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백범일지
김구 지음
방랑의 길
-133쪽
최광옥은 내가 아직 혼자라는 말을 듣고 안신호 라는 신여성과 결혼하기를 권하였다. 그는 도산 안창호 의 영매 ( 남의 누이에 대한 경칭) 로 나이는 스무살, 극히 활발하고 당시 신여성 중에 명성이라고 최광옥은 말하였다.
나는 안 도산의 장인 이석관의 집에서 안신호와 처음 만났다. 주인 이씨와 최광옥과 함께였다. 회견이 끝나고 사관에 돌아왔더니 최광옥이 뒤따라와서 안신호의 승낙을 얻었다는 말을 전하였다. 그래서 나는 안신호와 혼인이 되는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이튿날 이석관과 최광옥이 달려와서 혼약이 깨졌다고 내게 알렸다 그까닭이라는 것은 이러하였다.
안 도산이 미국으로 가는 길에 상해 어느 중학교에 재학중이던 양주삼에게 신호와의 혼인말을 하고, 양주삼이 졸업하기를 기다려서 결정하라는 말을 신호에게도 편지로 한 일이 있었는데, 어제 나와 약혼이 된 뒤에 양주삼에게서 이제는 학교를 졸업하였으니 허혼 하라는 편지가 왔다. 이 편지를 받고 밤새도록 고통한 신호는 두 손에 떡이라 어느 것을 취하고 어느 것을 버리기도 어려워 양주삼과 김구를 둘 다 거절하고 한 동네에 자라난 김성택 : (뒤에 목사가 되었다 ) 과 혼인하기로 작정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가내 하거니와 퍽 마음에 섭섭하였다. 그러자 얼마 아니 하여 신호가 몸소 나를 찾아와서 미안한 말을 하고 나를 오라비라 부르겠다고 말하여 나는 그의 쾌쾌한(굳세고 씩씩하여 시원스럽다) 결성을 도리어 흠모하였다.
한 번은 군수 윤구영 이 나를 불러 해주에 가서 농상공부 에서 보내는 뽕나무 묘목을 찾아오는 일을 맡겼다. 수리 정창극이가 나를 군수에게 추천한 것이었다. → 다음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