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시여, 연기(緣起)란 무엇이옵니까?”
“가늘게 묶은 세 단의 갈대 묶음이 있다고 하자, 그 세 단의 갈대 묶음은 서로 기대어 세워야만 쓰러지지 않나니, 그래서 이것이 있어야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음이라, 그래서 이를 ‘연기의 법칙(法則)’이라고도 하느니라.”
그렇습니다. 연기(緣起)는 세상, 즉 우주와 은하계는 물론 태양계와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들인 양성자들과 원자들, 원자들과 분자들, 분자들과 바이러스들, 바이러스들과 박테리아들, 박테리아들과 단세포들, 단세포들과 다세포들, 다세포들과 동식물들 등등 갖가지 생명체들이나 존재들 전부가 다 서로 의지해서 생겨나고 없어지며, 의지해서 태어나고 죽기에, 그래서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다는 뜻인 연기, 즉 연기의 법칙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더하여 우주가 생겨난 연기현상(緣起現狀)인 대폭발(大爆發: Big bang)로 제2 열역학(熱力學)이 펼쳐짐과 함께 은하계가 생겨났고, 그리고 태양계와 지구가 생겨나면서 인력(引力)과 중력(重力), 자전(自轉)과 공전(公轉), 그리고 지구 둘레에 달이 생겨남으로써 생긴 밀물과 썰물, 그리고 그 밀물과 썰물 사이에 생겨난 지구 안팎의 모든 생물이나 무생물들이 태어나고 죽으며, 생겨나고 없어지는 과정을 되풀이해 온 연기, 즉 연기의 법칙을 중심이자 바탕으로 변화하며 진화해 왔는데, 그런 모든 연기현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기로 하고, 현재 우리의 삶을 예로 들어 연기적인 현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낳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은 물론, 둘이 몸을 합쳐야 자식들을 낳고, 둘이 도와야 자식들을 기를 수 있음은 물론, 부모와 자식이 서로 도와야 건전한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이루고, 그런 국가들 역시 서로 도와야 건전한 지구와 우주를 이루어 갈 수 있음 또한 연기의 법칙입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특히 우리가 먹는 음식들만 하더라도, 그 음식을 먹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것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며, 또 얼마나 많은 생명체를 먹음으로써 목숨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요. 우리가 먹는 것들만 해결하기 위해서도, 첫째, 하늘과 땅, 태양과 달, 비나 눈, 바다와 산, 숲과 강, 들과 논밭 등등의 자연환경에 의지해야 하고, 둘째, 농작물들이나 수산물들 등등을 기르거나 잡거나 가공하는 사람들에게 의지해야 하며, 셋째, 그런 것들을 사들여 운반하는 사람들 등등에게 의지해야 하고, 넷째, 사서 요리하는 사람들 등등에게 의지해야 하고, 더하여 음식을 만드는 도구나 그릇이나 식탁 등등을 만든 사람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한 사람이라든가 어느 한 가지라도 빠지면 큰 불편은 물론 더하여 목숨까지도 이어갈 수 없음이니, 그 어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간에 서로를 상대하며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싫든 좋든 서로 도와야 하는데, 심지어 상대들을 죽이거나 상대들에게 죽임을 당한다든가, 상대들을 먹는다든가 상대들에게 먹히는 경우까지도 연기의 법칙 또는 자연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도들은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사용하기 전에, 저 모든 대자연의 갖가지 것들이 모두 다 나를 위한 의식주 및 생활필수품이 되어 준, 또는 먹고 살게 해 준 것들에 감사하며, 더 나아가 내가 그들을 이용하거나 먹으며 살아왔듯이, 나 역시 그들을 위해서 이용되거나 먹힐 자비행까지도 각오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깨달은 스님들께서는 이 세상을 떠나실 때, 그 몸을 산속의 갖가지 중생들이나, 또는 물속의 갖가지 중생들에게 먹혀 그들을 위하시고자, 홀로 산속이라든가 물속에 뛰어드시어 삶을 마감한 후 그 몸을 그들의 먹이로 드리셨다는 많은 예가 있는데, 요즘의 깨달은 스님들은 장기기증에 서약한 후, 당신들이 가시면 당신의 몸을 꼭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신 후, 그 나머지 몸만을 태우게 하시더군요.
그러므로 내가 먹고 사용하는 생물이나 무생물들을 대할 때는,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심지어 숨을 쉬게 하는 공기까지도 다 살아있는 존재들이기에, 그들을 먹거나 사용하게 되면 나와 한 몸이 되어 더 나은 삶을 향함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임을 알아 감사히 먹고 마셔서 한 몸이 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그 모든 생물이나 무생물들이 나의 몸과 함께하다가 갖가지 분비물이 되어 나의 몸을 떠나갈 때면, 나보다 먼저 열반의 경지로 나아가 부처님이 되시기를 발원한다든가, 아니면 나와 한 몸이 되어 살다가 나 역시 몸을 버리고 이 세계를 떠날 때 함께 열반의 경지로 향하여 함께 부처님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옳은 자비심으로서의 연기적인 관계로 서로를 위하면 함께 즐겁고 편안하며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부처님이 되실 것이요, 옳지 않은 자비심으로서의 연기적인 관계로 서로를 해치면 부처님이 되시긴커녕, 항상 괴롭고 불편하며 억눌린 삶을 사는 것은 물론 영원히 중생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
항상 맑고 건강하소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