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1차 강원도 태백 대덕산(2023. 8.3)
오늘은 강원도의 태백에 있는 금대봉과 대덕산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희귀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어서 일정 인원만 예약을 받아 운영되는 등산로입니다. 우리는 총무님이 40명을 미리 예약해 두어서 편안히 등산을 할 수 있었습니다.
A팀은 대덕산을 돌아오는 코스이고, B팀은 금대봉과 분주령을 거쳐 검룡소로 오는 코스였습니다. 주차장 코스는 두문동 탐방 센터에 차를 세워두고 금대봉까지 다녀오는 코스였습니다.
한 마디로 오늘 산행은 등산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피서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발점이 1200고지인 데다가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주어서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습니다. 높은 산이지만 출발점이 높아서 그런지 전 코스가 거의 평탄한 길이었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하나 같이 “아이, 시원해!”를 연발했습니다. 숲도 울창하게 우거져서 더욱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는 산행이었습니다. 고달픈 인생도 살다 보면 웃을 일도 생기는 것처럼, 산행을 많이 하다 보니 오늘처럼 이렇게 편안한 산길도 만나게 되는가 봅니다.
금대봉에서 내려와 분주령 가는 중간에 야생화 단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야생화 단지는 분주령에서 대덕산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A팀만 그곳을 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런 행운을 누릴 기회가 있었는데, 회장님의 약한 마음(조금이라도 늦어서 대원들의 눈총을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품) 때문에 가다가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내려와서 들은 얘기인데 몇 분(제로하키님 포함)은 금대봉에서 잘못하여 다시 차가 있는 두문동 탐방센터로 내려갔다가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평탄하고 쉬운 길도 잘못 들기도 하는 것이 산행입니다. 그래서 산행길은 인생길을 닮아도 참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금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라고 합니다. 작은 옹달샘 같은 곳에서 물이 나와서 그 큰 한강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니 참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것은 작다고 볼 것은 아니지요. 모든 큰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금룡소의 작은 물길이 가다가 다른 물길과 만나고, 또 다른 물길이 합류하고, 이렇게 수없이 많는 물길들을 만나 큰 한강이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깨끗하거나 더럽거나 가리지 않고 자기에게 오는 모든 물을 싫다 하지 않고 다 받아주어서 큰 강물이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자연에서 배울 것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금룡소에서 조금 내려오는데 한 대원이, 말라버린 골짜기 물을 보면서 “조금 전에 본 금룡소에서 샘솟아 흐르던 물은 어디 갔느냐?”고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보니 개울에 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땅속으로 스며들어버렸겠지요. 한강의 발원지에서 생긴 물이 한강을 이루기까지는 이렇게 수많은 사연과 우여곡절을 겪는 것이 아니겠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그 대단한 한강을 이루고야 마는 자연의 조화에 머리가 숙연해집니다.
오늘 하산주 행사는 차를 타고 정선의 어느 한적한 곳에서 했습니다. 도토리묵 무침이었는데 미나리를 다듬어 오신 분, 부추를 가져오신 분, 여러 분이 신경을 써 주어서 맛있는 묵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총무님이 다음 주 산행의 복달임 행사에 대해서 많은 말씀이 있었습니다. 회장님 친구분들이 쾌척해 주신 60만 원과 여러 분의 지원을 힘입어 거창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떡도 준비되어 있으니 아침도 먹지 말고 오라고 하네요. 다음 주 산행이 기대됩니다. 그 와중에도 우리 차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내 뿜으며 청주로 신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 산행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꼭 한 가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청주에 막 들어오는데, 제 뒤에 계신 회장님이 핸드폰의 사진을 보여주지 뭡니까? 보니 홍순빈 왕언니께서 금대봉 표지석을 안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왜 이 사진을 보여주나 하다가 갑자기 사진의 주인공이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만들어주시는 홍순빈 왕언니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금대봉은 오늘 B팀에게도 가장 힘든 곳이었습니다. 항상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나보다 한 살이나 어린 어느 남자 대원은 금대봉이 힘들어서 가지도 못하고 중간에서 발길을 돌렸다고 하는데, 왕언니께서 그곳에 갔다는 말이 아닙니까? 반갑고 놀랍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항상 인자한 미소로 커피를 만들어주시는 왕언니를 저는 그냥 주차장만 맴돌다 오시는 제 어머니 같은 할머니로만 알았는데, 1400미터가 넘는 고지인 금대봉에 오르셨다는 사실,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것은 우리 목요천봉의 역사에 남을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왕언니께서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위안을 안겨주었는지 본인은 아마 모를 겁니다. 부디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우리에게 기쁨을 주시기를 빌어 마지않습니다. 우리 왕언니님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아울러 제 옆에 앉아계시는 어떤 분도 분발하시기를 빌어봅니다.
목요천봉 만세!
첫댓글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 했는데, 처음 가본 곳을 마음대로 걷다 다시 턴. 하지만 길도, 날씨도, 그늘도 너무 좋아 행복한 트레킹이었습니다. 그리고 총장님의 따뜻한 산행기에 읽는 내내 미소를 띠게 되네요. 우리산악회 맏언니의 금대봉 산행은 정말 감동입니다. 회원님들 모두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래오래 뵈요~~~
감사합니다. 날씨는 언제나 우리편이지만 오늘처럼 모두를 신나게 해주심에 감사헙니다. 김부회장님의 재치에 늘 놀라지만 올 여름 더위를 태백에 두고 가을을 바꿔올 줄은 몰랐습니다. 홍누나의 사진을 보며 짠한 기분은 누구나 갖으시겠조. 총무님의 허락을 받고 조촐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총장님 피곤할실텐데 이렇게 빠르게 일지를 재미있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님들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무탈하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