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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도제등석장경(得道梯橙錫杖經)
역자의 이름은 알 수 없고, 지금 동진록(東晋錄)에 첨부한다
송성수 번역
그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석장(錫杖)을 받아 지녀야 한다.
왜냐하면 지나간 세상의 모든 부처님이 석장을 가졌고 오는 세상의 모든 부처님도 석장을 가질 것이며, 지금 세상의 모든 부처님도 이 석장을 가지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날 부처가 되어 또한 이렇게 반드시 가져야 할 석장을 지니듯이, 지나간 세상과 오는 세상과 지금 세상의 모든 부처님이 그 제자들에게도 석장을 가지라고 가르치셨다.
그러므로 내가 이제 부처가 되어 모든 부처님 법과 같이 너희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니, 너희들은 지금 석장을 받아 지니라.
왜냐하면 이 석장이란 지혜의 지팡이[智杖]며, 덕의 지팡이[德杖]이기 때문이다.
성인의 지혜를 뚜렷하게 나타내는 까닭에 지혜의 지팡이라 하고,
공덕을 행하는 근본인 까닭에 덕의 지팡이라고 한다.
이러한 석장은 성인의 표식(表式)이며, 현명한 이의 밝음의 표시[明記]이며,
도법(道法)에 나아가는 바른 당기[正幢]이며, 생각한 이치를 이룩하는 뜻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모두 여법하게 지녀야 한다.”
그때 존자 가섭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를 정돈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는, 합장하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왜 석장이라 하며, 어떻게 받아 지녀야 합니까?
세존이시여, 원하건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너에게 말하리라. 석장에서 석(錫)은 가볍다[輕]는 뜻이다.
이 석장을 의지해 번뇌를 제거하고 삼계를 벗어나기 때문에 가볍다고 한다.
또 석은 밝다[明]는 뜻이니, 석장을 짚는 사람은 지혜의 밝음을 얻기 때문에 밝다고 한다.
석은 돌아오지 않는다[不迴]는 뜻이니, 이 석장을 짚는 사람은 삼계를 벗어나 다시는 물들고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석은 깨어나다[惺]는 뜻이니, 이 석장을 짚는 사람은 괴롭고 공한 삼계의 번뇌를 깨달아 4제와 12연기를 분명히 알기 때문에 깨어난다고 한다.
석은 거만하지 않다[不慢]는 뜻이니, 이 석장을 짚는 사람은 거만한 업을 제거하여 끊어 버리기 때문에 거만하지 않다고 한다.
석은 멀리 한다[疏]는 뜻이니, 이 석장을 짚는 사람은 5욕을 멀리하여 탐애의 번뇌를 끊고 모든 음(陰)을 산산이 무너뜨리고 5개(蓋)를 멀리 여의며 열반으로 나아갈 뜻을 세워 유위업(有爲業)을 멀리하기 때문에 멀리한다고 한다.
석은 채취(採取)한다는 뜻이니, 이 석장을 가지는 사람은 모든 부처님의 계율ㆍ선정ㆍ지혜의 보배를 채취하여 해탈을 얻기 때문에 채취한다고 한다.
석은 이룬다[成]는 뜻이니, 이 석장을 가지는 사람은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이루고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하여 모자라거나 줄어들지 않게 하고 모두 성취하기 때문에 이룬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이어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석’이란 글자는 그 뜻이 넓고 많아 일일이 다 늘어놓을 수가 없다.
너는 이제 이와 같이 받아 지녀야 한다.”
가섭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석장은 그와 같습니다. 그럼 왜 지혜의 지팡이라 하시고, 내지 생각하는 이치를 이룩하는 뜻이라 하십니까?
세존이시여, 원하건대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석장은 지혜를 닦는 선비로 하여금 널리 많은 것을 듣게 하고,
세간과 출세간을 이해하게 하며, 선ㆍ악과 유위(有爲)ㆍ무위(無爲)와 유루(有漏)ㆍ무루(無漏)를 분별하게 하며,
분명한 지혜로 걸림이 없어 지혜를 성취하게 한다.
따라서 ‘지혜의 지팡이’라 한다.
금계(禁戒)ㆍ인욕(忍辱)ㆍ선정(禪定)을 지녀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지러움이 없게 하며,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게으름부리는 때가 없이 항상 복업을 닦게 하므로 ‘덕의 지팡이’라 한다.
이 석장을 지니는 사람은 안으로 16행을 갖추니, 4제(諦)인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와, 4등(等)인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와 4선(禪)인 초선ㆍ2선ㆍ3선ㆍ4선과 4무색정(無色定)인 공처(空處)ㆍ식처(識處)ㆍ불용처(不用處)ㆍ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가 그것이다.
또 37행을 갖추니 37조도법(助道法)이 그것이다.
이 법 가운데서 똑똑히 분별하여 자신이 직접 증득하고 음성을 따르지 않으며,
이 법 가운데서 스스로 즐겁게 노닐고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해탈문에 들어가 자재하며 어려움이 없으니, 이를 성인[聖]이라 한다.
안으로 이런 덕이 있을 때 밖으로 석장을 가져 이런 사람임을 표시하는 것이다.
반드시 성인의 덕이 있어야 하니, 계율ㆍ선정ㆍ지혜와 3명(明)ㆍ6통(通)과 8해탈을 모두 다 갖춘 이런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며, 사람들이 그 표식을 보고 공경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인의 표식’이라 한다.
현명한 이의 밝음의 표시란, 안으로 지혜의 성품이 있기 때문에 현명한 이의 밝음의 표시라 한다.
이 사람은 안으로 지혜의 성품이 있으며, 공덕의 근본을 익히며, 법을 더욱 불어나게 하며, 착한 마음을 성취하기 때문에 ‘현명한 이의 밝음의 표시’라 한다.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 지혜를 성취하여 고요하고 편안한 무위처(無爲處)와 제일의도(第一義道)인 열반의 안락함에 들어가기 때문에 ‘도에 나아가는 법의 당기’라 한다.
생각하는 이치를 이룩하는 뜻이란, 이 석장에 3격(鬲)이 있고 이 석장으로 3격이 겹침을 본다는 것이다.
곧 3도(塗)의 고뇌를 생각해 곧 계율ㆍ선정ㆍ지혜를 닦으며,
3재(災)인 늙음ㆍ병듦ㆍ죽음을 생각해 곧 3독(毒)인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제거하며,
삼계(三界)의 무상을 생각해 곧 삼보(三寶)를 믿고 존중하며,
3악(惡)을 제거하고, 3루(漏)를 끊고, 3업(業)을 깨끗이 하고, 3명(明)을 갖추고자 하고, 3해탈(解脫)에 들어가고, 3염처(念處)를 얻고, 3달지(達智)를 통달한다.
따라서 3격을 세우고 서로 겹친 것이다.
또 4첩(鉆)이 있다. 이것으로 4생(生)을 끊으며, 4제(諦)를 생각하며, 4등(等)을 닦으며, 4선(禪)에 들며, 4공(空)을 깨끗이 하며, 4념처(念處)를 밝히며, 4정근(正勤)을 굳게 하며, 4신족(神足)을 얻는다. 따라서 4첩을 세운 것이다.
전체 안에 격(鬲)이 다섯이니, 이것으로 5도(道)의 고뇌와 윤회를 끊으며, 5근(根)을 닦으며, 5력(力)을 갖추며, 5개(蓋)를 제거하며, 5음(陰)을 흩어버리며, 5분법신(分法身)을 얻는다.
따라서 5격을 세운 것이다.
열두 고리[環]란 12인연(因緣)을 생각하여 통달하고 걸림이 없으며, 12문선(門禪)을 수행하여 마음에 근심이 없게 하는 것이다.
3격의 겹침과 4능(楞:鉆)이 합한 수로 7이 이루어진다.
이것으로 여래의 7각의법(覺意法)을 생각하고, 7성재(聖財)를 성취한다.
전체의 격에 여덟 구멍을 뚫으니, 이것으로 8정도(正道)를 생각하고, 8해탈(解脫)을 얻으며, 8난(難)을 제거하여 없앤다. 그래서 여덟 개로 한 것이다.
석장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그 이치가 이와 같으니, 너는 잘 지녀야 한다.”
가섭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거룩한 법의 가르침대로 하겠습니다.”
그때 가섭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3세 모든 부처님의 법이 이와 같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석장이 있는 것은 같다. 그러나 쓰임은 같지 않다.
혹 고(鈷)가 네 개이기도 하고, 혹은 고가 두 개이기도 한데, 고리의 수는 차이가 없다.
다만 나는 오늘 네 개의 고와 열두 개의 고리를 사용하는 것을 가르친다.
두 개의 고를 사용하는 것은 가섭여래께서 제정하신 것이다.
모든 중생들에게 2제(諦) 즉 세제(世諦)와 제일의제(第一義諦)를 분명히 기억하게 하려고 그런 이치를 세운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자, 존자 가섭과 1,200대중과 모든 큰 모임의 대중들은 다들 기뻐하며 정수리에 떠받들고 받들어 행하였다.
“무릇 법을 체달하는 것이니 상대(上臺)는 하늘을 본받고, 하대(下臺)는 땅을 본받고, 4지(支)는 사천왕을 본받고, 열두 고리는 12인연을 본받아 하늘ㆍ땅ㆍ사람과 천상ㆍ천하를 포함해 여기에서 다하지 않는 것이 없다.
무릇 자비를 일으키는 것이니, 널리 만 가지 행을 일으킴에 있어 이것을 준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선(善)의 바탕을 일으킨 뒤 이 석장을 지니는 법은 다음과 같다.
하늘을 지니고 땅을 끼는 것이니,
왼쪽 갈비뼈 아래에 붙이고 [아래 세 개의] 작은 손가락으로 그것을 당겨서 잡으며, [엄지와 검지] 두 끝은 평평하고 바르게 해 [어느 하나가] 높거나 낮게 하지 않는다.
울릴 땐 항상 울려서 소리가 끊어지지 않게 하며, 그 소리를 고르고 가늘며 조화롭게 하고 항상 처음과 같게 하라.
만일 첫걸음에 소리가 없이 끝났으면 그 행로에서는 내내 소리를 내지 말며,
만일 첫걸음에 소리가 나고 끝났으면 그 행로에서는 내내 소리를 울려야 한다.
또한 큰 소리건 작은 소리건 한결같게 해야지 큰 소리를 냈다가 작은 소리를 냈다가 해서는 안 된다.
[시주의 집 앞에 멈췄을 때] 비구는 왼쪽 발에 놓으며 비구니는 오른쪽 발에 놓아야지 땅에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만일 시주가 나오지 않으면 가까이는 세 집까지 가고 멀리 가도 일곱 집까지만 가라.
[음식을] 얻지 못했더라도 다시 더 지나가서는 안 되니, 만일 지나간다면 그건 수행자의 법이 아니다.
그 한도 내에서 밥을 얻었으면 석장은 나무 위에 걸어 놓고 땅에 내려놓지 말라.
만일 나무가 없어 땅에 내려놓아야 하면 땅의 편편한 곳을 골라 조금도 기울어지지 않게 하라.
잠자며 석장을 둘 때는 석장과 몸을 나란히 두고,
상(床) 뒤에 석장을 둘 때는 똑바로 몸과 가지런히 하며 앞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하라.
지니고 길을 가다가 쉴 때는 머리 쪽을 항상 해를 향하게 해야지 거꾸로 하거나 등지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석장을 지니는 것은 곧 부처님의 몸을 지니는 것이며, 만 가지 행이 다 그 안에 있으므로 하늘을 지니고 땅을 낀다고 하니라.
아울러 12인연을 관하여 일체의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기울면 온갖 만물이 모두 또한 기울며,
그것이 똑바르면 일체 중생을 모두 편안하고 함이 없게[無爲] 하는 것이다.
하대가 땅에 닿으면 그때 3도(塗) 중생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더욱 늘게 되며,
땅에 닿지 않으면 3도 중생들이 그 때문에 구원을 얻게 된다.
거꾸로 넘어지면 세계가 거꾸로 넘어지고 수행자의 그 마음 또한 헛갈려 어지럽게 되며,
바르게 지니면 피차에게 모두 이롭다.
만일 이와 같이 지닌다면 위의를 모두 나타내어 출입을 돕고 보호할 것이며,
뒤에는 과보를 획득해 깨달음을 빨리 이룰 것이다.
석장을 지니는 위의법(威儀法)에 스물다섯 가지가 있다.
석장을 지니는 열 가지 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땅에 벌레가 있기 때문이며,
둘째 나이가 많기 때문이며,
셋째 걸식[分越] 때문이며,
넷째 손으로 잡고 앞으로 내뻗지 말 것이며,
다섯째 석장을 어깨 위에 걸치지 말 것이며,
여섯째 어깨 위에 가로 메고 두 손을 양 끝에 걸치지 말 것이며,
일곱째 출입할 때 불상을 보면 소리를 내지 말 것이며,
여덟째 석장을 짚고 대중에 들어가지 말 것이며,
아홉째 함부로 들고서 집 뒤로 가지 말 것이며,
열째 정오가 지나면 석상을 짚고 외출하지 않는 것이다.
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먼 곳으로 청을 받아 가서 자야 할 때에는 정오가 지나도 짚고 외출할 수 있고,
둘째 환자의 집을 찾아갈 때는 정오가 지나도 짚고 외출할 수 있고,
셋째 문상을 갈 때는 정오가 지나도 짚고 외출할 수 있고,
넷째 외도가 청하면 정오가 지나도 짚고 외출할 수 있으며,
다섯째 석장을 가지고 사람을 가리키거나 땅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서는 안 된다.
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3인의 스승이 함께 갈 때는 석장을 짚고 따라나서서는 안 되며,
둘째 네 사람이 함께 갈 땐 상좌(上座)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녀서는 안 되며,
셋째 시주의 집 문에 이르러서는 위의를 좋고 바르게 하며,
넷째 사주의 집 문에 들어가서는 석장을 세 번 울리는데, 세 번을 반복해도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다른 집으로 가며,
다섯째 시주가 나오면 석장을 왼손 발꿈치 중앙에 낀다.
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석장은 항상 자기 방안에 두고 몸에서 떠나지 않게 하며,
둘째 아래 끝을 땅에 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셋째 속인에게는 석장을 허락하지 않으며,
넷째 날마다 잘 닦고 털어야 하며,
다섯째 석장은 외출하려 할 때 사미(沙彌) 편으로 받아야 할 것이며, 만일 사미가 없으면 속인도 될 수 있다.
석장의 네 모서리는 네 가지 진리요
열두 고리는 12인연과 상응하며
중소(中召)는 중도의 뜻 밝힌 것.
가장 꼭대기는 수미산의 이마요
두 번째는 수미산과 상응하는 것
중앙의 나무는 허공이 되며
아래 끝은 수미산의 뿌리가 되네.
사문의 법은 공(空)을 알아서 도를 얻는 것이니, 이것을 가지고 깨달아라.”
세간의 일체 중생들과 여러 비구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