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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위원장은 지난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 여름방학부터 전국 학원들이 밤 10시 이후엔 학생 교습을 못하도록 하기 위한 법제도와 행정의 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중앙 정부가 학원의 심야 영업을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 뒤, 이를 토대로 경찰력까지 포함한 대대적인 감찰반 단속에 나설 것"이라며 "실제로 밤 10시 이후 학원 영업이 불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도 각 시·도가 조례(條例)로 학원 교습시간을 밤 10~12시까지로 제한하고 있으나 단속·처벌 기준이 제각각인데다 단속 인력 등도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곽 위원장은 이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책임지고 맡아 밤 10시 이후엔 정말로 학원 불이 꺼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시·도별 학원 교습시간 제한이 있지만 무시당하고 있다.
"심야에 학원 앞에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줄을 서 있어도 누구도 단속하는 곳이 없다. 지자체 차원의 느슨한 단속에서 앞으론 중앙정부가 나서 강력한 단속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곽 위원장은 "6월 국회에서 의원 입법 형식으로 '학원 교습 시간을 어기면 제재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만든 뒤 구체적인 단속과 처벌은 교육과학기술부령(令)으로 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과부 및 당(한나라당)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학부모와 학생이 좋아할 일에 반대할 의원은 없다고 본다"며 법 개정안 통과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 같은 학원 규제는 학교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대폭 활성화하는 대책과 병행해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곽 위원장은 사교육을 촉발하는 대학 입시와 외국어고 입시제도, 고교 3년간 12번씩 시험을 보는 내신 제도 등도 사교육을 줄이는 방향으로 손을 보겠다며 "이르면 2~3주 안에 개선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곽승준 위원장이 꺼내든 학원 교습시간 제한은 전두환 정권 시절의 과외 전면 금지를 연상케 하는 초강경 조치로 사회적 논란을 촉발할 전망이다. 과외 금지 조치는 20년간 시행돼다 2000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고 사라졌다.
―학원 영업시간 규제가 법적으로 가능한가.
"(학원측이) 헌법소원 내더라도 문제 없을 것이다. 학원 심야 교습 제한은 과외 금지 조치와 다르다. 한창 성장해야 할 청소년들의 건강권, 행복권 차원에서 규제하는 것이다. 현행 청소년 보호법에서도 유사한 제한을 하고 있고, 학원에 대해서는 이미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제한하고 있다."
―강제로 학원 규제를 하면 결국 사교육 수요가 음성화될 수 있는데.
"그런 지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껏 사교육 정책이 실패한 것은 사교육만 억제하고 공교육을 제대로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교육 영역에 있는 '방과후 학교'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 학교장 책임하에 과감하게 학원 등 영리기관에 위탁운영도 하고, 국어·영어·수학 등 교과목 프로그램도 확대할 것이다."
곽 위원장은 '방과후 학교'엔 "유명 학원강사 등도 초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원비의 5분의 1 가격에 강사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 서울 대치동 학원의 임대료가 얼마나 비싼가. 반면 학교의 '방과후 학교'는 이런 임대료와 세금이 필요 없으니 강사료를 대폭 내릴 수 있다. 기존 교사도 방과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면 학원 강사 못잖게 보상하도록 추진하겠다."
요컨대 곽 위원장은 사교육(학원 심야교습)은 누르고 공교육(방과후 학교)는 활성화하는 투 트랙(양갈래) 전략을 펼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외고 입시, 내신도 손보겠다"
―교육 개혁은 밀어붙이기보다 공감대를 얻어가며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당히 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정권 차원에서 처절하게 붙을 것이다. 지금 교과부 장·차관이 모두 외부 인사 출신으로 대단히 개혁적이다. 3~4년 후 이 정부는 결국 교육과 부동산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입시가 그대로인데 사교육이 줄어들까.
"입시제도도 과감히 손보겠다. 우리 학생들은 '내신 따로, 수능 따로, 논술 따로'의 죽음의 삼각지대(트라이앵글)에 갇혀 있다. 마치 올림픽 전 종목에 출전시킬 선수를 키우는 듯하다. 이공계는 더욱 이공계답게, 인문계는 더욱 인문계답게 입시 과목을 차등화할 것이다."
―그것만으로 가능할까.
"외국어고 입시도 손보겠다. 지금 방과후 학교가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외고 입시 때문이다. 방과후 학교가 고교에서는 73%가 참여하는데 초·중학교에선 45%만 참여한다. 외고 등 특목고에 가기 위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기 때문이다. 왜 외고 입시에서 내신 볼 때 수학에 가중치 주는가. 영어와 수학 모두 잘하는 학생 뽑아 서울대 많이 보내겠다는 뜻 아니냐. 외고가 서울대 가는 KTX(고속철도) 역할을 하는 것을 고칠 것이다."
실제로 고교 입학 후에나 치열해지던 학원 과외 열풍이 초등학교까지 내려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외고 등 특목고 진학경쟁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상당수 외국어고가 신입생을 뽑을 때 영어 등 외국어 우수학생보다 수학·사회·과학 등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인 입시 개편 방안은?
"교과부 및 당과 협의 중이라 언급하기 힘들다. 2~3주일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종합적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특히 강조했던 내신 위주 입시도 손보겠다고 했다.
"내신의 지나친 확대가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다. 2007년 내신반영 비율을 절반으로 하도록 반(半)강제화하자, 그해 일반교과를 가르치는 학원의 매출은 20%, 외국어 학원 매출은 32%가 늘었다. 내신 위주 입시가 결국 사교육 배만 불린 것이다.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 중학교, 고등학교 각 3년 동안 내신에 반영되는 시험을 무려 12번씩 치르는데 이것은 줄일 필요가 있다."
그는 인터뷰 곳곳에서 "교사들이 이제 스스로 나서 사교육 시장에 뺏겨버린 학생들을 되찾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교사의 분발을 촉구하는 말을 반복했다. "일부 교원 단체와 수만 명 수준의 사교육 종사자들이 반발하더라도 1000만 명의 학생, 학부모가 지지해준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도 했다.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교육 기득권층'의 맹렬한 저항을 돌파해야 하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가 여러번 반복한 "적당히 하지 않고 처절하게 할 것"이란 투사(鬪士) 같은 발언에는 이런 절박감이 녹아 있었다.
◆"장렬히 전사해도 좋다"
'사교육비 절감'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중점 공약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곽 위원장이 교육개혁을 총대 메고 나선 것도 결국 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이며, '정권 차원 프로젝트'인 셈이라고 주변에선 분석한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중장기 국가전략을 짜는 곳 아닌가. 왜 교과부가 아니라 미래기획위가, 게다가 경제가 어려운 지금 교육개혁 카드를 꺼냈는지 궁금하다.
"미래는 결국 인재 경쟁력 아닌가. 이번의 위기 국면을 이겨내려면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 중산층의 수입을 늘려주거나 지출을 줄여줘야 하는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수입 늘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학원비 지출을 줄이는 것은 소득 증대효과도 유발할 수 있다. 정책이란 타이밍이 있는 법인데, 교육개혁은 지금 못하면 (이 정권에서) 어려워진다."
곽 위원장은 지난 1월 미래기획위원장에 기용된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휴먼뉴딜'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사교육 개혁은 휴먼뉴딜 정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교육정책을 추진할 정책결정권이나 예산은 어디까지나 교과부가 쥐고 있다. 곽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신임을 무기로 교과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여당을 움직이려 하지만, 그의 생각대로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방과후 학교 강화에 예산은 문제 없나.
"예산은 크게 문제 안 된다. 일단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부분 부담한다. 학원보다 더 저렴한 값에 그 정도 만족도를 느끼게 해주면 된다. 형편이 정말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복지부를 통해 바우처(서비스 이용할 수 있는 전표)를 나눠줘 공짜로 듣게 하겠다."
그는 현 정부 초기 청와대에서 국정기획 수석으로 일하면서 '너무 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사교육과의 전쟁을 주도하면 또 너무 튄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까.
"모두가 눈치만 보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사교육 규제는 전두환 정권도 밀어붙였는데 왜 우리가 못하나. 학생과 학부모들이 지지해줄 거라 확신한다. 안정적인 정책은 관료들이 더 잘한다. 나 같은 교수 출신에게 자리 준 것은 혁신을 하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이 정부에 총대 메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사교육 개혁을 하다 장렬히 전사(戰死)해도 좋다."
그는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표현이 너무 좋아 메모해 둔 것이라며 읽어가기 시작했다.
"개혁(revolution)은 부드럽게(softly), 점진적으로(gradually), 조심스럽게(carefully), 사려 깊게(considerately), 점잔 빼면서(respectably), 겸손한 태도로(modestly) 해서는 결코 진척시킬 수 없다."
곽위원장은 "나는 우당탕하면서 과감하게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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