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준 니콜라오(평화방송 보도국 차장)
지난 10월 전교 주일을 맞아 선교 후원 활동차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 용호성당(주임 윤용선 신부)을 방문했다. 성당 주보에 홍보물을 끼우던 중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주보 뒷면 본당소식란에는 주임 신부와 보좌 신부 이름, 수녀원과 사무실 연락처가 차례로 적혀 있다. 그런데 용호본당 주보는 맨 위에 사무실 전화번호가, 바로 아래엔 연령회장·사목회장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다. 주임 신부 이름과 집무실 전화번호는 맨 아래에 있고, 그 위에 보좌 신부 이름과 사제관 전화번호가 있었다.
성당 로비에 걸려있던 본당 조직도도 이상했다. 사목회장의 사진과 이름이 맨 위 정중앙에 배치돼 있고, 주임과 보좌 신부는 사진 없이 이름만 왼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교중 미사를 마친 뒤 신자들을 배웅하고 집무실로 향하던 주임 신부를 붙잡고 물어봤다. “저희 본당은 평신도 중심의 사목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용호본당에서는 사제가 주인이나 관리자가 아닌 봉사자가 되고, 평신도가 주인이 돼 본당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작은 실험’이 3년째 진행되고 있다. 보좌 신부라는 말도 없앴다. 대신 ‘동반 사제’라는 이름으로 주임과 보좌가 정확히 절반씩 업무를 나눴다. 주일 교중 미사도 주임과 보좌 신부가 격주로 번갈아가며 주례한다.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았고 불편하다며 반대하는 신자들도 적지 않았다. 차광준 보좌 신부는 “몇 년 시도한다고 정착될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교회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나아가야 할 문제”라며 “지금은 씨를 뿌리는 단계인 만큼 씨앗을 아까워하지 말고 마구 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15일은 평신도 주일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교회가 평신도에 의해 세워진 교회임을 강조하면서 성직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평신도의 역할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부산 용호본당의 작은 실험이 결실을 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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