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둥지
햇살이 눈부신 이른 아침에 푸른 초원 위에 앉아 이슬을 터는 까치의 소리와 모습을 보며 직장 출근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언가 오늘 좋은 소식이나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도는 기분이다. 이러한 풍경은 호반의 도시 춘천 강가에 위치한 우리 회사에선 매일같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세상인생사가 새옹지마라고 했던가?우리 나라에 IMF인 외환위기가 닥쳐왔을 때 이 산골까지도 그 여파는 찾아왔다. 안전한 대기업에 소속되어 있으니 물 맑고 공기 좋은 도시에서 현실에 만족하면서 열심히 처자식 부양하며 살아가자 라는 나의 생활 방식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마른 수건도 짜야 한다 라고 하고 바꿔 바꿔 다 바꿔 아내빼고 다 바꿔 유행가가 유행을 했고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신문 방송에서도 법석을 떨었다. 직장인들 대부분 전세자금 이나 주택 구입 융자로 은행 대출 이자는 매월 갚아가고 있는 월급쟁이들 중 한사람이 였는데, 은행이자가 사채만큼 높게 올라가고 월급은 줄고. 구조조정은 한다고 하고, 회사는 모모회사로 인수되어 명의가 넘어간다 하고 유비(유언비어)통신은 연일 특종감 들이었다. 불안한 마음 그 자체였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와하지 말라"가 아니였다. 매월내어야 하는
금융이자며 처자식들의 생활비등 쓸일은 태산같은데.. 지원이나 의지할 수 있는 부모님이 부자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복도 없으니..내 처지가 한심했다. 회사 근처 계곡언덕에 쓰러져가는 농가집과 텃밭이있었다.
아래로는 아름드리 은행나무와 개울물이 흐르고 논과 밭들이 다락처럼 아기자기하게 펼쳐져있었다..큰 나무위에서는 연신 까치들의 부산한 움직임과 나뭇가지등을 물고 부지런히도 푸더덕거렸다.나는 그곳 주인을 동네사람들을 통해 알아내어서 주말농장처럼 가꾸기고 싶다고 했더니 묵은 밭인데 그냥 일구어 먹으라고 했다.
그후 곡갱이와 호미를 구입하고 허물어진 농사 도구광을 깨끗이 치우고 땀을 흠뻑 흘리며 무엇이건 스스로의 변화 적응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젖어 있는 내 머리처럼, 어수선한 빈집 마루에 앉아서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까치새는 연신 지저귀며 둥지를 만드느라 분주했다..나는 까치가 참 부러웠다. 경치좋은 높은 영토에서 노래부르며 곳간도 필요 없고 뼈빠지게 회사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유유자적하게 자유롭게 둥우리를 만들어 가는 한쌍의 부부에게서 성경 귀절이 생각났다. "공중의 새 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 들이지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태복음이 위로가 되었다. 까치들이 열심히 둥지를 만들어 가는모습을 통해서 나는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가 되어갔다. 세상 변화를같이 시작하는 내 이웃이고 위로의 동지이다라고...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를 괭이로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고랑을 일구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인생광야를 잘 지나야겠고 앞으로의 어떤 어려움도 능히 견딜 수 있는 훈련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상쾌하고 흙을 만지니 재충전같은 희열을 느꼈다..열무 시금치 호박 가지등을 심었다. 회사 출퇴근 전후로 짬짬이 풀도
뽑고 고랑 북도 주고 했더니 무성히도 자라주었다. 깻잎 호박 고추도 주렁주렁 열렸다.
중간중간 추수해서 서울 형제들에게도 이웃에게도 나누어주었다. 모두들 좋아했다.
빈집도 쓸고 닦고하여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게 말끔히 정리정돈을 해서, 그곳에서 가끔씩
사색도하고 독서도하고 내 인생 알토란같은 미래를 설계하는 골방 연구소가 되는 동기도 되었다.
그때즘 까치들도 둥지를 두개씩이나 지어져 있었다...까치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니 나에게도 좋은 일이있을것만같았다....개울물 소리들으며 잠시 쉬며 둥지를 바라보니 네다섯마리가 앙증맞게 가지에 바람을맞으며 앉아있었다.
얼기설기 보이는 둥지는 세찬 비바람에도 든든히 붙어있었다. 까치는 내가 일을 할때면 항상 이웃처럼 반겨주는 것같았다..까치둥지에서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보고 무엇을 생각할까 살기에 급급하고 여유도없이 남들 살아가는 뒷만 쫒아가는 어리석은 인간으로 볼까 아니면 시기 질투 고집과 욕심으로 스스로 목을 조아가며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고 푸념의 나날을 보내는 어리석은 인간으로 보여질까...
나는 여기서 봄에 아무것도 심지 않고 추수를 기다리는 무모한 생각을 하며 살았구나, 내가 직장생활에만 급급했지 자기개발에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좋아지겠지 낙관만 했고, 씨를 뿌리지도 않고 뭔가가 거두어 지겠지 하고 막연한 생각만 해왔으니 새로운 자기혁신이 필요함을 반성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그 단을 거둔다고 했다..한알의 옥수수를 심었는데 한 포기에서 두송이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살아가면서 열매를 추수하려면 심어야한다는 것을...인생도 마찬가지라고 깨달았다.
까치 둥지를 보며 하늘 높이 푸른 나뭇잎 사이 영토을 만들며 가족을 늘려가는 미물에서도 배움을 깨달았고, 직장 회사 주인이 바뀌어서 퇴직금도 받았다. 나는 까치처럼 새 둥지를 지어가듯 종자돈을 심고 키워가는 기술을 까치둥지에서 옥수수 열매들 속에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삶의 여백의 중요성과 바람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집을 굳건히 까치는 지었듯이, 우리도 삶이 고달프고 괴로울지라도 바람 속을 걷는 삶을 이 세상에 단단히 붙들어 매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어디 이 세상에 다리 뻗고 한 세상 편하게 살다갈 곳이 있기나 하겠는가. 그러다보면 번성한 저 까치가 새끼를 길러 나뭇가지마다 자신의 보람을 가지런히 도열해 놓고 으시대듯, 우리 생의 보람도 텃밭 어디엔가 묻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