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과 마이콜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일찍 출근한 딸에게서 전화가 여러 번 와 있었다. 무슨 급한 일이 있었나 싶어 문자를 열어보니...“마이클 잭슨이 죽었대...콘서트 갔던 생각나네”
지금 나는 한문을 좋아해서 이렇게 번역원에 다니고 있지만 나야말로 원조 ‘한글세대’이며 ‘통기타세대’이며 동시에 ‘팝송세대’이다. 초등학교 다니면서부터 교과서는 한글 전용으로 바뀌었고 중학교 입시가 폐지되어 은행 알에 쓰여 진 운명의 숫자로 학교를 배정 받은 첫 ‘뺑뺑이 세대’이기도 하다.
그때도 사회 분위기가 ‘영어, 영어’ 할 때라서 특히 서울 토박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비틀즈는 기본이고 엘비스프레슬리, 클리프리차드, 안마가렛, 탐존스 등등의 노래를 들으며 자랐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아예 쉬는 시간만 되면 각자 집에서 적어 온 팝송 가사를 친구들끼리 돌려 보면서 달달 외우곤 했었다. 가사도 기막히게 좋았지만 아무래도 그들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그때는 사이몬앤가펑클이 단연 최고의 인기 싱어송라이터였다. 카펜터즈, 존바에즈, 존덴버도 당시 인기가 좋았고 고등학교 때 이후로는 아바, 비지스, 닐다이아몬드, 보니엠, 맨하탄, 돈맥클린, 레오나르드코헨, 산타나, 앨튼존, 에릭클립튼, 멜라닌사프카, 보니타일러, 빌리조엘, 디퍼플, 에어서플라이, 시카고, 조이, 아라베스크, 아하, 믹재거, 맨앳워크 (휴-숨차네)등등에 이어 드디어 소름끼치도록 멋진 ‘퀸’이 등장했다.(짜자자잔-) 그때 ‘보헤미안 랩소디’를 듣고 나서 경악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하다. 프레디머큐리의 목소리는 내가 기억 못하는 내 영혼의 저편, 전생 그 어딘가에까지 나를 끌어다 놓고 흔들어 대는 마력이 있었다. ...Love of My Life♪
이렇게 팝송을 좋아했던 내가 80년대 초에 운 좋게 미국에서 살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당시에는 해외여행은 꿈도 꾸기 어려운 때였는데 상사 주재원인 남편 덕에 휴스턴에서 살면서 갓난아이를 키우며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영어’에 대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설레며 출국했던 나는 아기를 키우느라 막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하루 종일 집구석(?)에 틀어 박혀 한국에 있을 때 보다 더 갑갑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때 내게 큰 위안이 된 것이 바로 M-TV였다. 처음에는 FM 라디오로만 음악을 들었었는데 음악 채널 엠티비가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뮤직비디오로 노래를 보는(?)데 취미를 붙이게 되어 점점 그 쏠쏠한 재미에 빠져 들게 되었다. 게다가 애기가 얼마나 그 방송을 좋아하는지 엠티비만 틀어 주면 온 몸을 흔들흔들 혼자서도 잘 노는 게 아닌가. 그때 방송에서는 신디로퍼, 마돈나, 프린스, 유리스미스, 컬쳐클럽 등이 한창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특히 마이클 잭슨은 엠티비의 방송을 탄 최초의 흑인 가수로서 유난스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었다. 그가 부른 ‘빗잇’과 ‘빌리 진’은 하루에도 백번이상 반복해서 나왔고 나는 눈을 감고도 그의 춤 동작 하나하나를 다 외울 정도로 그에게 반했다. 그래서 귀국 할 때에는 마이클잭슨과 보이죠지 등 내가 좋아했던 팝가수들의 LP 판을 소중히 품에 안고 돌아 왔다.
그런데 그 마이클이 1996년 가을에 드디어 우리나라에 와서 콘서트를 하게 되었다. (감개 무량, 무량!!!). 나와 딸(중2)은 단숨에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달려갔다. 마이클의 무대는 아스라한 저녁부터 깜깜한 밤까지 이어졌는데 환상! 그 자체였다. 나는 공연 내내 UFO를 타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듯한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기분에 젖어 들었다. 벤, 아윌비데어, 위아더월드, 더걸이즈마인, 스릴러......체면이고 뭐고 얼마나 소리를 질러대고 옆 자리 사람들과 일어나서 껴안고 난리 법석을 떨었는지 모른다. 객석은 온통 감동의 눈물 바다였다.(-2002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치며 서로 부둥켜 않고 응원했던 분위기보다 좀더 강렬했다고 보면 될 듯ㅋ) 우리는 너무나도 행복해서 몸서리(?)를 쳤다. 며칠동안 손바닥이 부르트고 어깨 죽지가 욱씬욱씬...목은 완전 쉬어서 말 한마디도 못 했다. 그리고 매일 마이클 씨디만 반복해서 듣는 바람에 귀까지 멍멍... 그때 교회 열심히 다니는 고지식한 친구가 있었는데 내게 왜 목이 쉬었냐고 해서 나는 “아니 그냥 쫌 목감기가 걸렸나봐...”하고 얼버무린 기억도 난다. 왜냐하면 그때 열혈 기독교인들 중에는 마이클잭슨의 노래는 악마가 조종하는 것이므로 그의 공연을 절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하여 매표소 앞에까지 와서 공연 반대 운동을 대대적으로 했기 때문에 소심한 나는 그들 모르게 살짝 갔다 왔어야 되었기 때문이었다. (히힛~)
남의 나라 가수가 죽었는데 뭘 그리 야단을 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이클은 단순히 춤 잘 췄던 ‘흑인 가수’가 아니다. 그는 음악에 있어서 ‘창조자’ 이고 ‘모험가’다. 뮤비라는 영역으로 우리에게 문화적 충격을 준 최초의 ‘개척자’ 이며 지구인을 한데 어울리게 한 ‘엔터테이너’ 이며 흑백의 갈등과 불안이 믹스된 ‘숙명적 고독’이라는 실존 코드이다. 더구나 우리 모녀에게는 27년 동안 동네 총각처럼 친숙했던 ‘깜씨 오빠’였다.
그리고 또 ‘짝퉁 천국’인 우리나라에서 마이클은 ‘마씨‘로 한국인에게 친숙할 수밖에 없는 빼 놓을 수 없는 대박 캐릭터다. (또 뭔 소리??) -바로 “아기 공룡 둘리”에 나오는 백수 곱슬머리 총각, 카수 ‘마이콜(록밴드, 핵폭탄과 유도탄의 리드싱어)’이 바로 마이클 잭슨을 표절한 것이니까..(’라면과 구공탄‘ 이라는 노래, 생각나는지?? ㅎ.ㅎ)
마이클 잭슨의 사인(死因)이 무엇이든지 간에 치열하게 인생을 살다간 그를 애도한다. 그리고 둘리, 도우너, 또치랑 통기타로 된 타임머신을 타고 함께 떠난 마이콜처럼 마이클도 그들과 합류해서 달나라에서 문워크(Moon-Walk)로 춤도 추고 헝클어진 머리를 흔들며 노래도 불러대어 아름답고 흥미진진한 그래서 더욱 편안한 여행을 하기를 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춤꾼, 소리꾼 My 마이클이여, 아자 아자 홧팅♥~
첫댓글 야 권선생님 음악의 깊이가 이렇게 깊었을 줄이야 오늘 첨 알았습니다. 물론 우스겟소리지만 맨인블랙에서 마이클잭슨은 호시탐탐 '에이전트 M'이 되고픈 외계인이었죠... 그냥 가끔은 심장마비가 아니라 UFO가 그를 데려간 것이 아닌가 하는 몽상도 해봅니다.
우와, 봉순언니는 엘비스부터 시작하셨지만 실질은 잭슨키드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니 잭슨맘인가^^ 컬처클럽 한참 인기 끌 때 같은 코드 다른 분위기의 데이빗 보위가 있었죠, 조금 뒤에 나왔나? 또 웸과 아하도 무척 인기였는데, 돈 매클린, 맨앳워크는 잘 모르겠어요. 한번 찾아봐야 겠네요. 정말 소요유씨 말대로 잭슨의 영혼은 유에프오를 따라간 걸까요, 그곳에서 새로윤 쇼비지니스를 설계하고 있다면, 언젠가 또한번 무대판을 바꿔 놓겠죠?
돈 매클린은 ‘빈센트(화가 반고흐)’를 노래했고 맨앳워크는 호주 출신그룹으로 ‘다운언더’가 꽤 신선했었어^^ 별이 많은 밤이군요/ 파렛트에 파란색과 회색을 칠하세요 내 영혼에 깃들인 어둠을 알고 있는 눈으로/ 여름 날의 바깥을 바라보아요 언덕 위의 그림자들/ 나무와 수선화를 그리세요 미풍과 겨울의 찬 공기도 화폭에 담으세요/ 눈처럼 하얀 캔버스 위에 색을 입히세요. 당신이 이제 무얼 말하려 했는지 나는 이해합니다/ 당신의 광기로 당신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유로와지려 노력했는지/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아마 그들은 이제는 듣고 있을 거예요. - <빈센트>
간만에 재미난 글이 잔뜩 올라와 있군요. 타임머신을 타고 음악여행을 하는 듯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비비킹, 산타나, 에릭클립튼, 유투가 좋습니다.^^::
으앗, 정말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에요^^;
ㅋㅋ 저도 그때 콘서트 갔었는데~ >.<
'빈센트' 찾아보니 수없이 흘려듣던 노래라 깜짝놀랐습니다. 그 곡이 고흐를 노래하고 있을 줄이야_._, 역시 진정성은 포크록이... 해임 씨는 블루스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음, 저도 해가 갈수록 그쪽 세계가 끌리더라고요, 유투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연상 연배는 아닌 듯 한데 조숙하신듯^^. 근데 저는 사실 댓글에서 마이클 이후에 대한 갖가지 예측이 나오리라 기대했는데... 정치문화 패권 분산과 함께 엘비스` 마이클 같은 하이퍼 스타는 이제 나올 수 없는 걸까요, 우리 젊은 학우들이 고전적이라 이쪽엔 별 관심 없는 걸까요, 이후를 대일통하리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팝문화가 다양해진 걸까요,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