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연한제 때문에 함양을 떠나 산청으로 온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나온 3개월이 3년은 지난 듯한 느낌입니다.
힘들었다는 표현보다는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천국으로 보내고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 자주 하늘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3개월을 지내면서 산청이 참 좋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함양을 떠나 낯선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까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학생들과 지내다보니
많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졌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이 계시고
지도에 성실히 따르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의미있고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오자마자 기숙사운영부장과 3학년 대표 담임을 맡으면서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황당했지만 위기는 기회였습니다.
기숙사의 기본 질서를 잡고 선생님들과 의논해서
3학년 학생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줄 수있어서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산청고등학교는 웅석봉이 그윽히 학교를 내려다보고
경호강이 학교 앞을 휘감아 도는
전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이 아름다운 학교에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좋은 학생들과 근무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어딜가나 그 학교에 정붙이기 마련이고
어떤 마음으로 근무하는가에 따라 학교생활의 만족도가 정해지고
학생들이 마음에 들어오기 마련이라지만
산청고등학교 학생들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착하고 예의 바른 학생들입니다.
학생들을 많이 다그치고 나무라지만
누구보다도 학생들이 내 마음의 중심을 알아주고
"선생님이 다그치고 나무라더라도
선생님의 진정성을 알기에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넬 때 나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주말 경제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면서
학생들과 이야기도 하고 지역 경제를 선도하는
귀중한 분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각자의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인생의 스승을 만나는 느낌입니다.
안내하는 산청군청의 김일곤 농축산과장님이나
바쁜 일정 속에서 만나주시고
귀한 삶의 철학을 들려주시는 분들을 통해서
학생들 뿐만 아니라 옆에서 듣는저에게도
얼마나 큰 가르침으로 다가오고 힐링이 되는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지역연한제 때문에
고향을 떠나게 되어 원망을 했지만
산청은 나에게 기회의 땅으로 다가옵니다.
고향 뿐만 아니라 이웃 고장에서
어줍잖지만 나의 개똥 철학을 한 번 실험해볼 수 있고
이런 저런 방법들을 동원해서 학생들을 지도해 볼 수 있으니까요.
솔직히 함양은 떠나오면서 돌아갈 날을 먼저 생각했었습니다.
군대 온 사람이 제대 날짜를 기다리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산청고등학교의 3개월은 그런 나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여러 일들 속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나의 지도를 잘 따라와주는 우리 반 친구들
그리고 국어라는 교과를 통해서 만나는 학생들이
너무 잘 따라주어 흡족한 마음으로 근무를 할 수있어 행복합니다.
그렇습니다.
산청은 나에게 기회의 땅이자 힐링의 땅입니다.
이 기회를 소중이 여기고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조용하면서도 최선을 다해서 하렵니다.(2014.5월 단오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