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한마디 >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농담이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볼 때마다 “귀여워!”라고 말해서
반려동물이 자기 이름을 ‘귀여워’로 알고 있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귀엽다는 말을 작정하고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저 내 앞에 있는 이 존재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절로 나오는
감탄사와 같은 말입니다.
귀엽다는 얘기를 듣는 반려동물은 표정부터 다릅니다.
세상에 아쉬울 것 하나 없다는 듯 의기양양하고 당당한 눈빛을 보입니다.
그런 모습이 또 너무나 사랑스러워
반려인은 귀엽다는 말을 다시 한번 더 하게 되지요.
비단 반려동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랑이 담긴 말을 듣는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빛이 납니다.
감출 수 없는 자신감과 여유가 있습니다.
황인찬 시인이 글을 쓰고 이명애 작가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 《내가 예쁘다고?》에는
교실 창가 자리에 앉아 열심히 필기하고 있는 남자아이가 등장합니다.
어느 날, 남자아이는 옆자리에 앉은 김경희가 자기를 보며
“되게 예쁘다.”라고, 작게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너무 작아서 놓칠 뻔했지만, 분명히 들었지요.
‘되게 예쁘다.’라고 읊조리듯 말한 것을.
그때부터 남자아이의 머릿속은 하나의 질문으로 가득 찹니다.
“내가 예쁘다고?”
왠지 모르지만 몽글몽글 이상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남자아이는 예쁘다는 게 뭘까 계속 생각합니다.
축구를 하다가도 멍하니 서서 예쁘다는 말을 곱씹어보고 있습니다.
희한하게 밥맛도 좋아집니다. 좋은 꿈도 꿉니다.
거울 앞에 서서 찬찬히 뜯어보니 정말 내 얼굴에 예쁜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평소와는 달리 김경희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하고 싶어집니다.
‘예쁘다’는 말을 들은 그날부터 남자아이의 세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말 한마디가 우리의 세계를 온통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듯,
때로는 말 한마디에 삶의 모든 풍경이 어두워지기도 합니다.
어떤 말은 상대를 기운 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어떤 말은 상대를 아프게 하고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합니다.
어떤 말을 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이 사랑으로 이루어지게 하십시오.”(1코린 16,14)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우리의 말 한마디에 사랑을 담아 전할 수 있다면,
서로의 마음이 따뜻한 사랑의 빛으로 환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임여주 아녜스 |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