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사람 없소? / 하재영
커피 한 잔 시킨 분이 묻는다.
“요즘 카페에 손님 드물죠. 문 닫으면 안 되는데…….“
문은 열렸지만 사람(주인)이 없는 카페 ‘시월(詩月)’을 몇 번 들렀다며 묻는다. 자주 들르던 손님도 발길이 끊어진다며 걱정한다.
“고마워요. 손님이 뜸하네요. 요즘 제가 음료 내리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요. 원래 카페를 만들자고 했던 것도, 여행과 커피를 좋아했던 제가 시작하자고 했거든요.”
2021년 8월이었다. 대형 카페는 아니지만 나름 ‘책’이 있는, 문학이 있는 특색 카페로 조용히 문을 열었다. 한 해 지나, 두 해를 맞으면서 아니 세프 아들이 오창에 식당을 개업하면서 카페는 무인카페처럼 변하고 있다. 카페를 운영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드립커피만 내릴 줄 알던 내가 커피 머신을 만지기 시작한 것은 벚꽃 만개한 봄날이다. 그것도 정오 가까이 되어서 문을 열고, 오후 6시면 닫는다.
손님이 문학을 느낄 수 있는 카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2년 전이었다. 20여 년 유명호텔과 백화점에서 세프로 일하던 아들이 오창 번화가에 식당을 운영하며 함께 일할 알바생을 구(했)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30여 년 학교 급식과 관련된 일을 하였던 아내가 자연스럽게 봉사자(?)로 나선 것이다. 2,000명 이상 학생들 급식을 책임지던 아내의 눈썰미와 손놀림은 아들에게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힘이 되었을 것이다. 절대로 엄마, 아빠의 노동력을 빌리지 않겠다던 아들의 초심은 무너지고 은근히 엄마의 지원을 바라는 눈치다.
그러다보니 카페 ‘시월(詩月)’에서 바리스타 역할을 하던 며느리와 아내는 지금 아들의 식당에서 손님을 맞고 음식을 만든다.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려던 내 은퇴 후 계획을 저쪽에 두고, 카페 지킴이로 새롭게 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애초 카페 영업으로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없었던 지라 부담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찾아오는 손님도 즐거운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지금도 유효하다. 요즘 아침이면 내가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그러면서 이게 진정 열심히 사는 일이 아닐까란 생각에 긍정과 감사를 덧붙인다.
사람은 필요한데 사람이 없다.
식당에서 일할 사람 없는지요?
(오창 '권가제면소' 월봉 3백에서 3백 5십만 원, 일요일 휴무, 오전 10부터 오후 9시, 오후 3시-5시 쉼)
첫댓글 오창 '권가제면소'가 아드님이 하는 식당이군요. 기회되면 가봐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