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어른, 그리고 교육 방식
전문가는 어느 한 분야의 일가를 이룬 이들이고, 어른은 나이와 경륜이 있는 이들이시다.
글자 풀이를 하면 어른은 장로라고 할 수 있다. 장로의 장(長)은 길다는 뜻으로 덕이 높다는 것에 대비하고, 노(老)자는 문자 그대로 나이가 든 이들로 인생의 경험이 많이 쌓인 분들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전문가나 어른이 실력보다 세월로 인해 마치 등 떠밀려 대우 받게 될 때 참으로 곤혹스럽다. 천학비재로 부끄러움 가득한데 어느 순간 피질문자가 될 때가 있다. 학인의 딱지도 떼기도 전에 피질문자의 자리라니, 언감생심 난감하고 부끄럽기 그지 없다.
어른이니까, 전문가니까 잘 아실 거라고 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공부 제대로 못하고 나이만 먹었을 뿐인데 피질문자가 되면 자신을 경계하지 않고 우쭐 하는 마음에 그걸 즐기거나 때로는 거만해지기 일쑤다. 아상이 넘치게 된다.
사실 윗사람 되거나 남의 스승 되기 좋아하는 것은 보통 큰 병이 아니다. 수치를 덜 당하는 법은 다른 데 있지 않은 것 같다.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배우려고 노력하면 자신의 무지가 잘 드러나 자신의 교만을 억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른이 되고 남의 스승이 되는 것을 경전은 경계하신다. 하지만 자신이 자신을 제일 잘 알므로 누가 뭐래도 자신이 자신의 '제일교사'라고 할 수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스승은 멀리 있지 않다. 스승이나 어른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날 학인에게는 경전과 논서 등이 제일 스승이고, 컴퓨터가 길잡이고, 콘텐츠가 창고이다. 자료가 넘치므로 자료를 독해하고 분석 정리하며 논리를 개발하면 되지만 기능과 같은 실기를 습득하는 전승분야의 교육 방식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다.
석사 박사 학위 취득뿐만 아니라 범패 등 전통 기능과 예술을 전수 받는 교육은 2년 3년의 과정을 이수하게 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통도제식으로 일대일로 전수하고 기간도 탄력적이어야 하는데 기간이 정해져 있어 그렇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몇 년을 걸려도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어떤 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습득을 하게 되는데, 학기제와 학점취득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해서 전문적인 분야의 교육 방식은 전통의 도제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범패를 습득하려면 스승을 찾아 정하고 그 스승으로부터 인가 받을 때까지 기술을 전수 받고 습득해야 된다는 게 요지다. 획일적으로 평균화를 추구하는 제도권 교육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스승과 제자로 이어지는 사자상승의 방식이 좋다는 것이다.
전통 기술과 기능을 전수 받고자 하는 이들은 당해 분야의 스승을 찾아야 한다. 이는 오로지 피교육자의 몫인데, 선배와 스승의 추천을 참고하면 좋을 게다. 어른이나 전문가 되기도 어렵지만, 스승이나 전문가를 찾기도 쉽지는 않다.
스승이라고, 어른이라고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하고 기술을 습득하지만 중간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다른 길을 가게 되면 인연을 정리하고 다른 스승을 찾거나 이입해야 한다. 하나 이런 저런 인연이나 사정 등으로 쉽지는 않다.
그러다 보면 공부나 기능 습득을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학원 논문 지도 교수도 비슷하다. 지도교수와 의견 충돌 등 여러 문제로 중간에 함께하지 못해 학업이 단절되기도 한다. 자신을 위해서는 잘 처신하고 정리해야 한다.
논문 제출 직전에 지도교수를 변경하는 보았다. 일부 대학에서는 예전과 달리 지도 교수 동의 없이 지도 교수를 변경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스승이나 지도교수 선택은 오로지 학인의 몫이다.
오디션프로 미스트롯2 상위입상자 7인 중에 무려 4인이 국악을 하다가 트로트로 전향해 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처음에 국악 스승은 황당해 했으나 일등하라고 격려해주었다는 얘기를 어느 방송에서 보았다. 전향이나 선택은 오직 본인 몫이다.
스승이나 어른이나 전문가 역할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어른 노릇 어렵다고 했다. 노릇이라는 말이 고급 언어는 못 되지만 어른 노릇, 자식 노릇, 제자 노릇, 스승 노릇. 참으로 어렵다. 노릇에만 휘둘리면 공부에 집중이 더욱 힘들어진다.
전통 기능 전수나 학문 분야 등은 스승과 제자가 상호 전수 계승하고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과 방식이 맞지 않으면 거리가 생기고 집중하기 어렵다. 본질이 아닌 것으로 본질을 왜곡하면 본질이 흐려져서 진리에 이르기 어렵다.
이래저래 사하세계는 감인세계이다. 성인께서 일이 쉽게 이뤄지기를 바라지 말라고 하셨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다. 해서 유위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진인사대천명하고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重則硬直, 輕則不定. 內外分明, 不遠眞理.
빠라미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