현달의 슬픔을 모르면서도
달빛은 살아있어 영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