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톡톡] 서울 양천구 목2동 주민센터 가까이에 있는 수녀원이 연일 청소년들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웃음꽃을 피우며 무리지어 드나드는 여학생들이 눈에 띄는가 하면 기타를 메고 오는 청소년들 또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엄숙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수녀원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상근교사의 안내로 양천구의 천주교 '마리아의 딸 수도회' 건물 지하로 들어섰다. 미로처럼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론 모두 청소년 동아리방이다. 각 방마다 청소년들의 배움의 열기로 뜨거웠는데 특히 복도를 따라 길게 이어져 들리는 통기타 소리를 따라가니 너른 식당이 나타났다.
"~라일락꽃 향기가 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오~" 시원스런 통기타음에 푹 빠져 있는 주인공들은 여학생들이었고 학생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있는 강사는 뜻밖에도 정갈한 수녀복 차림의 수녀였다. "동아리 연습실이 꽉 차 통기타는 식당에서 연습하고 있다"며 김종옥 카타리나 수녀가 기타를 멘 채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오래 전부터 저희 수도회가 청소년들에게 내어준 문화공간이에요. 청소년 밴드 동아리와 댄스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청소년동아리가 활성화 되면서 주위에 알려졌고 작년 9월에 서울시의 '청소년 휴(休)카페'로 선정이 됐죠." 이곳에서 기타 강사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김수녀가 덧붙여 설명을 해주었다. 한 지역에서 20여 년 가까이 수도회 공동생활을 하며 수행 중이던 수녀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도울 일을 찾던 중 생각해 낸 것이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이었단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맘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낀 수녀들이 그들의 생활공간 일부를 내어준 것이다.
'아델의 청소년문화공간 청청청'이란 명칭도 붙여 친구들과 어울려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을 원하는 청소년이면 누구든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초기에는 주로 학교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공연 준비를 위해 이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청청청'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주변에 알려져 지난해 9월에 이곳은 서울시의 '청소년 휴카페'로서 거듭나게 됐다.
'청소년 휴(休)카페'란 또래 청소년들이 편히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숙제를 하며 취미생활도 어울려 할 수 있는 행복공간이자 학교와 집을 벗어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이 맘 푹 놓고 쉴 수 있도록 서울시가 마련한 청소년 휴식 공간이다. 몇 개월 전, 새 단장을 마치고 청소년들의 시끌벅적한 놀이터가 되기로 재 다짐한 '청소년 휴카페 청청청'에는 댄스실, 밴드실, 동아리방, 소규모 공연장 등이 있어 사전 예약하면 청소년은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드럼, 키보드, 기타 등의 악기와 음향 장비가 갖춰져 있고 디지털 캠코더와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어 UCC 제작도 할 수 있다. 악기 연주, 영상 촬영 등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고 설령 동아리를 꾸리지 않더라도 보드 게임 놀이나 DVD 타이틀을 가져와 빔 프로젝트에 연결하면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감상도 가능하다.
이 밖에 토요일 오후 4~5시에 통기타 강습반을 열고 수요일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아동밴드부도 운영한다.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 있는 비어 있는 시간인 평일 오전 시간에는 지역주민을 강사로 초빙해 성인 대상의 폐백상 차림 강좌도 열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을 활용한 영상제작물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미디어 문화교실'과 연극, 뮤지컬, 우크렐레 프로그램 등을 개설해 동아리 회원을 모집 중에 있다. 연말에는 가까운 목2동 골목길에서 청소년 축제 '판'을 개최해 청소년동아리들의 갈고 닦은 끼와 재능을 지역민들에게 펼쳐 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한창 성장해 가는 시기임을 감안해 도시락을 가져와 먹을 수 있도록 식당을 오픈하고 있으며 간편식도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조용하던 수녀원의 지하공간이 '청소년 휴카페'의 등장으로 다소 시끌벅적해졌지만 수도생활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라며 오히려 적막하던 곳에 아이들의 경쾌한 발자국소리가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고 수녀들은 말했다. '청소년 휴카페' 이용 시간은 평일 오후 1~9시. 토요일 오전 9시~오후 7시이며 공휴일은 쉰다.
문의 : 02-2642-7534